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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류를 별다른 포장 없이 끈으로 묶어 판매하는 레인보우 그로서리
 채소류를 별다른 포장 없이 끈으로 묶어 판매하는 레인보우 그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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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를 집에서 정리하고 있노라면 절로 한숨이 난다. 이 무화과는 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파는 걸까. 이 과자는 뭐가 그렇게 귀하다고 손가락만 한 걸 하나하나 포장해서 그걸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고 또 비닐로 된 껍데기에 포장해 놨을까.

포장재를 줄이면 물건값도 좀 내려가지 않을까. 수북한 비닐을 분리수거를 위해 투명한 비닐에 담으면서 느끼는 그 허탈함이라니. 비닐을 모아 결국 비닐에 담아 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그만하고 싶다.  

그냥 딱, 알맹이만 살 순 없을까. 껍데기는 사고 싶지 않다. 아무리 내가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손수건을 쓰고 에코백을 챙겨도 마트에서 장 한 번만 보면 게임 끝! 명랑한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생활은 무지개 저 너머의 것이 되고 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레인보우 그로서리(Rainbow Grocery)'라는 특이한 마트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크기는 일반 대형 마트 정도인데 어마어마한 '벌크'(bulk) 코너가 있다고 했다. 채소, 과일은 물론 샴푸, 세제부터 식용유, 쌀, 과자까지 다 포장 용기만 가져가면 원하는 양만큼 담아 살 수 있단다.  

어떤 여행작가는 샌프란시스코를 예쁘게 미친 도시라고 했는데, 환경문제에 미친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예쁜 일을 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녀왔다. 그곳 무지개 마트에.

레인보우 그로서리의 벌크 코너는 물품별로 무게별 가격과 물품 코드를 설정해 두었다가 고객이 자신이 가져온 용기에 물품을 담아 가져오면 그 무게에 맞춰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같은 물건이라도 벌크 코너에서 구입하는 것이 개별 포장 용기에 담긴 상품을 사는 것보다 싼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돌보지 않으면 건강한 먹거리 얻는 것도 불가능"
 
 다양한 곡물을 벌크로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곡물을 벌크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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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루라(Lura)라고 합니다. 비타민 판매 코너를 맡고 있고요, 우리 조합 생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생태위원회는 매장 내 재활용이라든지 레인보우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손님으로 레인보우를 이용한 건 오래 됐지만, 여기서 일한 지는 일 년 반밖에 안 된 신입직원이에요. 저는 레인보우를 사랑해요. 우리가 만들어온 발걸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의 한 부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사업체를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옳은 일을 시도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 레인보우 그로서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해요.
"레인보우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일어난 안전한 먹거리 운동의 결과로 시작됐어요. 1960년대에 대형 체인점에서 파는 먹거리의 질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건데요, 독성 물질로 범벅된 먹거리 말고 깨끗하고 건강한 먹거리, 유기농 농산물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농부들과 직거래를 트고 지역 사회에서 유통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1975년에 조합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거죠. 레인보우는 미국 내에서 규모가 제일 큰 조합이에요. 말 그대로 사업장이 제일 크다는 뜻입니다."

- 여기 말고도 다른 매장이 있나요? 현재 조합원 수, 매출 등은 어떻게 되나요?
"다른 매장이 있진 않아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가 사업체를 공유하는 형태라서 매니저도 없고 갑을 관계도 없어요. 모두가 평등하죠. 직원은 230명 정도 됩니다. 사실 손님들이 매장 하나 더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많이 하셨지만 안 열었어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확장하게 되면 지금 같은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 때문이에요. 제가 신입이라 장담할 순 없지만 아마 앞으로도 다른 매장을 열 것 같진 않아요.

연간 판매 총수익은 540억 정도 규모입니다. 조합원 배당금을 지급하기 전 순수익은 23억 정도 되고요. 레인보우는 경영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경쟁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동네 모퉁이마다 생기고 있는 홀푸드가 대표적인 예지요. 최근에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더 비호감이 됐네요."
 
 종이봉지에 담긴 과일
 종이봉지에 담긴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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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보우는 어떻게 포장없이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건가요? 처음부터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건가요?
"초기에는 포장 제품이 더 적었어요. 벌크 코너와 농산물 코너만 있었고 손님들이 장바구니를 반드시 가져와야만 했어요. 지금은 불행히도 더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인 거죠. 사업이 커지면서 그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초기 레인보우는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었고 그만큼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았어요.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이 좋은 삶과 직결된다고 믿었던 거죠. 조합이라는 형태가 갖는 비위계적인 구조와 포용성이 평등론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어요. 그런 시기에 레인보우가 창립된 거죠. 우리 조합에 30년 이상 일하신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이 더 얘기를 많이 해주시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레인보우 그로서리 매장 곳곳에서 보관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레인보우 그로서리 매장 곳곳에서 보관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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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바뀌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네요.
"레인보우가 처음에는 몇 명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일하는 사람들이 200명이 넘어요. 모든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는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의견도 더 다양해지고요. 초기에는 정말 결이 비슷한 사람들간의 그룹이었다면 지금은 여전히 비슷한 마음들이긴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죠. 저는 과거에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 한국의 '생활협동조합'들도 로컬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계기로 시작되어 일반 마켓에서 찾기 어려운 유기농, 로컬의 더 나은 식재료를 조합원에게 직접 제공하고 있고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포장쓰레기 발생 등에 둔감하다는 문제가 있어요. 채식, 쓰레기, 안전한 먹거리 등 모든 부분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레인보우 그로서리는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의사결정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것이 다 중요해요. 특히 창립 초기에 레인보우는 건강한 먹거리와 건강한 지구를 떼어놓고 보지 않았어요. 직원들 대다수가 여전히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돌보지 않으면 건강한 먹거리를 얻는 것도 불가능해요.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깨끗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필요한 노력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일 거예요. 만약에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분명히 고객들이 엄청 화를 낼 거예요.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시민들이 지구와 우리 미래에 대해서 걱정합니다. 설령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 고객들이 할 거라고 봐요."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직은 없어"
 
 비닐봉지 없이 레인보우 그로서리에서 장을 보는 고객
 비닐봉지 없이 레인보우 그로서리에서 장을 보는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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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보우 그로서리의 경우 소비자가 조합원이 아니어도 구매할 수 있는 거죠? 매장 운영에 소비자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하는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일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되어야 하지만 고객들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누구나 구매할 수 있죠. 코스트코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처럼 회원가입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거죠.

참고로 노동자 협동조합이 있고 소비자 협동조합이 있는데요, 노동자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들이 조합원이에요. 소비자 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이 조합원이고요. 레인보우는 노동자 협동조합입니다. 저희는 대부분 고객의 소리함을 통해서 의견을 받아요. 고객 서비스 창구에서 아까 만났을 때 어떤 상자 하나가 있는 거 보셨을 거예요. 고객분들이 자기 의견을 쪽지에 써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거죠."

- 이메일이나 뉴스레터도 고객들에게 보내시나요?
"물론이죠. 고객분들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세일 정보 같은 걸 많이 확인하시죠. 고객님들께 이메일도 때때로 보냅니다. 질문이나 불만사항 같은 게 들어오면 답변도 해드리고요."

- 벌크 코너가 정말 크던데요, 얼마나 많은 제품을 벌크로 팔고 있나요? 그중에서 벌크 판매가 제일 어려운 제품은 뭔가요?
"제가 벌크 코너 담당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기름류, 시럽 같은 게 제일 관리하기 귀찮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흘리면 끈적해지고 그렇잖아요. 디스펜서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에요.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세척하고 관리하죠."
 
 기름이나 시럽류도 벌크로 판매하고 있다.
 기름이나 시럽류도 벌크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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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위생 문제를 걱정하며 모든 물건을 비닐 또는 뽁뽁이(에어캡)로 포장하고 있어요. 고객을 핑계 삼아 쓰레기 문제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거죠. 레인보우는 위생 문제로 소비자들 불만은 없나요?
"가끔 불만사항이 들어와요. 근데 그게 위생 관련한 불만은 아니에요. 최근에는 우리가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항의도 있었어요.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피자라든지 테이크아웃 음식 같은 물품 포장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불만사항은 대부분 해당 판매 부서에서 다뤄요. 포장에 대한 불만이라면 포장 부서에서 처리하는 식이죠.

사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고객들이 원하지만 불행히도 그게 현실이라서 우리도 그렇게 판매하는 거죠. 레인보우는 사업체이지만 최대한 정직하게 돈을 벌려고 해요. 그리고 가능한 더 나은 대안을 끊임없이 찾아요. 그런 압력을 가하는 게 저희 생태위원회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모르겠네요. 어떤 사람들은 싸고 빠른 선택지를 원하죠."

- 얘기를 들어볼수록 환경 문제에 민감한 샌프란시스코라는 지역적 배경이 레인보우 그로서리같은 매장 운영을 가능하게 한 것 같네요. 샌프란시스코나 캘리포니아주 정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이슈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있나요?
"그런 규제나 법안은 없어요. 플라스틱은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에요."

- 지역 내에서 재활용은 하나요?
"재활용은 물론 하죠. 그렇지만 재활용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잖아요. 저는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으로 방향이 옮겨갔으면 해요. 재활용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좋지만 재사용이 훨씬 낫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재활용은 향후 몇백 년을 생각하면 정말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순 없어요.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봐요."

- 레인보우 그로서리가 환경, 특히 플라스틱 문제나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해온 구체적인 노력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특히 성공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었나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 음… 우리 매장 식품 코너에서는 비닐봉지 대신에 생분해 봉지를 사용해요. 썩어서 퇴비화될 수 있는 거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가 의무화되었지만 시에서 업체에 대체 물품을 제공해 주지는 않아요.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매장에서 이런 생분해성 봉지를 구입해서 써야죠. 그래야 고객들이 퇴비화를 쉽게 할 수 있게 돕는 거고요. 저희는 이걸 그냥 기본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훌륭한 일 아닌가요? 생분해성 봉지는 옥수수로 만들어져서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생분해 비닐봉지
 생분해 비닐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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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편한 것 원해"

- 지엠오 옥수수는 아니겠죠?(웃음)
"설마요. 절대 아닙니다.(웃음) 사실 보통 비닐봉지가 2센트밖에 안 하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싼 투자예요. 생분해성 봉지는 8센트나 하거든요. 이걸 몇 천 장씩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비닐봉지를 사라지게 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법이 통과되어서 의무화되기 전에 없애 버렸어요.

손님들에게 자기 장바구니를 가져오라고도 해요. 고객들이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장바구니당 10센트를 할인해 줘요. 유리병이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담을 보관용기를 가져오면 5센트를 할인해 주고요."

- 각 물품에 대해서 할인해 주는 건가요?
"가방 하나, 보관 용기 하나당 할인해 주는 거예요. 이런 장바구니 사용에 대한 할인 제도 말고도 재사용 종이 박스도 제공해요. 새 종이봉투 대신 쓰시라고요. 물론 저희도 주 법률에 따라서 종이봉투를 판매하고도 있어요. 개당 10센트에 팔죠.

그리고 벌크 코너가 있어요. 우리 벌크 코너 같은 데는 정말 없을 것 같아요. 홀푸드 같은 데에서도 벌크 코너가 좀 있긴 하지만 우리처럼 물품이 많진 않아요. 우리는 목욕용품, 바디용품도 벌크로 팔거든요."

- 조합원이나 고객들과 같이 하는 활동도 있으신가요?
"워크숍을 예전에는 더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못 하고 있네요. 요새는 대학교 친구들과 제로웨이스트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재사용, 리사이클링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더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추세네요. 데모도 많이 해요. 반GMO 집회 같은 데 열심히 나가죠."
 
 과자나 초콜릿도 벌크로 판매한다.
 과자나 초콜릿도 벌크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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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레인보우 그로서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한 그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은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파는 상품 중에 많은 것들이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어요.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그래서 편한 것을 원해요. 혼자 사는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바빠서 매장에 장보러 올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인스타카트(instacart)라는 저희가 만든 온라인 시스템으로 주문을 많이 하죠. 집에서 물건을 받는 거예요.

우리 윤리위원회의 역할 중 하나는 요리가 더 재미있고 쉬워 보이게 만드는 거예요. 사실 요리하는 데 몇 가지만 있으면 되잖아요. 요리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먹으면서 돈도 절약할 수 있는 길이에요. 저희는 이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홍보해요. 좀 수고스럽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권유하는 거죠. 그렇지만 참 설득하기 어려워요. 이게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사업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상품을 팔지만 과거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서, 요샌 아이들을 덜 갖긴 하지만, 어쨌든, 더 신경 쓰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 여성환경연대는 그래서 '즐거운 불편'이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하는 환경을 위한 실천이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거죠.   
"오, 멋져요. 즐거운 불편이라니! 즐거운 불편을 레인보우에서도 퍼뜨려봐야겠어요."

[뒷이야기] 전쟁에서 이긴 걸 기념하는 날은 쉬지 않는다
 
 레인보우 그로서리 생태 위원회 게시판
 레인보우 그로서리 생태 위원회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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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는 매장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매장 내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태양열 온수기를 가동시키고 있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재활용, 퇴비화하는 시설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유리병, 보관 용기를 포함해서 에코백이 진열되어 있어 혹시라도 담아갈 가방이나 그릇을 챙겨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었다.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수십 가지의 파스타가 종류별로 들어 있는 디스펜서가 언뜻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로션부터 자외선차단제까지 원하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천연화장품 재료를 벌크로 파는 코너도 인상적이었다. 농부가 직접 풀 붙여 만든 것 같은 종이봉투에 소담하게 담긴 포도, 끈으로 한 단씩 묶어 진열한 채소들, 커다란 금속이나 나무 박스에 가득 담겨 있는 과일 더미가 보기 좋았다.

생분해 봉투가 있긴 하지만 고객들이 그냥 당근 한 묶음, 가지 하나, 호박 하나를 그대로 카트에 담는 풍경도 참말 부러웠다. 심지어 영수증마저도 친환경적이었다. 레인보우에서는 환경호르몬인 BPA 노출 우려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는 감열지 대신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페놀-프리 용지를 쓴다. 그래서 마음 놓고 퇴비화할 수 있다는, 자랑인 듯 자랑 아닌 안내도 덤.

차곡차곡 쌓여가던 부러움은 가게 문을 나서기 전 폭발하고 말았다. 이 멋진 가게는 언제 쉬냐고 물어봤더니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쉬는 날, 미국 독립기념일 같은 날 말고 (루라 말에 따르면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날은 쉬지 않는단다) 마틴 루터킹 목사 기념일이라든지, 퀴어 퍼레이드를 하는 날이 휴일이란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소비가 우리를 죄책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 아니라 즐겁고 기꺼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레인보우같은 마트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후손들을 위해 똘똘한 집 한 채는 못 남겨주지만 쓰레기더미 지구는 남겨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똘똘한 마트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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