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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올림' 7번째 이야기 : 공동체를 찾아서 1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


감수성 올림 일곱 번째 이야기가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 평생 학습관 영상강의실에서 열렸다.

수원문화재단과 수원시 평생학습과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공동 기획한 강연으로 앞서 6회의 강연에서는 시민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감수성을 찾고 올리기 위한 공연과 강연으로 이루어졌다. 7회, 8회, 9회는 올라간 감수성으로 힘든 시대를 이겨내고 시민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그 첫걸음은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이하 센터장)의 강연이다.

당초 기획은,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선생님이 강연을 하고 이어 강선규 센터장과 함께 마을 공동체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한혜정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강연을 할 수 없어 강선규 센터장이 조한혜정 선생님의 강연과 공동체 사례를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조한혜정 선생님의 PPT로 강의를 시작하는 강선규센터장
▲ 조한혜정 선생님의 PPT 조한혜정 선생님의 PPT로 강의를 시작하는 강선규센터장
ⓒ 시민기획단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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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규 센터장은 "조한혜정 선생님의 강의를 오랫동안 기다린 수원시민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조한혜정 선생님이 준비한 PPT로 강의를 대신 전달한다"는 따뜻한 말로 시작 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이 드물다. 취직을 위해 스펙을 만들어야 하며 졸업 후 취직이 안 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학생이라는 신분을 늘려보자는 마음도 작용한다.

이전에는 20 : 80으로 사회를 구분했는데 지금은 1 : 99로 구분을 많이 한다. 부의 양극화가 너무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뭔가 도전하면 뒤로 크게 망하니까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기 위해서 기본적으로만 충족될 수 있는 돈을 벌고, 갖고 있는 만큼만 소비한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10년씩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청년들은 내 한 몸 가누기도 힘든데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는 건 더더욱 힘들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진짜 진화하고 있는가?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 우리는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진짜 선진국이 되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이 불투명하며 혼란스러운 시대다.

조한혜정 선생님은 <선망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썼다. 선망국이란 '먼저 망한 나라'라는 뜻과 '선망하는 나라, 우러러 보는 나라'라는 중의적 단어이다. 우리는 먼저 망하는 나라로 향하고 있지만 잘못을 먼저 깨우쳐서 다른 나라의 모범 될 수 있는 답을 찾는 나라여야 한다.

 
전환의 시간에 대해 강의하는 강선규 센터장
▲ 전환의 시간 전환의 시간에 대해 강의하는 강선규 센터장
ⓒ 시민기획단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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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방법은 있는가? 방법은 '전환의 시간'에 있다.

'전환의 시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멈춰 서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대로 살면 난감하다'는 대화가 서로에게 필요하다. 느린 시간, 멈추어 있을 장소,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전환을 위한 시간에 필요한 요소다.

글로벌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로컬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시민들이 전환의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이 힘을 발휘하려면 '장소'가 필요하다.

부유하는 시공간이 아니라 안착할 장소로써의 동네가 필요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곳으로 변질된 대학이 아니라 삶과 앎을 위한 장소 말이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이고 성찰하는 시민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공동체적 자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이하 센터)는 좋은 사례이다.

서대문구 센터는 마을 공모사업을 주로 한다. 공적 정책 사업을 민간인의 시각과 전문가의 시각에서 수행하는 곳이다. 센터의 4층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가 있고 여기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마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3층은 대관공간으로 주민이 원할 때 누구나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다.  2층은 인큐베이팅하는 청년들의 사회적 기업 6개가 있고, 이미 더욱 발전된 형태로 바뀐 기업도 있다. 1층은 공유 주방에서는 밥을 직접 하기도 하고 싸온 음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센터에서는 심심 모임, 난감 모임 등 재미있는 모임의 형태가 있다.

강 센터장은 '하심제'라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공동체의 범주는 '장소성, 사회적 상호작용, 나누어지는 돈'이라고 정의한다.

'하심제'는 12가정이 소득의 5%를 모아서 사용한다. 나누어지는 돈 없이는 사회적 공동체 경제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심제는 서울의 '성미산 마을'과 인천의 '우리동네사람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곳들은 자생적,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센터는 두 마을의 성공적 사례를 보고 정책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며 실제로 가시화되고 공공성의 효과가 있다.

공공 기관에서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성이 유지되도록 적당한 거리에서 밀접하게 관여하여 정책 사업을 하여야 한다. 실제로 마을 만들기가 지속성을 갖고 자율성을 갖고 움직이면 공공성을 갖게 되는데 그 공공성이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태의 주민 자치이다. 주민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의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서울시의 주민자치는 주민에게 좀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로 실행되고 있다. 주민 누구에게나 권한을 부여하여 집단 지성의 힘을 믿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심 모임, 난감 모임 같은 것들이 결합되고 자율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필자는 강연을 듣고 마을이 떠올랐다. 어릴 때 마을은, 슬리퍼를 신고 친구 집에 가서 밤늦도록 놀다가 오기도 하고 마을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놀이도 했던 곳이었다. 어른들이 일하던 곳 근처에서 아이들이 놀고 멀게는 뒷산 정도까지 탐험을 가기도 했었던 곳.

어딘가에 있었던 마을 사람들의 눈과 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는 눈과 귀가 있었기에 안전하게 마을이 유지 되었으리라. 그런 편안한 마을을 다시 부활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는 것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런 노력들이 시민자치로 이어져 더 많은 공동체가 서로를 지켜주며 지금보다 덜 힘든 삶을 살며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감수성 올림'여덟 번째 이야기는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의 저자 윤성근과 싱어송라이터 료운이 함께하는 강연이다. 11월 29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는 수원시평생학습관 2층 영상강의실이다.

덧붙이는 글 | 수원시 평생학습관 인문사회공유카페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감수성 올림, #공동체, #나침반, #강선규, #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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