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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집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 무료사진 믿고 갔다가 30만원을 지불했다
 기자의 집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 무료사진 믿고 갔다가 30만원을 지불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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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아침, 전날 밤까지만 해도 잘 터지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먹통이 됐다. 급히 연락 올 곳이 있는데 난처했다. 급히 울산 중구에 있는 휴대전화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로 갔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수리를 하던 서비스센터 기사는 "수리비가 35만원 가량 나오니 아예 새로 구입할 것"을 권유했다. 친철하게 아래층에 있는 자사 휴대전화 매장에서 구입할 것으로 권하며 할인권이라는 명함을 내밀었다.

급한 마음에 1층 휴대전화 매장으로 갔다. 제품을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고장난 것과 같은 것을 달라고 했다. 직원은 비슷한 것을 권유했다. 서비스센터에서 준 할인권은 별 소용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계산을 치르고 매장 진열대를 보면서 시작됐다. 진열대에는 '가족사진 무료 이용권'이라는 쿠폰이 수십 장 놓여 있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져가라"고 했다.

미심쩍은 측면이 있어 직원에게 "무료가 맞냐"고 물었다. 직원은 "서로 지원한다"고 했다. 갑자기 고장난 전화기로 30여만 원이 날아간 상태에서 수십만 원 한다는 '가족사진 무료' 문구는 보상심리를 자극했다. 제대로 가족사진 한 번 찍은 적이 없던 터라 가족들 생각이 맞닥뜨려지자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각났다.

저녁에 귀가해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자기 아는 곳에서 전화기를 구매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평했다. 하지만 가족사진 무료권 부분에서 다시 좋은 분위기로 전환됐다. 결혼 26년 만에 제대로 가족사진 한 번 찍지 못한 죄스러움을 돌연 고장난 전화기가 만회해 줄 줄이야.

무료 가족사진 제공한다는 사진관의 친절한 안내, 하지만...

다음날 아침 무료 가족사진 이용권에 적힌 사진관에 전화했다. 연락이 되자 사진관에서는 카톡 친구가 되어 사진관 위치와 주차할 수 있는 장소까지 친절히 안내했다. 특히 "무료로 사진 찍어주면 가게는 어떻게 운영하냐"는 나의 우려에 "대기업(휴대폰 제조사를 지칭한 듯)에서 지원해 주니 괜찮다"고 되레 위로까지 해주는 섬세함도 돋보였다. '인생 새옹지마'라는 글귀가 다시 떠올랐다.

드디어 일주일 후 부산에 있는 아들이 합류해 가족 4명은 울산 남구 삼산동에 있는 A사진관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친절한 직원은 무료할인권을 제시하자 익숙한 듯 가볍게 처리했다. 잠시 대기후 사진관 여주인은 우리 가족을 사진실로 안내했다.

사진관 여주인은 친절했다. 표정 하나까지, 팔 위치 하나까지 가족 한사람 한사람에게 연출을 지도하는 성의를 보였고 고맙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연방 우리가족을 웃겨주며 절로 미소짓게 할 때는 "과연 프로는 다르구나"하는 존경심까지 들었다. 이렇게 하고도 무료라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랜시간 여러 포즈를 지도 받으며 수십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우리가족은 사진실 옆 사무실로 안내됐다. 사무실에는 크기가 다른 여러 가족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전해오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사진관 여주인의 첫 설명은 우리가족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조금전 우리 가족을 웃겨주고 친절하개 포즈를 잡아주던 그 입에서 "본래 50만원짜리인데 20만원 할인해 30만원입니다"라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50cm*40cm라고 했다. 단, 20cm*15cm 크기의 사진 2장을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주인은 뒤이어 "이것이 무료사진입니다"라며 30만원짜리 사진의 절반 가량되는 크기의 사진을 예로 들었다. "고객 대부분이 50cm 크기를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지금까지 많은 고객이 다녀갔지만 클레임(불만항의)은 한 건도 없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 선택의 시간이 왔다. 수초 안에 내 입에서는 선택의 말이 나와야 한다. 장시간 웃겨주며 포즈를 잡아주며 사진을 찍어댄 여주인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무언의 침묵을 깨야 했다. 그 침묵을 깬 건 아내였다. "무료라고 해서 왔는데..."

성질 급하고 체면치레 잘하는 나는 아내의 말을 잘랐다. 여주인이 베푼 장시간의 노력에 감히 무료로 사진을 가져갈 수 없다는 미안함이 그 바탕이었다. "30만원짜리로 해주세요" 나의 결정에 가족들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사람의 도리로서는...

30만원짜리를 선택한 내 마음은 더 아팠다. "무료라고 해서 왔지 30만원이라며 왔겠냐, 우리 형편에"라는 말이 입에 맴돌았다. "이런 식이면 대기업이 지원하는게 하니라 대기업에 수당 바쳐야 겠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하게도 우리 말고 다른 가족이 이 일에 처해 당황할 모습이 걱정되는 대인배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주인은 주문한 액자와의 기간을 고려해 사진이 한 달 뒤쯤 나온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가족이 사진을 찍었길래 한 달씩이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건 사기야'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내 입에서 터저나올 것만 같았지만 사기는 아니었다. 주인은 분명 무료 할인권대로의 사진(첫 설명한 사진과 크기가 차이가 나지만)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선택이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의구심에 불과했다.

그후 사진을 찾아오기까지 한 달 동안 많은 억울함이 찾아왔다. 울산 중구 성남동 거리를 걷다 같은 크기의 가족 사진이 7만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홍보되는 모습을 봤을 때와, 동네 사진관에서 이야기한 후 사진관 아저씨의 핀잔을 들었을때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사진은 계산한 지 한달이 지나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럼 왜 이 기사를 썼을까? 어제 한 포털사이트를 보다 'AD 무료 가족사진'이라는 줄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문득 독자들에게 우리 가족 사례를 말하고 싶었다. "단디 살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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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사관과 같은 역사의 기록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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