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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서울시 전체의 86.8%인 246만 세대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돌봄, 쓰레기, 환경, 먹거리, 건강 등 살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공동주택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에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주민들이 생활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량과 공동주택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다. 

지난 8월 센터는 '2018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시범 사범'을 시작해 참여 공동주택 단지를 모집했다. 9월 1차 주민 워크숍을 통해 각 단지 내 공통적 생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아이 돌봄, 안심·건강 먹거리, 건강증진, 에너지 절감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10월 2차 주민 워크숍에서는 앞서 거론된 생활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참여 단지별로 전문역량을 갖춘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프로젝트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시범 사업에는 총 9개 공동주택 단지의 참여가 확정돼 11월부터 프로젝트를 본격 실행하고 있다. 9개 프로젝트 중 '아이 돌봄'을 공통 주제로, 청소년 안심 먹거리와 공동 아이 돌봄 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두 아파트 단지의 사례를 소개한다.  

전농동 R아파트, '안심 먹거리'로 청소년 간식 책임진다
 
 전농동 R아파트 내 대연회장에서는 아이들이 안심 먹거리를 직접 먹어보고 평가하는 시식회가 펼쳐졌다.
 전농동 R아파트 내 대연회장에서는 아이들이 안심 먹거리를 직접 먹어보고 평가하는 시식회가 펼쳐졌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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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R아파트는 '청소년 안심 먹거리 제공'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8~9일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인 대연회장에서 다양한 간식을 먹어볼 수 있는 시식회가 펼쳐졌다. 직접 구운 와플, 치킨, 떡볶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간식 덕분에 행사장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식 맛을 평가했다.

전농동 R아파트의 주민 워크숍에서 제기된 생활 문제는 단지 근처에 아이들이 먹을 만한 '건강한 간식'을 파는 상점이 적다는 것이다. 단지 거주 주민들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줄 여력이 없었고, 인근 지역에 건강한 먹거리도 부족했다. 주민 회의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이 참여하는 푸드 플랫폼 '김이백'과 청정 재료로 한식을 만드는 '소녀 방앗간' 등이 아이들을 위한 안심 먹거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초등학생 딸과 행사장을 찾은 입주자 최순희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SNS를 통해 사업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며 "음식들이 건강한 재료로 만든 데다 맛도 깔끔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신채민(12)양은 "마카롱, 와플, 치킨 같은 간식이 특히 맛있었다. 아파트에서 이런 행사를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이 '후츄컴퍼니'에서 만든 먹거리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간식에 직접 투표하고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후츄컴퍼니"에서 만든 먹거리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간식에 직접 투표하고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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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동 R아파트에서는 오는 12월 5일까지 약 4주간 아파트 상가 내 '마이비어'에서 두 기업이 참여하는 먹거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이백이 속해 있는 사회적 벤처 '후츄컴퍼니'의 김희원 대표는 "동대문구 지역을 기반으로 교육, 문화 사업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김이백의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종석 동대문 R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아파트는 700세대 정도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30~40대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새로운 프로젝트나 사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전농동 전체 주민 중 85%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다른 단지까지 사업이 확대돼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먹밥, 샌드위치, 치킨, 떡볶이, 와플 등 다양하고 건강한 간식을 제공해 아이들을 만족시켰다.
 주먹밥, 샌드위치, 치킨, 떡볶이, 와플 등 다양하고 건강한 간식을 제공해 아이들을 만족시켰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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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 H아파트, 주민이 맡기고 주민이 돌보는 '공동 아이 돌봄' 진행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H아파트는 '손자·손녀 돌봄 어르신을 위한 단지 내 공동 아이 돌봄 프로그램 운영'을 주제로 정했다. 11월 12일부터 12월 7일까지 단지 내 30평 규모의 커뮤니티 센터 세미나실에서 공동 아이 돌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현장을 찾았을 때 10명 남짓한 아이들이 블록을 쌓고, 그림을 그리는 등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응암동 H아파트 주민 워크숍에서 제기된 생활 문제는 육아, 쓰레기, 주차, 휴식 공간 등 다양했지만, 육아 문제가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자식들 대신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단 1~2시간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시간제 돌봄'을 필요로 했던 30~40대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응암동H아파트에서는 하루 종일 육아에 몰두하는 조부모, 엄마들을 위해 짧게나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응암동H아파트에서는 하루 종일 육아에 몰두하는 조부모, 엄마들을 위해 짧게나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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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아파트는 세미나실을 돌봄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아이 돌봄 전문 사회적기업 'YMCA서울아가야'의 컨설팅을 받았다. YMCA서울아가야의 조언대로 공간을 소독하고 매트를 깔고 놀이도구를 비치하니 여느 어린이집과 다르지 않았다. 시범 사업 동안 평일 오후 2~6시에 전화나 아파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취학 전 나이의 아동을 무료로 맡길 수 있다.

아이를 돌봐줄 강사 5명과 자원봉사자 15명 역시 아파트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선정했다. 1~3주 차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마지막 4주 차에는 강사들이 나서 마술, 식자재 놀이, 구연동화 등을 소재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6살 손녀, 4살 손자와 방문한 주민 김옥자(61)씨는 "1~2시간 아이들을 맡겨두고 시장에 가거나 커피 한잔을 마시는 등 잠시나마 나만의 시간을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자여서 더 믿음이 간다. 여기에 와서 몰랐던 이웃들도 사귀고 육아에 대한 정보도 교류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아이들도 이곳을 좋아해 프로그램이 지속했으면 한다. 유료로 전환되더라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원봉사자 대표 최문실씨(왼쪽)와 정홍권 코디네이터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시범사업 이후에도 계속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자원봉사자 대표 최문실씨(왼쪽)와 정홍권 코디네이터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시범사업 이후에도 계속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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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대표 최문실(61)씨는 "내가 손주들을 다 키웠는데 그때 얻은 경험을 살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나 할머니들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상부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홍권 코디네이터는 "이용 주민들의 후기를 받고 있는데, 부모가 퇴근하는 오후  7~8시까지 이용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며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내년 정식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아파트는 '투기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생활 공간'으로 생각이 바뀌면 거주 기간도 늘어나고 주민들 사이 공동체 활동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경제 시민 체감도 높아지길"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사업의 실효성을 확인해보는 중에 있다. 인성환 서울시사회적지원센터 지역지원팀장은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많이 성장했지만, 시민 체감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시민들이 겪는 구체적 문제를 사회적경제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서울시에는 특히 공동주택 단지가 많다.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생활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평가를 거쳐 내년 사업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평가를 거쳐 내년 사업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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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에는 단지별로 프로젝트의 과정을 평가해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보다 사업 기간도 연장하고, 참여하는 공동주택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범위도 늘려간다는 게 목표다.

인 팀장은 "서울에만 4300여 개 공동주택 단지가 있다. 이 중 10~20%만이라도 삶의 방식이 변화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처음에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진입해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고, 이후에는 주민들이 그 방식을 이어받아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서비스는 스스로 발굴하는 등 단지가 사회적경제로 선순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글 : 양승희(이로운넷 기자), 사진 : 전석병(작가)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경제지원센터가 격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세모편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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