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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실 항의방문한 한국당 27일 오전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제공
 
"자격이 없는 국회의장은 물러나세요!"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어떻게 이석기를 심재철과 비교를 해!"

 
27일, 국회의장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십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거칠게 항의했다. 검찰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압수수색을 문희상 의장이 통보도 없이 동의해준 데 대한 항의방문이었다.

언성을 높이던 한국당 의원들은 급기야 문희상 의장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문희상 의장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전례를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자리에서 나온 강효상 의원은 "이석기가 당했으니 야당 된 우리 보고도 똑같이 당하라는 거냐"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근해 정부 예산 세부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유출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협의로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21일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적극적 방어에 나섰다. 심재철 의원은 기획재정부를 무고 등으로 맞고소한 상황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보좌진이 아닌 심 의원을 직접 지목해 재차 고발했다.
 
27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총회에서 나온 제안에 따라 계획에 없던 의장실 방문을 이날 10시 25분께 강행했다. 의장실 항의방문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어떻게 반국가사범 하고 비교를 하느냐"
 
30분 넘게 계속된 항의가 끝난 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은 한 개인의 비리 때문에 이뤄진 게 아니라 행정부에 의해서 국회 입법부가 유린당한 행위"라면서 "앞으로 이리 되면 헌법에 보장된 국정감사 할 수 없다"라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시사했다. 다만 "국회의장의 입장 표명 확인한 이후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보이콧을 확정하진 않았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거명된 데 대해서는 "문희상 의장이 있을 수 없는 망언을 했다"라면서 "이석기 전 의원도 압수수색 당했다는 비교를 하면서 '자기는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이었는데, 대단히 큰 실수이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음모 혐의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정기국회 기간에 국정감사를 앞둔 의정활동의 일환을 같이 비교했다"라며 "아연실색할 일이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기"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한 대의민주주의의 실종이고 위기"라면서 "한국당은 이 위기를 민주주의 수호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심재철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문희상 의장이 이석기 전 의원의 선례를 든 것에 대해 "개인 비리도 아니고 반국가사범하고 정당한 의정활동을 동렬에 놓고 비교를 하느냐"라면서 "안에 있던 의원들이 대단히 불편해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국회를 지키기 위해 입장표명을 해달라고 얘기했는데도 (문희상 의장이) 거부하고 있다, 제도 탓만 하고 있다"라면서 "저한테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에 대해 사과해달라고 하니 '그건 미안하네', 겨우 그거 한 마디 하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 의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할 권한이 법적으로 국회에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게 뭔지 상황을 알아보고 집행하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상식은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느냐"라면서 "나도 예전에 압수수색 영장에 사인한 사람으로서, 이게 대체 뭐냐"라고 따져 물었다.

"제1야당 무력화 위한 기획되고 의도된 탄압" 
 
한국당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의원의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은 의정활동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의정활동 탄압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개발정보 유출사건 신창현도 수사하라!"
"국민알권리 봉쇄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업추비(업무추진비)가 기밀인가, 혈세 내역 따져보자!"

 
전운은 항의방문 전인 긴급 의원총회에서부터 감돌았다. 의원총회가 시작되기 전, 권성동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야당이 뭘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총회에 모인 한국당 의원들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마이크를 잡고 첫 포문을 연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였다. 그는 "검찰 두 사람과 수사관 11명 함께 와서 심재철 의원실을 벌집 쑤셔놓듯이 쑤셔놓았다"라면서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온 검찰도 문제이지만, 국가 안보나 국가 기밀 유출 등 압수수색을 해야 할 심대하고 긴급한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발부해준 사법부도 정말 심각하다"라며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자신들(사법부)은 얼마 전 대법원 기밀 누출과 관련해 영장 청구를 기각했으면서, 법원이 정말 줏대 없고 형편없는 짓거리를 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들은 정기국회 기간 중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의 위원실로서 정당하게 확보한 자료를 가지고 국민 알 권리 충족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를 가지고 재갈을 물리는 것은, 제1야당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이 정권의 상당히 기획되고 의도된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은 제1야당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이라며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거나 묵시할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오늘(27일) 의원총회를 통해서 우리의 결기를 결집시켜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다짐했다. 
 
의총서 만난 김병준-김성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사안은 심재철 의원 개인의 사건이 절대 아니다"라며 "야당 탄압이고, 의회의 권력을 무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입법부가 기본적으로 국가의 공무원들, 공직자들이 쓴 신용카드 내역을 정상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서 못 볼 이유가 뭐냐"라면서 "막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민주정부라고 인정한다면, 국민이 주권자라고 생각한다면, 의회에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그런 자료를 언제나 상시적으로 보고 감시·감독할 수 있도록 빨리 열어주어야 한다"라면서 "(정보 접근권한을) 열 생각은 안하고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여 압수수색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겁이 나서, 이렇게 이례적인 일을 벌이는지 국민으로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도 덧붙였다.
 
"대통령 동선?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비상 의원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심재철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아이디 발급했고, 그 발급받은 아이디로 정상적으로 접근해서 우연히 찾게 된 것"이라며 "제가 (디브레인에) 접속하여 비인가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했다, 국가 기밀이다, 국가 안위와 관계됐다고 기획재정부가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 아니다"라고 기존의 주장을 재차 반복해 강조했다. 
 
의총 발언대에 선 심재철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심 의원은 "업무추진비가 무슨 국가 안보인가, 업무추진비는 다 영수증 붙여서 쓴다"라면서 "지금도 재정정보망은 다 연결되어 있다,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 있다, 지금도 그 자리에서 보려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열람한 정보는) 국가 안보나 기밀에 관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청와대가 쓴 것은 사람이 안 나온다, 기구만 나온다, 비서실이 썼으면 비서실만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동선이 노출된다? 제가 대통령 동선을 알 수도 없다, 관심도 없다"라며 "(기획재정부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거짓말하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흥분했다.
 
심 의원은 "신창현 의원은 고발된 지 보름이 지나도 끄덕도 하지 않는데, 저는 고발된 지 나흘 만에, 검사에 배당된 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라면서 "부동산 개발 계획을 통째로 시장에 흘리는 것과 업무추진비라든가 세금 내역을 따지는 것 중 어느 게 더 중요하고 무겁나"라고 비교했다. 한국당은 신규택지 후보지 관련 자료를 사전 공개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이다.
 
그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라면서 "과연 혼자 판단했나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윗선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 정권은 적폐청산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는데, 이런 사건(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이 드러나면 청와대도 할 말이 없어지니 막아야겠다고 하여 급박하게 압수수색하고 고발에 들어간 것 아닐까"라고 추정했다.
태그:#자유한국당, #심재철, #문희상,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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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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