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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는 한 달간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된 동물들이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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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만난 날부터 볼 때마다 더없이 반겨주던 백구 가족. 하지만 얼마지 않아 새끼들은 동네 사람들에 다 분양되고 남아 있던 가장 작고 약해 뵈던 아기 백구 하나는 어느날 갑자기 안 보였다. 어미는 늘 짧은 쇠줄을 바짝 당겨 내게 다가오려 애썼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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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가족 바로 옆집에 사는 리트리버 삼봉. 덩치가 꽤나 크고 표정이 굳어 있어 처음엔 가까이 가기가 망설여졌는데 세 번째쯤 만났을 때 돌담에 턱을 괴곤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얼굴을 만져주니 더없이 순한 아이 같아졌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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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가게에 사는 빛나는 검정 털을 가진 리트리버. 슈퍼마켓이나 세화 해수욕장을 보러 가는 길, 늘 마주쳤는데 밥그릇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햄이나 기타 다른 음식들이 푸짐히 담겨 있었지만 너무 짧은 줄에 묶인 녀석은 무료하게만 보였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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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용품 가게 아기 백구. 앞서 백구네 아가들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어려 보여서 엄마 품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싶었다. 날씨 흐린 날,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 봉투에 흥분해 껑충껑충 뛰며 놀다 줄에 발이 꼬여 저러고 앉았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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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에 만난 비글. 처음 며칠은 어찌나 우렁차게 짖어대던지. 제 집에 연결된 녹슨 쇠줄이 풀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몇 번째쯤일까. 여전히 귀가 따갑게 짖었지만 녀석이 웃는 듯 보였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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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인 세화해녀민속시장이 열린 날. 장 구경을 하러 가던 길에 본 누렁이. 1미터도 한참 안 돼 보이는 줄에 묶여 무기력한 표정으로 제 집에 누워 있었다. 한낮의 제법 뜨거운 햇빛 가운데. 제 집 앞에 놓인 그릇 안엔 뒤죽박죽 사람 먹는 음식이 뒤섞여 있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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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는 백구. 어느 날엔 편의점 앞에, 어느 날엔 길 건너 전신주에 묶여 거의 언제나 낮잠을 자던. 낮잠 자는 것 외엔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이기도. 딱 한 번, 편의점 근처에 유기견으로 보이는 다른 백구가 다가오자 사납게 짖어댔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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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목격한 죽은 개. 차도 옆 수풀에 누워 있었는데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오동통하니 여전히 사랑스러운 손발이 개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듯도, 개가 맞다면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은 꼬마였던 듯. 한껏 꺾인 목에 주인이 묶어 주었을 초록 목줄이 보였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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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옆 어느 해변가에서 트럭 뒤에 묶인 말 한 마리를 봤다. 정오가 가까워 햇살이 제법 강했는데 차량에 사람은 없고 말은 50센티미터도 안 되는 짧은 줄에 묶여 있었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인들 말과 같은 처지에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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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숙소 뒷뜰에서 만난 길고양이 두 마리. 앞서 일면식이 있는, 깡마른 아기 고양이가 먼저 와서 녀석 다니는 길에 밥을 두고 멀찌기 떨어지니 와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보니 얼룩 고양이 한 마리도 와 있었는데 적은 밥을 같이 나눠먹고 있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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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오름 가는 길에 운 좋게 목격한 이색 풍경.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건지, 말 십여 마리가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말갈기가 멋졌다. 그간에 만난 줄에 묶인 동물들을 볼 때와는 달리 마음이 한결 가볍고 흐뭇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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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한 식당 앞, 오가는 사람들 아랑곳 않고 낮잠 삼매에 빠진 개들. 사람들이 되레 천연덕스러운 개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행여 개들의 잠을 깨울까 목소리를 낮추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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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미로공원의 고양이들. 제주도와 고양이를 사랑한 어떤 한 사람의 마음이 씨앗이 되어 오늘날 아름다운 미로숲과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람과 이웃하며 사는 고양이들의 안식처가 생겼다. 사람 마음 먹기 나름으로 수많은 삶이, 우리 전체 삶의 풍경이 달라짐을 실감했다.

함께 해주세요
뺑소니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을 하면서 이밖에도 많은 동물을 만났습니다. 행복한 동물도 여럿이었지만 그보다 사람이 조금만 마음을 바꾸고 배려하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동물들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여정 중에도 계속 만나게 될 동물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형편이 되는 한 돕고자 합니다. '1미터 지옥'이라 부르는 너무 짧은 목줄에 묶여 사는 동물에겐 보다 길고 편안한 몸줄을, 밥이 필요하면 밥을, 약이 필요하면 약을, 그리고 강호에겐 휠체어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강호와 저의 여행을 응원하고 곤란한 처지에 있는 동물들을 합께 돕고자 하는 분들은 '원고료'나 직접 후원으로 마음을 전해주세요. 보답으로 일정액 이상 후원자 중 원하시는 분께 제가 매일 한 장씩 서툴지만 애정과 정성 듬뿍 담아 그리는 동물 그림 엽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전 글] 고양이와 제주도, 아는 만큼 더 사랑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 두 다리뿐인 강호가 좀 더 오래, 편히 걸을 수 있게 휠체어를, 여행하며 만나는 '1미터 지옥'에 묶인 동물들에겐 좀 더 길고 안전한 몸줄을, 밥이 필요하면 밥을, 약이 필요하면 약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원고료' 또는 직접 후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우리의 실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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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20182 보다 맘껏 걷고 싶은 두 발 고양이 강호와, 강호와 함께 여행 중에 만나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웃들 그리고 이 여행 끝에 다시 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위한 모금에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