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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까? 검색을 해보니 모 공학자의 칼럼이 눈길을 끈다. 가을이 오는 속도를 단풍드는 속도라고 가정하면, 시속 1㎞라 한다. 물론 지난 해 이야기다. 설악산에서 한라산까지 직선거리가 약 550㎞ 정도고, 단풍이 남쪽으로 내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20여 일, 하루에 27㎞를 이동했으니, 시속으로는 약 1㎞ 남짓 되는 샘이다.

공학자의 계산법을 따르느라 머리가 뱅글뱅글 돈다면 결론만 기억하자. 가을이 생각보다 빠른 편은 아니란 점, 성인 남성이 평균 시속 5㎞로 걷는다니 순간일 것만 같은 가을이 제법 느리다.

긴 호흡으로 느린 가을을 느껴보는 강연이 마련된다.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획단 나침반과 수원문화재단이 함께하는 2018 편파적 콘서트 '감수성 올림'(부제: 아프다고 말하기 괜찮냐고 말걸기)이 오는 10일부터 시작해 가을이 저무는 12월 5일까지 9 회 차로 열린다.
 
강연 장소는 수원시 평생학습관 대강당과 2층 영상 강의실 입니다,
▲ 강연 세부 일정 강연 장소는 수원시 평생학습관 대강당과 2층 영상 강의실 입니다,
ⓒ 시민기획단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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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분투를 말하는 작가 은유와 약자의 고통을 응시하는 소설가 김애란 등이 함께하는 이번 강연에서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 불안, 무기력, 차별, 편견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공정한 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손 내밀고 토닥이는 힘, 그 힘이 바로 사회적 감수성으로부터 나온다고 보고 감수성을 올릴 따듯하고 애틋한 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강연뿐만 아니라 주제에 어울리는 예술가도 함께한다. 휴식을 주는 목소리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시와,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출장 작곡가 김동산과 유해랑 마임이스트를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도 한다. (공동체 상영이란 대형 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제한된 상영문화를 극복하고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라도 영화 관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안적인 상영, 관람방식이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는 발달 장애를 가진 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좌충우돌 알콩달콩 살아가며 장애인의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이다. 만화가 김수박의 <아재라서>, <사람냄새> 등 삶에 대한 짙은 감수성을 담은 만화 전시도 열린다. 화홍문과 부국원 등 수원 곳곳을 따뜻한 색채로 그려낸 단호리 작가의 작품 전시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故 엄명환 작가의 사진전도 함께한다.

이번 강연이 시민의 눈과 손과 발로 직접 기획하고 운영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연을 마련한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2015년 가을에 결성돼 '지금 여기 사람답게'와 '다른 여행을 상상하라' 등 지금까지 24회의 토크 콘서트를 기획, 운영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으로 연결하며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일을 한다.

"이번 강연을 통해 10명의 강연자와 8명의 예술가가 감수성에 대해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고통, 슬픔을 함께 느끼고 아파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 아닐까 합니다" -김정희 (42세, 나침반 단장)

아프다고 말하고 괜찮냐고 말 거는 이번 강연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함께 나눌 시민들을 기다린다. 차가운 심장에 감수성이란 브레이크를 걸고, 다른 이의 삶에 연결되는 경험을, 한 해를 갈무리하는 이즈음 해보면 어떨까?     

태그:#은유, #김사월, #김애란, #시와,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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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역사,여행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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