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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의 품격을 높이고,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도록 도우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죄수복을 입은 독립운동가의 본모습을 찾아 초상화를 만들어 주거나, 일대기를 오페라로 제작해 공연하고, 알려지지 않은 지역 독립운동가를 찾아 서훈을 신청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경기 화성시는 올해 초 시작한 화성지역 독립운동가 초상화 그려주기 사업을 최근 완료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은 대부분 수감자카드에 첨부된 사진만 남겼다.

수형 번호가 적힌 천 조각을 죄수복 가슴에 단 채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수감자 카드 속 독립운동가의 모습은 후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일제에 의해 범죄자로 낙인찍힌 조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수복 입은 사진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하소연을 들은 화성시가 초상화·캐리커처 업체에 의뢰해 죄수복을 한복으로 바꿔 합성한 초상화를 만들었다.

초췌한 모습의 독립운동가는 당당하고 강건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독립운동가는 형제, 친·인척 사진과 가족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초상화를 만들었다.

화성시는 15일 제73주년 광복절 행사에 22분의 독립운동가 유족을 초청해 초상화를 액자에 담아 전달했다.

1919년 4월 15일 화성시 팔탄면 고주리 집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7명의 증조할아버지 일가족이 잔혹하게 살해된 아픔을 간직한 유족 김연목(61)씨도 증조할아버지의 초상화를 받았다.

그는 "일제가 집을 불태워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았는데, 초상화로라도 증조할아버지를 뵐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면서 "초상화를 받게 되면 대대손손 가보로 잘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오페라로 제작하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이용해 독립운동 역사를 홍보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북도는 지역극단인 '로얄오페라단'에 보조금을 지원해 경북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 일대기를 그린 창작 오페라를 제작해 지난 11일 2회 공연했다.

석주 선생은 1911년 재산을 모두 정리해 50여 명의 식솔을 거느리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 독립군을 양성했으며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또 이상룡 선생 생가인 안동 임청각(보물 제182호) 원형복원사업도 한다.

1911년 이상룡 선생이 물려받은 전답, 99칸짜리 임청각 등을 처분해 만주로 떠난 뒤 독립운동에 투신하자 일제는 독립운동 성지와 같은 임청각 정기를 끊으려고 임청각 마당 한가운데로 철길을 냈다.

행랑채, 부속건물 등 50여 칸도 뜯어내 훼손했다.

임청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극찬해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도와 시는 일제강점기 강제 훼손된 항일독립운동 산실인 임청각을 복원·정비해 민족자존을 회복하고 애국애족 정신을 확산하기로 했다.

오는 10월까지 임청각 종합정비계획수립 용역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

임청각 복원과 함께 주변에 기념관도 세운다.

안동시는 또 임청각 독립운동 역사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체험하는 콘텐츠도 만들어 안동문화관광단지 유교 랜드 체험구역에 설치한다.

경남 하동군과 경남독립운동연구소는 하동 출신 4남매 독립운동가와 부부 독립운동가 등 21명을 찾아 최근 정부에 서훈을 신청했다.

지역 내 미발굴·미포상 독립운동가를 찾으려고 군청 기록관과 13개 읍·면사무소 문서고를 2년간 뒤져 21명의 항일 행적이 담긴 수형인 명부 등을 찾아낸 성과다.

특히 이번에 찾은 이들 중 김계정 선생은 김계영·태영·두영 등 3형제의 여동생으로 오빠들과 함께 4남매가 독립운동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선생은 독립 투쟁을 하다 체포돼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른 한인식 선생과는 부부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 독립운동가가 이번 발굴사업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돼 뜻깊고, 선열들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2015년 7월 제정한 '강원도 독립유공자 묘지 등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11개 시·군에 있는 독립운동가 묘 83기에 대한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밀사로 활약한 보재 이상설 선생의 생가 인근에 2020년 말까지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울산에서는 초대 대한광복회 총사령관을 지낸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의 서훈 등급이 공적에 비해 낮아 이를 올리기 위한 시민운동이 전개된다.

(김인유 장영은 심규석 임보연 이승형 김선경)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광복절, #독립운동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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