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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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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반도를 일순간 검은 원유덩어리로 뒤엎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고(아래 허베이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11년을 맞았다. 이 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해변을 찾았다.

지난 5일 오후 3시경 찾은 만리포 해변은 초겨울의 강한 북서풍 바람과 밀려온 바닷물이 만조가 되어 출렁였다. 높은 파도는 계속 밀려왔다. 파도가 밀고온 바닷물은 모래사장 끝에 다달아 산산히 부서지고 새햐얀 거품을 내며 모랫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보름달이 유난히 밝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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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12월 8일 새벽 2시경 만리포 해변은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 해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바닷물이 하얗게 부셔지는 모래사장에 검은 악마와도 같은 기름덩어리가 밀려와 그 일대를 깜깜하게 만든 건 순식간이었다. 기름덩어리가 마치 나를 삼키려는 듯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은 사십 평생 처음이었다. 그날 뒷걸음치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느낀 공포감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당시 허베이 원유유출사고의 상징과도 같았던 만리포 해변은 사고 이전보다 더욱 깨끗한 해수욕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11년이라는 세월보다는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 덕분이다. 

더욱이 사고 전에는 여름 한 철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전부였다면 지금 만리포 해변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서핑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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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지난 5일은 평일 오후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해변을 걷는 관광객들보다는 인근 커피숍에서 창 너머로 겨울바다의 낭만을 감상하는 관광객들이 눈에 띠었다.

해변을 따라 걷던 기자는 높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에게 눈이 갔다. 서핑을 즐기는 서퍼는 먼 바다 한가운데로 지나가는 대형 유조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유조선이 안전하게 지나가기를 비는 듯해 보였다. 아마도 아직도 남아있는 트라우마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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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보며 천리포 쪽으로 걸어갔다. 해변 끝에서 만나게 되는 희망광장과 유류피해극복기념관, 자원봉사자 상징탑은 그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지난해 허베이 원유유출사고 10년 행사 때 설치한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그날의 트라우마에 힘들어 하는 태안군민들에게 희망의 바람을 제대로 일으켜주기를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다.


태그:#만리포, #태안기름유출사고,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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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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