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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국화 가운데 하나인 구절초.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가을의 심연으로 이끄는 소박한 꽃이다.
 가을국화 가운데 하나인 구절초.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가을의 심연으로 이끄는 소박한 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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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따뜻한 꽃차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그 중에서도 구절초차가 떠오른다. 조금은 쌉쌀하지만, 향긋한 가을내음에다 뒷맛까지 개운한 차다.

소박한 구절초 꽃도 연상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가을의 심연으로 이끄는 꽃이다. 구절초는 가을국화의 하나다. 흰색의 꽃을 피운다. 간혹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색깔도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구절초는 아홉 번 죽었다 다시 피어도 그 모습 그대로라고 이름 붙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아홉 마디가 돼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얘기도 있다. 9월 9일에 핀다고 '구일초', 꽃이 고상하고 고귀해 신선의 어머니 같다고 '선모초'라 불리기도 한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주변의 누런 들녘과 어우러져 우리를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주변의 누런 들녘과 어우러져 우리를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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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해질 무렵 팔각정과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물씬 전해준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해질 무렵 팔각정과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물씬 전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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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어머니의 사랑'을 꽃말로 지니고 있다. 구절초의 새하얀 꽃잎, 우아한 자태와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는지, 약효도 빼어나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구절초가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다고 나와 있다.

우리 조상들은 봄에 나는 부드러운 구절초 싹을 나물로 무쳐 먹었다. 어린잎은 시루떡이나 화전에 올려 멋내기용으로 썼다. 가을엔 뿌리까지 말려 여성의 부인병을 완화시켜주는 약재로 썼다. 꽃을 말려 만든 차는 감기에 좋다고 했다. 구절초 끓인 물을 입에 머금거나, 그 물로 양치를 하면 입냄새를 없앤다고도 했다.

두통과 탈모 예방에 좋다고 구절초 말린 것을 베개 속에 넣고 자기도 했다. 꽃잎을 목욕물에 넣으면 향기가 퍼져 피로해소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구절초 술도 자양강장에 좋다고 즐겨 마셨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곡성 충의공원의 구절초 군락.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여행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곡성 충의공원의 구절초 군락.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여행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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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공원의 구절초 군락과 어우러진 메밀꽃밭. 밭에서 일을 끝낸 마을의 한 어르신이 유모차에 기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충의공원의 구절초 군락과 어우러진 메밀꽃밭. 밭에서 일을 끝낸 마을의 한 어르신이 유모차에 기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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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도 좋은 구절초를 만나러 간다. '기차마을'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곡성이다. 곡성읍 묘천리 충의공원 4㏊에 하얀 구절초가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충의공원은 전쟁에서 죽은 군인과 경찰을 추모하는 공원이지만, 지금은 구절초공원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충의공원에 구절초 군락이 조성된 것은 4년 전이다. 당초 학교산으로 불리던 조그마한 야산을 곡성군에서 산림공원으로 조성하면서 구절초를 심기 시작했다. 첫 해에 18만 본을 심고, 이듬해에 30만 본, 이후 조금씩 더 심었다. 대략 60여만 본을 심었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하얀 색의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하얀 색의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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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구절초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곡성 충의공원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구절초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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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는 더 많다. 구절초는 한 본에서 꽃 한 송이만 피는 게 아니다. 한 본에서 여러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송이가 대략 200만~300만 송이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구절초 하얀 꽃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더 멋스럽다. 솔숲 사이에 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구절초 군락 사이로 꽃길도 나 있다. 산책로가 1000m에 이른다. 그 길을 따라서 구절초를 감상할 수 있다. 구절초의 맑고 그윽한 향기를 맡다보면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는다. 일상의 시름을 털어내고, 활력으로 다시 채워진다.
  
천주교 곡성성당 전경. 정해박해의 진원지에 들어서 '옥터 성지'로 불린다.
 천주교 곡성성당 전경. 정해박해의 진원지에 들어서 "옥터 성지"로 불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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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성당 풍경. 정해박해 당시 옹기를 빚으며 모여 살았던 승법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떠오르게 한다.
 곡성성당 풍경. 정해박해 당시 옹기를 빚으며 모여 살았던 승법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떠오르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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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공원에서 가까운 승법마을은 천주교 순교지다. 1827년(순조 27년) 정해박해의 진원지다. 정해박해는 1815년 을해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 신도들을 다시 한 번 핍박한 사건이다.

당시 승법마을에는 천주교인들이 옹기를 빚으며 모여 살고 있었다. 하지만 주막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사소한 다툼이 빌미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이 관아에 신고를 했고, 천주교인에 대한 검거가 시작됐다. 여기서 시작된 천주교인 검거 선풍이 전라도 전역으로 확대되고 경상도와 충청도, 한양까지 퍼졌다.

붙잡힌 천주교인들을 가뒀던 옥사가 곡성현청에 있었다. 지금의 곡성성당 자리다. 곡성성당을 옥사에 들어선 성지, '옥터 성지'라 부르는 이유다. 성당에 옥사와 형틀이 복원돼 있다. 당시 순교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도 성당 안에 마련돼 있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군락.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더 멋스럽다.
 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군락.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더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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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절초, #충의공원, #곡성, #곡성성당, #어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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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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