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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중인 장서연 변호사.
 강연중인 장서연 변호사.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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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조례 폐지 과정에서 충남 지역의 교회들은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나 일부 목사들의 성폭행 사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성소수자 즉,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충남지역 보수교회가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기자회견 중 교회 내부 문제를 비판하거나 폭로한 기자회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기자 회견의 상당수는 충남인권조례 폐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들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동성애 혐오' 피켓을 들거나,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이 같은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장서연 변호사도 그중 한사람이다.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소수자와 난민을 배척하는 현상들이 요즘 들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빨갱이'를 미워했는데, 그 미움이 점점 소수자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경쟁사회가 원인으로 보인다"며 "최근에 제주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을 보며, 한국 사회가 소수자 또는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과 상상력이 정말 빈약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장서연 변호사도 성소수자다. 그는 현재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동성애 반대' 문재인 사과 촉구한 성소수자 기습시위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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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남 아산시 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는 '헌법 새로 고침'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장서연 변호사는 그가 실제로 경험한 소송사례를 통해 성소수자 문제에 접근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은 남자 1번, 여자 2번으로 시작한다. 물론 주민등록증은 번호 속에 개인의 출신지역과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반 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트랜스젠더들은 주민등록증을 고치고 싶어 한다. 주민등록상(법적)으로도 여성임을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트랜스젠더들은 학창시절, 취업 면접 과정에서 겪었던 차별과 모멸감을 겪는다"며 "신분증에서 드러나는 성별의 불일치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평생 단 한 번도 투표소를 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한국 법원이 트랜스젠더들에게 성전환 수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들은 주민 등록 번호를 바꾸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수술대에 오른다. 물론 수술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1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트랜스젠더 성별결정에서 생식능력 제거와 성기변형수술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한국 판례에서는 성전환자들에게 정신과 진단, 성전환 수술, 생식능력 상실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트랜스젠더들에게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외부 성기 제거 수술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도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장 변호사는 "성소수자는 극히 소수이고, 전체 입장에서는 별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자기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조차 선생님들이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가정 안에서 커밍아웃도 힘들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인식을 가진 부모 밑에서 살다 보면 본인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기도 한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자살률이 유난히 높다"고 덧붙였다.


태그:#장서연 , #장서연 변호사 ,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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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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