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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다양성 영화'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이 수원시 평생 학습관 영상강의실에서 상영됐다.  2018 편파적 콘서트 '감수성 올림'의 네번째 강연이었다.

영화 <어른이 되면>은 12월 13일 전국 독립영화관과 예술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감독인 장혜영은 책 <어른이 되면>의 작가이자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의 운영자이다.
 
장혜영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  포토영상
▲ 장혜영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 포토영상
ⓒ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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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니인 장혜영 감독이 중증발달장애인인 동생 혜정을 18년간 살던 장애인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지낸 400일의 기록이다. 다큐영화의 따분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때때로 유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며 애잔하기도 하다. 특히 동생 혜정의 말과 행동에 여러 번 웃음이 터졌다. 또 장혜영 감독이 만들고 부른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란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미래도 생각해 보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시간에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울렁거리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격리해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연출한 감독이 멋지다는 것이었다. 눈이 3개이거나 팔이 6개인 생명체도 있고, 발이 없기도 하고 피부가 축 늘어져서 외관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종족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외모로 차별하지 않고 생명체로써 존중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불쌍한 것은 아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영화 <어른이 되면>을 상영하는 모습이다.
▲ 수원시 평생학습관 <어른이 되면> 상영 모습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영화 <어른이 되면>을 상영하는 모습이다.
ⓒ 시민기획단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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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관객과 감독이 나눈 대화 내용.

- 어떻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의 가사를 만들게 되었나?
"마음이 안 좋을 때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 날 일기에 '내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글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공감 할 만 한 글이라고 생각해서 곡을 붙여서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슬픔이나 절망이 음악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 노동요라고 생각해도 좋다."

-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영화나 책에서 강력하게 말하고 싶었던 거다. 사람이 사람을 잘 대하는 법이 있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잘 대하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을 만날 때 걱정이 앞서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마음보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만나면 좋을 것 같다."

- 아무래도 혼자일 때보다 자유롭지 않을 텐데, 자유가 없어서 힘들진 않나?
"본질적이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혜정과 함께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부정하고 산다면 마음이 자유롭지 않다.

나는 민주화 이후에 태어나서 민주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인권이나 존엄보다는 돈, 운, 힘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라고 믿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더는 그런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 혜정을 데리고 나오려 했을 때 아버지는 '왜 부모의 짐을 대신 지려고 하냐?'라고 하셨는데, 불쌍한 동생을 내가 건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 하려는 일이 잘 풀린다면, 내가 혜정보다 먼저 죽을 수 있는 삶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

또, '18년간 있었던 곳에서 갑자기 나오는 것이 혜정에게 폭력일수 있지 않겠냐?'는 말에는 수긍했다. 혜정이 스스로 시설을 나와서 언니랑 같이 살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포즈하는 과정과 비슷했던 거 같다. 1년간 공을 들였고 혜정이 승낙했다."
 
감독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 혜영 감독이 진솔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다.
▲ 장 혜영 감독과의 시간  감독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 혜영 감독이 진솔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다.
ⓒ 시민기획단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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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을 보니 혜정이 매우 똑똑해 보이고 일상생활도 잘 적응하고 대화도 잘 되는데, 적응기간 같은 게 있었나?
"혜정은 시설에 있을 때 도전적 행동이 심해서 시설에서 데리고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혜정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거의 돌봄을 했던 내가 보기에 혜정의 도전적 행동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탈 시설을 강행했다.

장밋빛 시나리오만 생각한 건 아니다. 잘못될 경우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렇더라도 탈 시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을 그 가정에만, 그중에서도 주로 여성 구성원에게만 전가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사는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을 감지하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더 좋은 환경이 되리라는 생각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죄스운 마음이 든다.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 앞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좀 죄스럽다. '행여 나의 말이 마음의 상처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말한다."

- 공적인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한국에서 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꿈꾸는 제도, 원하는 나라의 방향이 있나?
"공적 지원은 중요하다. 결국에 인식만 바뀐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와 인식이 함께 가야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원하는 서비스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이건 상징성을 가지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장애자 부양문제'를 폐지하는 것, '탈 시설'로 나아가는 것! 지역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다가 지역사회에서 가장 자신다운 방식으로 죽을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약해질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지원하고, 사람이 아플 때는 아픈 사람을 지원하고, 늙어서 연약해질 때 그 사람을 지원하고, 장애가 있을 때 그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획기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는 것처럼 관념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어야 된다.

남을 돌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속성은 죽음이다. 연약해져 가다가 마지막에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시대의 큰 화두이다. 앞에 말한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원하는 만큼 24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사회를 함께 발전시키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갈 나의 이웃이라고 말하는 장혜영 감독의 마음이 곱고 소중하다. 감독이 하려는 일들이 오롯이 전해져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나비효과가 되어 더욱 따뜻한 이웃들과 안전하고 만족스런 사회를 만들게 될 것 같다. 감독의 따뜻한 마음에 감수성이 한 계단 더 올라갔다.

다음은 감수성 올림 다섯 번째 이야기다. <바깥은 여름>의 저자 김애란과 싱어 송 라이터 '시와'를 모시고 감수성을 더 높여보려 한다.

태그:#감수성 올림, #시민기획단 나침반, #장 혜영, #어른이 되면,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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