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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계엄령문건' 내용 발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 청, '계엄령문건' 내용 발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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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광장에서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었을 바로 그때. 뒤편에서는 국민들을 총칼로 진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머리털이 곤두섰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정권을 위해 유가족들을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해왔다니... 이게 정말 대한민국인가 절망스러웠다.

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는 본 임무에서 벗어나 정치 공작을 자행하고 군사쿠데타를 주도했으며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의혹을 받는 등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주의에 크나 큰 오점을 남겨왔다. 더욱이 이번 일은 '계엄령'의 목적이 정권을 유지하고 정치권력을 보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국가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시한 사람, 실행한 사람, 보고받은 사람, 방관한 사람 모두 처벌받아야 하며 이번만큼은 해체를 포함한 확실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우리가 마주한 역사의 후퇴를 더 이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문제를 바로잡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무사 계엄검토 문건'에 대해 국법 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위법이자 위헌"이라고 결론 내렸다(JTBC 7월 18일 보도). 이번 일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국가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군대 그리고 문민통제

우리 헌법은 군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5조 2항) 군대의 역할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여기에는 군대는 자신들의 영역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는 개입해서는 안 되며 진출하여서도 안 된다는 의미까지 포함돼 있다(임천영, <군인사법>, 2007. 9. 8).

군사정권이라는 아픈 역사를 거울삼아 다시는 군대가 무력으로 정치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기무사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은 자신들의 영역과 권한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명백한 위법, 위헌인 것이다.

또 군대는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권력(무력)을 가진다. 물론 이 권력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 권력(무력)도 예외 없이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국민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 주체가 군대를 통제하는 '문민통제'의 원칙이다. 따라서 군대의 위법하고 위헌적인 활동이 계속 되풀이되는 이유는 정치주체인 국민의 힘이 닿지 않아서 즉, '문민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민통제'는 다양한 법과 제도로 구현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리이며, 결코 추상적이거나 공상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문민통제'를 위해 다양한 법과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에도 국무위원에도 임명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헌법 86조 3항, 87조 4항).

특히 국방부장관은 국민이 뽑은 민선대통령의 명을 받아 합동참모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국군조직법 8조).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대통령과 국방부를 통해 군대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문민통제'를 위한 법과 제도는 많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복입은 군인'으로 대변되는 국방부장관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방부는 국민을 대신해서 군대를 통제하는 문민통제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부의 장, 국방부장관은 군대 내부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군대를 통제할 수 있는 '민간인'이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법과 제도에도 5.16 쿠데타 이후에 제대로 된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한 적이 없다. 하나같이 그 안에 군인의 생각과 마음이 가득한 '양복입은 군인'에 불과했다.

'문민통제'는 진보·보수를 논할 수 없는 헌법적 명령이며, 평화의 한반도를 살아갈 우리가 당면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공약하고, 전직 해군참모총장인 송영무 국방장관이 "국방개혁의 기둥은 문민통제 성립과 3군 균형발전"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 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민통제'를 확립할 수 있을까?

'문민 국방장관'이 필요한 이유

대부분의 제도나 정책이 그렇겠지만 '문민통제'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꾸준하게 성과들을 이뤄나가야 한다. 나는 그 첫걸음이 '문민국방장관 임명'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첫째, '문민통제'를 추진할 동력을 가지고 꾸준한 이행을 담보받기 위해서는 주요직급에 대한 문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 법제화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는 "군인이 아닌 공무원의 비율이 연차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민화가 유의미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지시를 내리는 고위직급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앞서 말한 '문민 국방장관'을 보유한 나라들의 국방부(일본의 경우 방위성)가 다른 직급의 문민화 비율보다 실·국장급의 문민화 비율이 훨씬 높은 것도 같은 원리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실·국장급의 문민화 비율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문민통제'의 진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만약 '문민 국방장관'이 임명된다면 실·국장급을 문민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민통제'의 큰 진보를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방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문민 국방장관'이 임명돼야 한다. 국방개혁은 방만하고 비대한 군대를 저비용·고효율의 군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며 '문민통제'는 국방개혁의 대전제다. 능력과 필요에 맞지 않게 많은 병력과 예산을 유지해온 우리나라에서 국방개혁은 역대 정권 모두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군대의 강한 몸부림과 왜곡된 안보이데올로기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한반도 정세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국방개혁의 절실함이 대두되는 지금,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군 내부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일관성 있고 균형 있게 국방개혁을 추진할 '문민국방장관'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정부의 내각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공직자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과 '판문점 선언'을 거스르는 국방개혁을 내놓으면서 받아왔던 국민들의 비판이 이번 '기무사 문건' 사태를 방관한 것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송영무 장관을 국방개혁의 적임자로 보기 때문에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동의하지 못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주장대로 송영무 장관은 국방개혁의 적임자일까?

지난 19일 취임한 심승섭 신임해군참모총장은 취임사에서 "(지금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로 나아가는 대전환기로) 이러한 때일수록 군은 본연의 위치에서 강한 힘으로 정부의 정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군대의 방향도 결국 정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송영무 장관은 지난 '판문점선언' 이후에 열린 '국민참여 국방예산 토론회'에서 "(2023년까지) 3축체계가 완성될 것"이며 "이 시기(2023년)에 북한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내년에 50조 원(2018년 43조 원)의 국방예산을 요구하겠다"라고 밝혔다.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는 선제공격을 상정한 개념이다. 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 통일'을 천명하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에 정면으로 반한다. 또 저비용·고효율이 국방개혁의 목표임에도 50조 원의 국방예산을 요구하겠다는 것은 군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발언이 보여주듯 송영무장관은 정치에 따라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가 결코 아니다.

셋째,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에 부합하고 국민들의 신뢰는 받는 군대가 되기 위해서도 '문민 국방장관'이 임명돼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 6.12 싱가포르 성명들과 그 이행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대결과 전쟁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 평화로운 한반도를 뒷받침할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때문에 이런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갈등에 대해서도 이전의 군사적 방식을 추구하기보다 외교적·정치적 해결방식을 모색하고 구사할 수 있는 '문민 국방장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문민 국방장관'이 임명은 군대가 다시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민 국방장관'의 임명은 우리 군대가 국민을 위해, 그리고 국민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민통제'를 위해 '문민 국방장관'이 절실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물론, 나는 '문민 국방장관'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경험한 역사의 후퇴를 성찰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그 길 위에서 '문민 국방장관'은 가장 힘 있고 기분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무사 계엄 문건'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키고, 우리는 그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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