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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사람, 특히 여성과 소수자는 때로 혼자 사는 삶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좁은 원룸에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임대주택 청약 조건마다 '신혼부부'가 우대 조건으로 걸려 있는 것을 볼 때 절망합니다. 왜 주거정책은 모든 사람을 4인 정상가족의 (예비) 일원으로 취급할까요? 현재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평등하고 안전한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청년들의 시각에서 알아봅니다. -기자말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여성 1인 가구는 284만3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14%를 차지하며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반면 2016년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여성 1인 가구 중 44.6%가 일상생활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주거 안전에 대한 신뢰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혼자 귀가하는 여성,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과 위험은 언제나 존재했으나, 사회적 담론으로 떠올라 정부 정책의 수립에까지 영향을 미친 지 이제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지자체 및 중앙정부에서는 여성 주거 안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어떤 것들이 더욱 고려되어야 할까, 함께 짚어보자.

분리와 보호, 당장 필요해도 궁극적 해결책 아냐

서울시의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포스터
 서울시의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포스터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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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진 여성 주거 안전 정책을 펼친 지자체는 '여성안심특별시 3.0' 추진계획을 촘촘히 가지고 있는 서울특별시를 꼽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2013년 여성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후 아래와 같은 정책들을 추진·확대해오고 있다.

·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 저녁 취약 시간 (평일 밤 10시~새벽 1시)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동행하는 서비스. 120 전화 또는 안심이앱으로 신청.
· 여성안심택배 : 낯선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 무인택배보관함을 통해 택배물품을 수령하는 서비스.
· 여성안심지킴이 집 : 서울시 800여 개 24시간 편의점을 '여성안심지킴이 집'으로 위촉하여 여성의 위기상황 시 긴급 대피하고, 경찰신고, 안심귀가를 지원하는 서비스.
· 안심이 앱 : 여성이 범죄 위협을 느낄 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고하면, CCTV 등의 정보인프라와 연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긴급호출 기능, 위기 시 경찰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 여성안심주택 :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1인 여성가구의 안전과 생활패턴을 반영해 무인택배시스템, 세대별 24시간 비상벨 설치, 외부에서 수도 검침 처리 등 시스템을 갖춘 서울시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의 업무 보고에 따르면,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는 2017년 기준 약 36.5억 원을 투자해 약 32만 건의 운영 성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책정된 예산액은 약 44.8억 원으로 예년보다 증액되었다. 안심택배의 경우 2017년 약 4억6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해 1인가구 밀집지역에 약 200개소를 설치했다. 또한 안심이 앱을 전 자치구로 확대하고, 여성안심귀갓길 및 범죄예방디자인 적용 지역을 확대하는 등, 기존 여성 안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내실화할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타 지자체에서도 안심귀가서비스 등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선두 사례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경우 법무부, 경찰청,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기관에서 여성 주거 안전을 위한 정책을 집행·계획에 있다. 특히 법무부와 경찰청의 경우 여성과 함께 아동·청소년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범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관계부처에서 합동으로 발표한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에는 다양한 맞춤형 주택공급 계획 안에 여성안심주택 공급이 2018년 시범사업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적용 및 CCTV, 비상벨, 방범창 등 안전특화시설을 보강한 여성전용주택으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이다.

이상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여성의 주거 안전을 둘러싼 국가의 정책 대상은 '혼자 사는 여성' '혼자 귀가하는 여성'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주로 그 방식은 1) 범죄예방디자인 등을 통해 보다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안심귀갓길 등) 2) 여성과 낯선 남성의 접촉을 사전에 방지하거나(무인택배함·여성안심주택 등) 3) 여성이 혼자 있지 않도록 보호(여성안심귀가서비스 등)하는 것이다. 1)의 환경 조성 정책과 달리 2)나 3)의 분리와 보호 정책의 경우 조금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분리와 보호는 지금 당장의 필요성에 의해 임시 정책, 단순 보완정책으로써 역할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해줄 정책이라 볼 수는 없다. 혼자 살거나 혼자 귀가하는 여성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혼자 살거나 혼자 귀가하는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회 환경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책이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소멸'이 목표이다. 따라서 1인 가구 여성이 사회로부터 분리되거나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이 좋은 정책일 것이다.

모두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원한다

서울시의 ‘여성안심특별시 3.0 추진계획’
 서울시의 ‘여성안심특별시 3.0 추진계획’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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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울시의 '여성안심특별시 3.0'의 경우 "모두가 안전한 서울"이라는 비전과 "성평등의 일상화"라는 목표 아래 크게 평등, 존중, 안전 세 갈래의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고, 여성안심서비스는 여기에서 하위 세부과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 설계 아래 보완정책 중 하나' 정도로 보여진다. 다만, 개별 정책의 홍보과정에서는 이 점이 드러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의 경우 유관기관이 다양하고 개별 국민과의 거리가 먼만큼 정책의 '보완성' '다각성'이 수립과정에서나 홍보과정에서 더욱 그 의미가 담기기 어렵다.

안전한 주거 환경은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성에 대한 인지적 환경을 포함한다. 대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정책의 상명하달식 설계와 집행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것으로 보지만, 사실 어떻게 정책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인식과 행동에는 큰 영향이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여성 주거 안전 정책의 형태와 성격에 우려가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정 대상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고, 그를 보호한다는 관점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보호는 필연적으로 보호자와 보호대상자를 구분시키는 개념이기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의 주체성이 상실되는 현상을 낳는다. 그리하여 보호는 대상을 자주, 더 많이 특정할수록 보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공고히 하여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것이 되고, 이에 따라 일시적 분리가 결과적으로 사회와의 배제를 낳게 되는 것이다.

작년보다 올해 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안심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이 반갑지 않다. 지속과 확대가 필요한 것은 현 여성 주거 안전 정책이 그 자체로 완전한 정책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보호'는 소멸시켜야 할 개념이며, '보호없이 안전한 환경'이 추구되어야 할 정책 목표이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구의 보호 없이도 모두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원한다.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 이전 기사]
① "훔칠 건 없고 몰카를..." 경찰의 말, 그 원룸을 나왔다
② 밥그릇에서 좀벌레가 꿈틀... 이런 곳에서 평생 산다면
③ '지옥고' 30대 알바를 위한 주택은 없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가족부 ‘성평등드리머(청년정책참여단)’ 1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태그:#여성주거안전, #여성안심주택,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여성안심특별시, #성평등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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