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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세상에서의 작은 일탈

[뒷Book뷰]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18.07.20 17:2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지음 ⓒ 살림

필자는 성격이 아주 예민하고, 고집이 세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불공정하거나,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상식적인 배려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직면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로 인해 일주일씩 두통을 안고 살기도 한다.) 그런 필자에게 스트레스를 정리하고 냉정한 방향으로 생각을 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대는 일이다. 정말 괜찮은 사람에게 쓸만한 조언을 듣는 것은 아주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책은 높은 확률로 그런 필요를 채워준다. 물론 필자가 좋은 책 -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으로 - 을 고르기 위해서 신경 쓰는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 중 하나는 얼마나 '권위적이지 않고 읽기 쉬운가' 하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해당 책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물론 그가 바라본 아들러에 이르기까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다음의 문장을 함께 보자.

아들인 쿠르트 아들러에 따르면 아들러는 책상물림 지식인과는 정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아들러도 간혹 철학자처럼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그 경우조차도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은 지적인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이며, 결코 간단하지는 않지만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인 생각을 간결하고 최대한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본문 199p 中


심리학과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아주 품위 있는 과정이다. 다만 그로 인해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 본인 스스로가 교만해지는 것을 필자는 많이 봐 왔고, 유쾌하지 않은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으로 교만해지지 않으려 노력한 아들러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나친 경쟁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애쓰는 -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 문화 속에서 지쳤거나, 순간이라도 회의를 느껴본 경험이 있는 독자분들에게 이 독특한 심리학 세계에 빠져볼 것을 제안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이란 뭘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와 같은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봤다면 이 책은 만족스러운 답을, 아니 최소한 그 답을 향한 방향을 잡아줄 거라 믿는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
본문 26p 中


위 문단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다만 아들러에 따르면, '나'는 어떻게 살든, 어떤 행동과 태도를 보이든, 어떻게 말을 하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미워하고 저주하는 사람들은 '있다는' 것이다. 즉 내 행동의 변화를 통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혹은 최소한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생각에 100% 공감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행동을 집요하게 추궁하며 비판받아본, 또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감사를 표하며 존중받아 본 상반된 경험 말이다. 이 작아 보이는 생각의 변화 하나가 우리를 정말 자유롭게 해 줄 거라고 아들러는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생각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채롭게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면에서, 자녀를 품위 있게 교육하는 면에서, 또 다른 사람과 삶을 조율해 나가는 면에서 이 심리학은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라. 대신 그렇게 살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일들을 감내해 나가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찬성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본문 36p 中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그 선택이 다른 이에 영향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해설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우월 콤플렉스도 우월감도 가지지 않는다.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밑바탕에는 스스로가 못났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보통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 보통으로 있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특별해지려고 한다. 자신은 특별하고 우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다면 특별히 나쁘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문 111-112p 中

특별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은 자신을, 또 때로는 자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 중 어느 하나도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것을 믿어야 하며, 스스로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문 170p 中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화학 작용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주요 요소임을 설명하는 문단이다.

어느 한쪽의 분명한 것을,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죄악으로 보는 2018년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다소 이상적이다 못해 낭만적 사고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비교와 경쟁이, 또 많이 소유하는 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

21세기 한국은 역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학력,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많은 때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와 그 질은 결코 비례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을 만들어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에는 제도적인 개혁과 낡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이 있다. 그런 문제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틀 잡히려면 아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까? 아들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삶의 모든 요소는 외부적인 영향보다 자신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내부적 요인이 더 결정적이라고 아들러는 생각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가 생각나는 부분이지만, 문화권을 넘나들며 같은 사상을 가진 철학가가 있다는 점은 오히려 그 점에 - 마음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믿음 - 신빙성을 더해준다고 필자는 여겨진다.

우리 모두가 사상적 투사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잘못되어 있고 경직되어 있는 문화에 계속 순응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분명한 개인의, 또 필요하다면 단체의 목소리를 통해 잘못된 제도를 바꿔가야 할 것이다. 그것에 더해 우리 자신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고, 다른 사람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며, 강요가 아닌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 편견을 갖지 않는 사람의 수가 하나, 둘 늘어가게 되면 올바르지 않은 관행과 문화도 점차 변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필자의 삶 동안 적어도 이 문제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끝없어 보이는 경쟁에 지쳤다면, 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면,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자신이 없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기시미 이치로와 함께 아들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틀림없이 의미 있는 쉬어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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