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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석 병원장은 헌법을 부정하는가?

노동3권 보장하기 싫어서 직접고용 정규직화 거부한다는 서울대병원
18.11.13 21:2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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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11월 9일(금)과 11월 13일(화), 두 번에 걸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소속 서울대병원 원‧하청 노동자들은 공동파업을 진행하였다. ▲청소, 환자이송, 시설, 주차, 경비, 전산, 식당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원‧하청 3,000여명 조합원 중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하고 700명의 파업대오가 모였다. 그러나 서창석 병원장은 아직까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병원업무에 대한 이해부족과 노동3권에 대한 전근대적인 인식이어서 충격적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2017년 3일간의 파업을 통해 2018년 1/4분기 안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병원은 당사자 노동자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표단의 구성원을 문제 삼으며 반년 간 고의적으로 지연시켜왔다. 결국 원‧하청 조합원들의 거센 투쟁 끝에 지난 8월, 1차 노사전문가협의체 본협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노사전문가협의체 본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고, 노동자대표를 무시하는 발언까지 일삼아 왔다. 심지어 지난 10월 26일에는 예정되어 있던 6차 노사전문가협의체 본협의를 병원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하고 있는데 왜 파업을 하냐? 파업하면 회의 개최 안하겠다."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결국 노사전문가협의체 시작 후 3개월만에 내놓은 안이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자회사' 방식이었다. 촛불항쟁을 통해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지만, 서창석 병원장은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에 대해 사실상의 간접고용인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면서 정책 취지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병원은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이유로, '노동부가 반대한다.'라는 등 정부 부처이름을 거론하면서 정부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작년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는 생명‧안전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종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부와 병원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업무가 생명‧안전에 관련되었다는 것을 서창석 병원장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서울대병원 사측은 "서울대병원 하청노동자들의 업무는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다."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병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전기공급이 끊겨 생명에 직결되는 기기가 멈추거나 오작동 하지 않을까, 공기정화나 공조시설, 음압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 매순간 긴장하고, 청소노동자들은 하루에도 몇 톤씩 쏟아져 나오는 오염물을 제때 청소하기 위해, 수술실이나 병실에서 환자 감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시라도 환자가 바닥의 물기나 쓰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때 제거하기 위해 긴장하며 일한다. 메르스 사태 때 간접고용 환자이송요원이 감염된 채로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했듯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언제든 감염관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일한다. 서창석 병원장은 병원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점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인가?
 
병원 측 노사전문가협의위원들의 말을 통해 서창석 병원장의 진짜 의도를 알 수 있다.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면 비정규직일 때보다 파업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대체인력을 투입해서 무력화할 수 있지만, 직접고용 정규직이 되면 대체인력을 현재보다 적게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헌법에도 보장된 단체행동권, 노동3권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사실, 파업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파업 후에 밀린 업무를 하는 사람도, 파업으로 환자들이 겪을 불편에 제일 마음 아파하는 사람도, 결국 파업을 하는 노동자다. 그럼에도 사측이 생존권을 위협할 때, 병원이 의료영리화 시도 등 잘못된 길로 갈 때, 파업으로 막으려는 것인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병원장 마음대로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뜻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부터 노동존중시대를 열겠다고 하였으나 서창석 병원장은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던 노동천대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창석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집행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사전문가협의체 사측 협의위원인 모 교수는 '어떻게 청소나 시설하는 분들이 서울대병원 직원이 될 수 있나', '서울대병원은 아무나 들어오는 데가 아니다'라며 수십 년간 서울대병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하청노동자들을 폄하하고 모욕하였다. 이는 또한, 청소/시설관리 업무에 대한 비하이자 전국의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해당 발언을 한 교수야말로 본인이 서울대병원의 운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서울대병원 직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서울대병원에는 1,000여 명의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20년이 넘게 서울대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청소하고 점검하고 안내하는 등, 서울대병원을 대표적인 공공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든 숨은 주인공들이었다. 이제 진짜 노동존중시대가 되려면 고용과 처우가 불안한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즉각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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