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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래 사진을 봐 달라. 63빌딩 앞 한강에서 뜬 '녹조라떼'다.

63빌딩 앞에서 뜬 '녹조라테'
 63빌딩 앞에서 뜬 '녹조라테'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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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플라스틱 커피 용기에 녹조를 담았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플라스틱 커피 용기에 녹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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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8일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강담당 활동가와 동행했다. 처음 향한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행주나루터다.

녹조 썩은내 가 코끝에 와 닿았다. 오전 7시 50분, 행주나루터 앞 한강이 녹조로 물들어 있다. 정박해 있는 대여섯 척 배의 밑바닥도 녹조로 뒤범벅이다. 배의 뒷부분에 있는 은빛 프로펠러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고기 사체도 보였다. 배를 뒤집고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녹조 알갱이가 비닐에 촘촘히 박혀 있다. 물가에 드러난 강바닥도 녹색 빛이다. 김동언 활동가는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 커피 용기에 녹조를 담았다. '녹조라떼'가 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바닷물이 많이 들어왔는데도 녹조가 심하네요."

한강 하류로 이동했다. 김포대교에서 300미터 즈음 되는 강변이다. 강 건너엔 경인운하로 향하는 길목이 보였다. 여기서 김동언 활동가가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입었다. 보여줄 게 있다고 했다.

시커먼 펄이 올라왔다. 강바닥을 삽으로 퍼 올리자 보글보글 물방울이 올라왔다. 맨손으로 시커먼 펄을 만져봤다. 딱딱하게 굳어 있다. 시큼한 냄새도 났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서 맡았던 냄새다.

"여기도 물고기 사체가 있네요."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강담당 활동가가 한강 녹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죽은 물고기를 손에 들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강담당 활동가가 한강 녹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죽은 물고기를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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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나루터 앞 한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행주나루터 앞 한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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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활동가의 말이다. 녹조로 뒤덮인 물고기 사체였다. 그가 이걸 들고 강 속으로 몇 발자국 들어갔다. '한강 녹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작은 현수막도 들었다.

오전 8시 50분, 행주나루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민을 만났다. "고양행주어촌계" 소속이라고 밝힌 어민은 "녹조가 예년보다 빨리 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은 폭염이 길어지고 강도 저렇게 녹색이라 고기잡이를 안 한다. 수중보가 생기면서 (강)바닥이 메워지고 물을 가둬두면서 녹조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물고기 양도 예전 같지 않다."

그 시각, 밭에선 녹조가 핀 한강 물을 소형 양수 모터로 끌어다가 사용하고 있었다.

오전 9시 32분,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염창교 인근이다.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이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탔다. 그 옆으로 흐르는 안양천에 녹조가 끼었다. 콘크리트 기둥이, 시멘트 제방이 녹색 띠를 두르고 있다.

안양천에 핀 녹조와 죽은 물고기
 안양천에 핀 녹조와 죽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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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에 핀 녹조
 안양천에 핀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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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물길을 따라 움직였다. 낚시꾼들이 여기서 물고기를 잡았다. 숭어가 녹색으로 물든 안양천과 한강을 오갔다. 물가에서 죽은 숭어 사체를 발견했다. 김동언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조류경보 수치가 달라졌다. 당시 여름에 109일 동안 조류경보와 주의보가 반복됐는데, 그 후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을 고치고 취수구역과 친수활동구역의 녹조 수치를 따로 관리하게 됐다.

하지만 이게 더 위험하다. 물놀이나 수영, 수상레저 활동을 하다 보면 물을 먹게 되는데,  취수구역은 정화해서 먹지만 친수활동구역의 녹조는 그냥 마시게 되는 거다. 사정이 이런대도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리거나 하지 않는다. 이것부터 빨리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꺼내 자료를 찾았다. 지난 2015년 12월 1일, 환경부가 내놓은 보도자료가 있었다. 제목은 '조류경보제 개선으로 체계적인 녹조 관리'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물 1㎖당 유해 남조류 1,000개였던 발령 기준을 20,000개로 완화한다는 거다.

오전 10시 40분, 서울 용산구 한강철교 인근으로 이동했다.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시민이 보였다. 자동차에서 내려 10여 분을 걸었다. 63빌딩이 보이는 맞은편 강변이다. 한강 한복판까지 녹조가 창궐한 걸 목격했다.

이번에도 김동언 활동가가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입었다. 보여줄 게 있다고 했다. 삽을 들고 강물 속으로 들어간 그는 시커먼 펄을 퍼 올렸다. 맨손으로 만져봤다. 행주나루터에서 만져봤던 펄보다 미끈거렸다. 딱딱하게 굳어 있지는 않았다. 반죽처럼 말랑말랑했다. 하지만 냄새는 역했다. 하수구나 시궁창에서 맡던, 그 냄새였다.

63빌딩 맞은편 한강에서 퍼 올린 시커먼 펄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는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63빌딩 맞은편 한강에서 퍼 올린 시커먼 펄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는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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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녹조가 언제부터 발생했나?
"내가 목격한 건, 지난달 30일이다. 그날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대교 인근의 녹조 수치가 가장 높았다. 바로 현장에 와서 확인했다. 행주나루터는 지난 월요일(6일)에 갔다. 그때 비가 잠깐 내렸는데,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돼 녹조가 필 것 같았다. 현장에 가보니 녹조가 곤죽 상태였다. 이후 농도가 짙어지고 흐려지고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녹조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으로써는 신곡 수중보를 철거하는 거다. 녹조의 원인은 세 가지다. 느린 유속, 오염물질 유입, 수온. 서울은 1000만 명이 사는 대도시다. 오염물질을 줄이기 어렵다. 요즘과 같이 폭염이 지속되면 수온이 급상승하는데 이를 막을 길도 없다. 강이 흐르면 녹조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신곡 수중보를 철거하면, 유속이 2배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녹조는 독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시민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리고 한강에서 물놀이와 수상레저 활동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태그:#한강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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