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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고용난이 더욱 심해진다는 언론보도가 난 뒤부터 이 '소득주도성장'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이 아닌) 위험한 '이념'이다'(문화일보), '소득주도 정책은 반기업 정서를 확장한다'(중앙일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물'(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 등 주로 보수야당과 언론이 이에 대한 비판에 앞장 서 있는 형국이다.

양극화 심화와 고용난 심화의 언론보도가 과장되었는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해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이론이며, 폐기되어야 하는가'

'소득주도성장'의 논리는 간단하다. 대다수 국민의 소득을 증진시켜 국내소비시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논리이다. 과연 이 논리는 전례도 없고, 경제법칙도 무시하고 있으며, 또 반기업정서를 확장하는, 위험한 '이념'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경제의 법칙 - '수요와 공급의 균형'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불황은 이 균형이 극심하게 깨질 때 일어난다. 그렇다면 '수요와 공급' 중, 무엇이 부족해서 경제불황이 발생할까. 물론 '수요'다. 한 곳에는 물자와 재화가 넘쳐나는데도, 그것을 사줄 수 있는 '국민들의 구매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물자'와 '생산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신나게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줄 '민간의 구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다른 말로 '양극화 심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빈자들은 구매력이 없어 소비를 하지 못하고, 극소수의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소비'가 아닌 (시세차익, 불로소득을 위한)부동산 '투기'등에 나서면서 돈이 돌지 않게 된다. 당연히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활동에도 타격을 준다.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즉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회복, 경제가 원활히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경제법칙을 무시한 논리인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경제의 기본법칙에 아주 충실한 논리다. 또한,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 소비가 촉진되면 당연히 기업의 매출도 극대화된다. 이것이 어떻게 '반기업정서를 확장시키는' 논리인가.

'소득주도성장'의 전례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의 전례는 과연 없는 것일까. 1945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서유럽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번영을 이룩했다. 어떠한 배경이 있었을까. 故 김수행 선생의 연구를 살펴보자.

"유럽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의 경우 1950~70년대에는 경제성장률이 높았을 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도 확대되고 개선되었다. 이른바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룬 '황금시대'였다. 학교와 병원이 모두 무료였고, … 실업자에게는 실업수당을 주었고 저소득층에게는 소득을 보조해주였으며, … 노인들은 연금으로 생활했으며 … 중산층 이상이면 '당연히' 자기 소득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국가에 바쳤고, 국가는 이 세금으로 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고 확대했다. 따라서 이 황금시대에는 "성장이냐 분배냐"의 양자택일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고, 높은 성장률과 훌륭한 사회보장제도(또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선순환(virtuous circle)이 있었을 뿐이다." - 김수행, "'더불어 사는 사회'의 현실적·경제적 타당성"

갖가지 사회보장제도는 국민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었고, 따라서 '국민들의 구매력'이 극대화 될 수 있었다. 이 토대 아래 이 시기 서유럽은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보장제도를 확대·유지'했던 시점이 1945년 이후라는 점이다. 2차대전으로 전 유럽이 파산상태였던 시기에 그들은 강력한 사회보장정책으로 국민들의 구매력을 보전하여 황금시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해낸' 세계 10위권 경제국가 한국이, 최저임금상승으로 망하고, 돈이 없어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에 하고 싶은 말

이처럼 '소득주도성장'은, 경제법칙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흔들리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이다.(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비용'을 낮춤으로써 실질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연시되어 왔던 '대기업 위주의 이윤주도성장' 혹은 '뒷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부채주도성장' 패러다임에 익숙했던 국민들의 불안함과 의문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바꾼 '촛불'의 함성 속에는, '잘못된 성장방식'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대한민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태그:#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자본주의,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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