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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료원 재활 병동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측의 재활병동 폐쇄조치에 대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홍성의료원 재활 병동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측의 재활병동 폐쇄조치에 대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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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 지 1년밖에 안 된 충남 홍성의료원 재활센터 병동이 오는 8일자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에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병원 측의 갑작스러운 병동 폐쇄 통보에 황당하다며 반대 서명까지 받고 나섰다.

홍성의료원이 재활센터 병동 폐쇄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간호 인력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의료원은 최근 간호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근무 강도가 높은데도 급여는 대도시 종합병원의 간호사들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임신해도 밤근무, 지방의료원 간호사는 쉬고 싶다)

환자 보호자들 "병동 옮기면 재활치료 하기가 불편"

홍성의료원 재활센터는 지난 2016년 홍성의료원 본관 맞은편에 들어섰다. 홍성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재활센터 병동에 9명의 간호 인력이 배치됐다. 재활센터 3층에 있는 병실에 간호 인력을 우선 투입한 것이다. 재활센터 건물 3층과 4층에는 각각 41병상, 총 82병상이 있다. 하지만 4층 병동은 인력 부족으로 문도 열지 못했다.

현재 3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홍성의료원 재활센터에는 주로 뇌경색과 뇌출혈 등의 중증 장애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뇌경색 환자 A씨도 지난 6월 홍성의료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병원 생활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의료원 측은 지난달 25일 갑작스럽게 병동 폐쇄를 통보했다.

A씨는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본관 병동으로 옮기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홍성에는 두 개의 간호대학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간호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동 폐쇄가 결정됨에 따라 재활센터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본관 병실로 이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제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환자 가족들은 '좋은 시설'을 놔두고 오래된 병실로 이사해야 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병실을 옮기더라도 환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재활센터 건물을 이용해야 한다. 병동을 제외한 재활센터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홍성의료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일 홍성의료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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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보호자 B씨는 뇌종양을 앓고 있는 아들을 20년째 돌보고 있다. B씨는 "본관 병동으로 병실을 옮길 경우 환자 가족들은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며 "이동 거리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재활치료를 받기 전에 아들에게 기저귀도 채워야 하고, 바지도 입혀야 한다"며 "시간이 늘 빠듯하다. 지금도 시간이 부족한데 병실까지 멀어지면 지금보다 더 고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본관 앞은 차가 많이 다닌다. 급하게 나오다가 교통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하에도 재활센터로 가는 이동 통로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멀고 높낮이가 있는 곳이 많아 휠체어 이동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환자 보호자 C씨도 "지하로 이동하는 경우 공기가 탁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거들었다.

홍성의료원 "내년 4월쯤 병동 다시 열겠다" 

보호자들은 병동 폐쇄 사실을 통보받은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재활병동 폐쇄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우선적으로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에게 서명을 받고, 향후 홍성 시내나 터미널 등 병원 외부에서도 서명운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홍성의료원 측은 간호 인력 부족으로 병동을 잠시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준 홍성의료원 관리부장은 "간호사의 경우 지난 7월말까지 입사는 29명, 퇴사는 31명이다"며 "입사보다 퇴사가 많다 보니 현재 재활센터에 간호 인력을 투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 인력이 확보되면 내년 4월쯤 재활센터 병동을 다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락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홍성의료원지부장은 "환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찌되었든 홍성의료원은 병원이 처한 상황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간호사들의 인력 수급 문제가 결국 환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홍성의료원 , #병동 , #의료원 인력난 , #진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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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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