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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벗고, 갑질에 맞선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열린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벗어 던진 가면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 이희훈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가면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면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승무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광화문광장에 모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일제히 가면을 벗어던졌다. 지난 5월, 이른바 대한항공 사태 이후 촛불집회가 열렸을 때 등장했던 '브이포벤데타' 가면이었다. 무대 위에 오른 이들과 객석에 남은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얼굴을 드러냈다.

얼굴을 가렸던 가면은 하늘로 내던져졌고, 이윽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곧장 가면을 벗은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을 내보였고, 손을 맞잡은 채 눈빛과 미소를 교환했다. "항공재벌의 갑질에 맞서 당당히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를 열었다. 지난 5월 초 대한항공 직원들의 첫 집회가 열린 지 4개월여 만이고, 지난 7월 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마지막 집회가 진행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동집회를 연 것은 지난 7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를 맡은 이날 집회에는 태풍 '솔릭'의 여파로 비가 조금씩 내리는 와중에 6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가면을 벗고 "침묵하지 말자" "갑질격파" 등이 적힌 손팻말로 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의지를 드러냈다. 가수 허클베리핀과 킹스턴루디스카는 공연으로 힘을 보탰다.

"경영진 물러나는 게 경영정상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가면을 벗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희훈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가면을 벗고 무대 위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조합원인 김수련 승무원은 "입사교육 때 항공기는 항력, 추력, 중력, 양력의 원리로 하늘을 난다고 배웠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협력과 노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바로 인력이다"라며 "조종사, 정비사, 지상운송 노동자, 객실 승무원 그리고 저마다의 설렘과 사연을 안고 있는 승객들이 비행기란 공간에서 조화를 이뤄 비행기를 이륙시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모두의 마음이 조화를 이뤄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륙하는 기적을 매일 이뤄왔듯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멋진 공동체를 만들어 대한항공에서 실컷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매일 기적을 만들어내는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하면 그런 온 세상이 우리와 함께할 거라고 믿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노조 조합원인 김희영 승무원도 "부당하고 부적절한 상황에서 말 한 마디 하는 것을 우리는 보지도, 배우지도, 훈련받지도 못했다"라며 "말 한 마디 했다가 두고두고 진급하지 못하고, 옳은 소리했다가 외롭게 지낸 동료들을 봐왔다, 상급자들이 회사를 그렇게 만들어 온 결과 어느새 회사는 후배들의 무덤으로 변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구 선생을 다룬 영화 <대장 김창수>에는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해서 하는 것'이란 대사가 나온다"라며 "내 후배들에게 더 나은 직장을 돌려주고 싶다, 이것은 해야만 해서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아시나아항공의 총수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 요구도 이어졌다.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이영애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여성부장은 "비행기에서 손님이 버린 샘플을 깜빡하고 가방에 넣었다가 보안검색에 걸린 제 동료는 해고를 당했다"라며 "제 동료는 화장품 샘플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해외 명품을 밀반입한 조양호 일가는 어떤 벌도 받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충격적 갑질도 국민들의 머리에서 잊혀지고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가 거리로 나왔다, 그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대한항공이 갑질 항공사가 아닌 국민 항공사로 다시 태어나도록 싸울 테니 국민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IMF를 이겨냈고,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워크아웃도 직원들이 졸업시켰다"라며 "그런데도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경영진은 무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들이 퇴진하는 것이 바로 경영정상화다"라고 지적했다.

비행 스케줄이 잡혀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박창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처음 집회를 열 당시 우리는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우리 자신을 가면 속에 가둔 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젠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당당히 노조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섰다, 우리에겐 아주 굳건한 의지가 있고 함께 할 동료가 있고 응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기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갑질 근절? 확실히 감옥 보내야"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정치권에선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인 같은 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참석했다. 무대에 오른 이 대표는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경제가 최악이라며 이것이 시급 7539원 받고, 한 달에 158만 원 받는 저임금 노동자 때문이라고 한다"라며 "그런데 올 상반기 조양호 회장이 연봉 58억 원, 시급으로 607만 원을 챙겼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조현민도 퇴직금으로 13억 원을 챙겨갔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재벌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럴려고 촛불든 것 아니잖나, 재벌 갑질을 바로잡으려면 범법행위를 저지른 재벌들을 확실히 감옥에 보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항공노동자에겐) 필수공익사업이란 명목으로 헌법상 권리를 침해 당하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라며 "이런 반헌법적인 법률을 정의당이 꼭 개정하겠다, 이제 가면을 벗고, 노동조합이란 갑옷을 입은 채 당당히 나서자"라고 강조했다.

표창원·이학영·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영상을 통해 응원의 말을 전했다. 표 의원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미소 뒤에 아픔과 고통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많이 죄송스러웠다"라며 "비윤리적인 갑질이 난무하는 항공사는 반드시 타개돼야 하며 범죄 혐의에 대해선 모든 시민의 범법 행위와 똑같이 엄정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우원식·이학영 의원은 각각 "을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 "가면을 벗고 당당히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을지로위원회가 함께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심 의원은 "도덕성, 능력이 없는 경영자는 확실히 물러나야 한다"라며 "필수공익사업 해제를 통해 항공 분야의 자유로운 노조 활동이 보장될 때까지 정의당이 함께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조양호, #박삼구,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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