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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특성화고 졸업생들로부터 듣는 특성화고와 현장실습 이야기)에서는 특성화고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진로탐색의 기회마저도 성적순으로 주어지는 부조리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번 기사에서는 실제 현장실습을 나갔던 현장에서의 문제점과 학생들이 원하는 현장실습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참석자]
보라 : 취업반에서 진학반으로 진로 변경. 현재 대학재학중.
빨강 : 무역학과 전공. 콜센터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퇴사.
파랑 : 무역학과 전공. 학기 중 금융기관에 선입사 하여 현재까지 근무중.
Q : 인터뷰 진행자

- 빨강이는 언제부터 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빨강 : "11월부터 3-4월쯤까지 다녔어요."

- 빨강이는 특성화고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는데 콜센터에서 일했어요?
빨강 : "디자인과 남학생들도 과 상관없이 마트 물류창고 가기도 하고 그래요."

- 다닐만 했어요?
빨강 : "아니요."

- 어떤 점이 힘들었어요?
빨강 : "팀마다 팀장님이 다르고 팀장이 자주 바뀌는데, 업무 관련해서 별로 알려주는 게 없어요. 콜센터에는 로밍부서 등 부서가 여러 개인데 일단 모든 부서에 대한 내용을 한 번 알려주고 기억 못하면 '왜 기억 못하냐'고 했어요.

일하다 보면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실적압박이나 콜 수 못채우면 따로 상담받거나 '옆팀보다 못하면 안돼'라는 팀장의 말을 들어야하는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근데 또 퇴사하려하면 막았어요. 팀장보다 직위 높은 분들한테 말해서 강사나 높은 분들이랑 개인면담하고 그래요."

- 그런데 왜 안 그만두고 계속 다녔어요?

빨강 : "다른 애들은 다 취업 나가는데 그냥 있기도 뭐하고, 성적 중하위권 애들은 은행은 넣고 싶어도 못 넣고, 그냥 갈 수 있는데 가는 거죠."

- 그럼 전공과 관련 있는 곳에서 실습한 경우에는 졸업한 이후에도 관련분야로 취업을 하나요?
파랑 : "현장실습을 했던 곳에서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 적성에 맞아서 계속 근무하는 건가요?
파랑 : "아니에요. 그냥 참고 버티는 거예요. 학교에서 돌아오지 말라고 하니깐 그냥 참고 일하고..... 그래서 학교 졸업하면서 2월이나 3월쯤에 그만두는 경우가 꽤나 있어요. 그때는 학교 눈치 안 봐도 되니까. 학교랑 연도 끊고요."
보라 : "회사가 너무 안 맞아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돌아온 애들이랑 남아있는 애들이 한반 26~27명 중에서 12명 정도 있어요."

- 그럼 다시 돌아온 친구들은 다시 취업을 알아보나요?

보라 : "진학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스스로 알아보기도 하고 공고난 곳에 지원하기도 하고 그래요."

"적성 찾을 수 있게 짧게 체험하는 식으로 여러 곳 경험하는 게 필요"

- ① 성인근로자와 똑같이 대우를 받으면서 하루에 8시간 일하고 150만원 정도 받는 것(조기취업)이랑 ② 현장실습생으로 대우를 받으면서 하루에 3시간 일하고 돈은 적게 받는 것(적성탐색·체험)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아 보여요?

보라 : "저는 후자요. 일이 나랑 맞지 않으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체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빨강 : "근데 그런 건 진짜 필요한 거 같아요. 적성 찾게 짧게 체험하는 식으로 여러 군데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거요. 체험하는 방식도 우리가 업체를 돌아다니면서 적성을 찾는 것이나 회사에서 학교로 직접 와서 강의를 하고 내 적성과 맞으면 거기서 일해보기도 하는 식으로요."
파랑 : "저희가 이미 졸업하고 일 해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체험이요. 일단 일이랑 본인 적성이 맞는지가 중요하고, 저희회사는 학교 재학 중에 선입사해서 일하는 경우가 있고, 저처럼 6월에 합격하고 졸업 후에 입사하는 후입사가 있는데, 선입사와 같이 먼저 취업하는 경우는 방학도 없고, 학교시간보다도 길고,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 회사가 현장실습생들에게 노동자처럼 일을 시키지 않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하면 어떤가요?
빨강 : "그런 회사는 없을 것 같아요. 현장실습생을 교육시키는 만큼 본인들 일을 못하게 되는데 회사에 이득 될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보라 : "맞아요. 지금도 고졸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굳이 교육을 위해 현장실습을 시켜줄 것 같지는 않아요."
파랑 :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회의실에서 하는 회의와 강의를 교육이라고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사무실 자리 옆에서 배우는 것은 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네요. 차라리 그럴 거면 회사가 학교로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현장실습 기간을 1개월 내외로 하는 것은 어떤가요?

파랑 : "현장실습 기간을 1개월 내로 한다면 그 나머지 학교에서 보내는 1년의 시간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 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2학기 때 학교에 남아있는 전교생들이 현장체험실습이라고 해서 화장품제조업체에 실습을 나갔었는데 뭔가 실습하는 줄 알았더니 그 회사의 연혁, 무슨 제품을 만드는지 설명 듣고, 그 회사를 박물관처럼 견학했지 우리가 기대했던 걸 배우고 그런 실습은 아니었어요."

빨강 : "현장실습기간을 1개월 내외로 한다면 그 시기는 방학 이후가 좋은 것 같아요. 누구는 현장실습 나가서 일하고 있는데 누구는 학교에 남아있으면 일하는 친구들은 일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반대로 다른 친구들은 현장실습이든 취업이든 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그래서 그냥 똑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부분이 빠진다고 해도 특성화고에 진학할 건가요?

보라 : "인문계를 가면 일반 과목 배우는데, 인문계가서 배운 것에서 회계분야를 아예 모르고 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설사 현장실습이 없다고 하더라도 특성화고를 갈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현장실습제도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보라 : "현장실습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면 '고생했다'하고 반겨줘야 하는데, '취업해서 어떠냐' 이런 것만 물어봐서 싫었어요. 내년에 현장실습 나가는 학생들 위해서 자료수집 하려고  물어보는 것들요... 물론 저희 선생님은 그런 것이 없어서 좋았어요. 오히려 '힘들었니?' 이러면서 일에 대한 것은 나중에 묻고 먼저는 저희 안부부터 물으시고. 선생님마다 달라요."

전공과 전혀 무관한 업종으로 현장실습을 나가고, '적성을 찾기 위한 일 경험' 그 이상의 노동을 하며 업무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로 돌아가려고 해도  '학교가 우리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를 먼저 걱정하고 학교 눈치를 보느라 '졸업 때까지만 참고 다니자'라는 생각도 한다면... 대체 누구를 위한 현장실습제도인 걸까.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동일하다. '일과 본인의 적성이 맞는지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것인데 꼭 '재학기간 동안 어디든 취업해야 한다' 라는 인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언젠가는 본인 적성에 맞는 곳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 및 토대를 마련하는데 학교가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현장실습의 중심에 '학생'이 있도록 말이다.

[기사를 마무리하며] 인터뷰에 참여했던 노무사들의 한마디

"오로지 성적 하나만으로 일률적 판단을 하고 학생들의 소중한 진로탐색 기회를 박탈하는 현 실태에 개탄하며, 학생들을 위하지 않는 학교, 그러한 실태를 방조하는 교육부 그리고 현장에서의 문제를 손 놓은 노동부가 당장의 성과가 잣대가 아닌,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수립과 예산 증축을 하길 바란다." - 훈 노무사

"좌담회를 통하여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단순히 취업이 아니라 '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 등에 비추어볼 때 취업이 학교의 하나의 목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교육부와 특성화고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울 노무사


"
학생들이 원하는 현장실습 방식! 그리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현장실습제도가 안착되길." - 혜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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