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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대학입시와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평가혁명'에 착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회생'과 '교육재생'을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강한 일본을 만들기로 선언했다. ①대학입학 공통시험(일본 수능)의 일부 문제를 논술형으로 출제하고 ②공교육에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를 도입했다. ③대입 논술 문제를 좀 더 수준 높게 출제하라고 각 대학에 지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교육당국이 미래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객관식, 주입식 교육에 머문다면 급변하는 인공지능시대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공정하면서도 타당한 수업 및 평가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일본이 이미 사격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활쏘기 연습만 하지 말고 일본의 변화를 읽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본교육혁명, 그 현장을 찾아서'를 주제로 기획 취재를 진행한다. 일본의 일선 학교들과 교육 전문가들을 만나 그 현주소를 살펴본다. 그 첫 단계로 '시립 홋카이도 삿포로(札幌) 가이세이(開成) 중등교육학교'를 현장 탐방했다. 이 학교는 삿포로시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로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4년째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학교'가 아니라 '공립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한국 공교육이 본보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기자 말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방식으로 사회를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
▲ "과제탐구형 사회 수업 진행"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방식으로 사회를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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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IB 교육과정으로 사회를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를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학교 1층 회의실에서 인터뷰한 뒤 올해 5월에 전자우편으로 추가 취재를 했다.

이 교사는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IB를 도입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4년 전에 전근을 신청하여 학교를 옮겼다. 기존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예전 방식으로 지도했다. 물론 그는 교직 20년 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곁들여 수업하는 방식을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수업을 해도 평가 자체가 암기식 객관식이다보니 효과가 없었다.

"기존 수업 방식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상황에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IB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IB 학교에서는 제가 꿈꾸던 교수법으로 수업도 하고 평가도 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학교를 옮겼지요. 물론 수업 준비하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IB 교육과정이 더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달달 암기를 하여 객관식으로 시험을 보게 하는 방식의 학교는 정말 싫습니다."

"강의식 수업이 교사로선 진행하기가 훨씬 더 쉽긴 하죠"  

"기본 방식과 IB 수업 중 어느 쪽이 수업하기가 어렵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는 "기존 방식은 답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르치면 되지만 IB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배운 대로 그냥 외워서 시험을 보면 됐어요. 편한 걸로 본다면, 정답이 하나인 기존 방식이 낫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머리를 쓸 필요도 없었지요. 하지만 IB는 직접 생각을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이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힌트를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그는 "전통적인 교육은 선생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방식"이라면서 "IB는 답이 없는 문제에 학생과 선생이 같이 생각해 가는 교육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지식을 설명하기보다는 학생에게 물어보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는 IB 교사 연수에 참여한 경험담도 들려줬다. 4년 전 외국인 강사가 학교에 방문하여 통역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진행했다. 연수내용은 ▲수업내용 및 설계방법, ▲IB 교육의 이념 ▲IB 교육의 구성 ▲평가 방법 등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강의를 들었다. 과목별로 내용이 달랐다.

"경험 없는 교사도 IB 수업에 아무런 지장 없다"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가 학생들의 보고서 작성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 "잘하고 있군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가 학생들의 보고서 작성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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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수업 구성 방법을 지도 받았습니다. 통역을 거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강습 내용도 솔직히 좀 어려웠어요. 동료 중 일부는 교내 연수 외에 싱가포르에서 특별연수도 받았습니다."

수업안은 교사들이 각자 만든 뒤 동료 교사들과 의논해 가면서 보완했다고 한다. 기존의 수업 방식에 부분적으로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게 아니라 일시에 한꺼번에 바꿔 버렸다.

"과도기가 없었습니다. IB 교육과정에 맞춘 수업으로 한번에 (혁명적으로) 바꿨습니다. 과도기를 두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경험이 없어도 IB로 지도하는 데 큰 지장 없냐"고 물었다.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충분히 지도 가능합니다. 교사의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단, IB가 좋은 교육이지만 예산이 들어서 하고 싶어도 시작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 제시에도 중점"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사회를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IB로 수업하려면 준비하는 데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고 밝혔다.
▲ "4학년 땐 너무 빠르지요"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사회를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IB로 수업하려면 준비하는 데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고 밝혔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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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목 단원1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질문했다. 그는 전쟁사를 접하면서 평화를 위해 "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했다고 답했다.

"'평화'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활동이지요. 특히 텔레비전에서 이야기하는 평화를 어떻게 보는지 토론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업했습니다. 그 다음, '헌법'을 주제로도 수업을 했답니다. 선거 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내려갔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헌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3단원에서는 '변화'를 주제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질문했다.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논거를 곁들여 제시하는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는 변화가 왜 필요한지'와 같은 주제를 적어놓고 학생들에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이유를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행복을 지속되게 하려면 변화가 필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한 겁니다. 최근 세계는 저출산, 고령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동시에 세대간, 소득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화합과 협조를 하면서 지속 가능한 공생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회 변화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탐구 주제에 교사의 문제의식 스며들어 있어"

이 탐구 주제에는 세계적 흐름, 웰빙 이론, 다윈 이론에서 얻은 교사의 문제의식이 스며들어 있었다.

"'모두의 행복'은 학교 교육 목표인 '모두 행복하다'에 미야자와 겐지의 '전 세계가 행복해지지 않는 한,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라는 함의까지 더한 것입니다. '지속'은 미국의 심리학자 세리구만이 말한 다음 구절에서 가져왔습니다.

'웰빙은 행복처럼 일시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이고 더 본질적인 개념이다.'

또 '변화는 살아남은 씨앗이 가장 강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지적인 것도 아니요, 그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이라는 다윈의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365에도 송고 예정입니다.


태그:# 바칼로레아, #국제 바칼로레아, #IB 교육과정, #글쓰기,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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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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