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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 7월 1일,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페이스북에 쓴 '두부 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글의 요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만드는데 가공비 등을 생각하면 두부값이 콩값보다 비싸야 하지만, 수입 콩값이 올라도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지게 됐다는 것이다. 콩값을 LNG와 석탄 등 발전 연료로, 두부값을 전기요금으로 치환해보면 글의 의도를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여기서 콩값보다 싼 두부값은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의 항변인 셈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을 앞두고 요금 인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항변은 항변에 그쳤고, 두부값 즉 전기값은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들의 폭주하는 누진제 폐지 주장에 정부가 나서서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를 결정해 한전측 입장에서 보면 성수기 두부장사는 예전만큼의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두부 장사는 정말 손해를 볼까?

그럼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의 주장처럼 두부 장사는 정말 손해를 보는 걸까?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한국전력은 전기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수력, 원자력, 화력, 태양력 등의 발전소나 발전시설의 전기를 사와서 독점적 전기를 되파는 공급업체일 뿐이다. 그래서 한전 사장이 판다는 두부의 원가는 국제 LNG 가격이나 석탄 거래가격이 아니라 발전소에서 전력거래소를 통해서 사오는 가격이다. 이를 SMP(계동한계가격)이라 부른다. 전력거래소가 고시한 2018년 7월 SMP 평균 가격은 kWh당 86.58원이다. 전기를 두부로 비유한 한전 사장의 주장에 빗댄다면 두부 한모의 원가는 86.58원인 셈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 발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폭염에 따른 주택용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 발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폭염에 따른 주택용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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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 팔았는가는 한국전력 전기요금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일반용 전기 요금이다. 대형 쇼핑몰, 집단 상가, 백화점 등에서 주로 쓰고 있는 계약전력 300kW 이상 일반용 전력(을. 고압C. 선택Ⅲ)의 경우 경부하(23:00∼09:00)는 kWh당 53.7원, 중간부하(9:00∼10:00. 12:00∼13:00. 17:00∼23:00)는 kWh당 106.6원,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 kWh당 187.5원의 사용요금이 부과된다. 하루에 10시간을 원가 86.58원 전기를 53.7원에 팔아서 kWh당 32.88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철소, 선박제조, 반도체, 자동차 공장 등 대규모 사업장 계약전력 300kW 이상을 쓰고 있는 산업용 전력(을. 고압C. 선택Ⅲ)의 경우도 23:00∼09:00 사이는 kWh당 53.7원을 부과해 7월 기준으로 하루 10시간을 kWh당 32.88원을 밑지고 팔았다.

그런데 일반용 요금과 체계는 비슷하지만 산업용 전기에 유독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건 엄청난 사용량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분야별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이 56.3%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 사용 전기가 부산 전체의 주택용 전기보다 56%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다시 두부에 빗댄다면, 한국전력은 50%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하루 10시간을 원가보다 더 싸게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업은 하루 10시간 원가 이하... 주택은 400kW 이상 원가 3배 

가정에 배달되는 두부 가격은 시간대별로 가격을 달리하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상업용)과는 달리 사용량에 따라 차등을 두는 누진제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200kW까지는 사용요금은 kWh당 93.3원이다(주택용 전력 저압 기준)이다. 7월 SMP 평균 가격 kWh당 86.58원보다 6.72원이 비싸다. 그러나 누진 2단계인 200kW-400kW 구간은 kWh당 187.9원으로 원가의 2배가 넘는다. 400kW 이상은 kWh당 280.6원으로 원가의 3배 이상이다.

문제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구간 200kW의 전기를 쓰려면 큰 냉장고나 에어컨 등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름철이 아니더라고 전체 주택의 70% 이상이 300kW 이상의 전기를 소모한다. 300kW 이상은 '선택에 따른 과소비'라는 한전의 주장은 이 폭염에 선풍기나 틀고 살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전기 과소비 국가라고 이야기하지만, 1%의 부자와 99%의 가난한 자의 평균을 내는 어리석은 주장에 불과하다. 전체 전기사용량이 아니라 1인당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OECD 평균 전기소비량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7월 전기 요금 고지서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료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
▲ 7월 전기 요금 고지서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료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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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전기요금 우려가 커지고 누진제 폐지 국민청원이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7·8월에 한하여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구간의 상한선을 각각 100kWh씩 올려 1구간은 300kWh 이하, 2구간을 301Wh ∼500kWh, 3구간을 501kWh 이상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1500만 가구에 두 달 동안 1만원 경감을 가져올 수 있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했지만, 내용은 국무총리가 말한 '제한적 배려'일 뿐이다. 조삼모사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건 정부의 안일한 대응 결과다.

누가 나서서 두부값을 밑지고 팔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지난 40여년 동안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란 이유로 하루 10시간 이상을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해 왔던 건 기업성장에 목을 맨 역대 정부였다. 기업의 전기 과소비로 전력 공급에 적신호가 켜지면 국민들에게 눈 흘기며 전기요금을 올리고 발전소를 지어온 것 또한 정부였다. 주택용 누진제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 이유, 재벌의 욕심 때문이다. 여기에 편승한 정부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명료한 요구: 두부를 공평한 가격에 공급하라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두부를 공평한 가격에 공급하라는 거다. 어디에는 원가에도 못 미치게 팔고, 또 어디에는 한 모 살 때보다 두 모 살 때, 두 모 살 때 보다는 세 모 살 때 더 비싸게 팔아서 폭리를 취하지 말라는 거다. 국민들에게 원가에도 못 미치게 두부를 공급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7·8월 한시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는 정부 대책은 폭리를 취하던 두부 장수의 선심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은 싼값으로 전기를 써왔고 발전소를 지어서 돈을 벌어왔다. 글로벌기업 삼성이, 포스코가, 현대자동차가 자체 발전소를 갖추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만들어 쓰는 것보다 사서 쓰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 주택용 전기 사용량보다 많은 사용량을 쓰는 당진 현대제철소 같은 기업이 스스로 전기를 조달할 수 있다면 발전소를 더 짓자는 주장도 누진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내고 싶다는 것이지 깎아 달라는 게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3개월 누진제 한시적 인하 정책을 발표했을 때 박지원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전기세 껌값 인하, 서민 이해 못하는 대통령'
'산업용 전기요금 사이의 불균형, 모호한 원가 체계, 복잡한 누진제를 한꺼번에 손보자'

2년 전 반응에 다시 눈길이 가는 건 문재인 정부 대책이 박근혜 정부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전력은 두부장수가 아니다. 두부와 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두부는 선택적 재화지만 전기는 필수적인 재화이기 때문이다. 두부공장보다 못한 전기요금 체계를 두고 2개월 누진제 완화책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 근본적인 해결책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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