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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맘때면 40대 후반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 또래들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여름이면 들로 산으로 곤충 잡으러 뛰어 다니던 추억을 떠올린다.

물론 요즘 아이들도 부모님의 세심한 배려 혹은 뜻있는 선생님들의 관심 덕에 같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은 매미를 얘기하면 책을 읽고 인터넷을 찾아보는 경험의 비중도 만만치 않을 걸로 보인다.

그 정보들 중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 선생님의 <파브르 곤충기>와 내가 예전에 썼던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발견한 매미의 생태 이야기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아마 지금 파브르 곤충기를 읽는 아이들이 있다면 우리 때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 읽게 된 '파브르 곤충기'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포스터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포스터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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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년을 공들였던 도심 매미에 대한 생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고 2015년에야 IPTV, 디지털케이블, 네이버 등 각종 온라인 매체의 VOD서비스 방식으로 배급을 시작했다.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를 완성하고도 11년이나 걸린 작업이었다.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2011년, 감독 박성호, 98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의존했던 자료가 파브르 곤충기의 매미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 어린이용으로 재편집, 번역된 책들이어서 그 뉘앙스에 따라 어디까지가 파브르 선생님이 관찰한 내용인지 알기 힘들었다.

불어에 문외한이기에 원전을 구해 읽어 본다는 건 불가능한 것이었고 그나마 번역본 책을 구하려 해도 결국 일본책을 번역한 것들이 많았던 상황이었다. 결국 매미 생태에 대한 일반화는 오로지 나의 관찰 결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매미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는 7년간 촬영되었고 10년만에 완성되어 현재 여러 VOD플랫폼에서 상영되고 있다. 사진은 저자이자 감독 박성호
▲ 매미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는 7년간 촬영되었고 10년만에 완성되어 현재 여러 VOD플랫폼에서 상영되고 있다. 사진은 저자이자 감독 박성호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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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국 잘 번역된 한글 완역본을 구하게 되었고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나의 관찰 결과와 파브르 선생의 관찰 결과에 대한 비교를 하게 되었다. 파브르 곤충기 프랑스 원서를 구하는 것은 결국 독해의 문제에 부딪힐 것 같아 잘 완역한 우리나라 책을 찾았다. 그 책이 바로 현암사에서 나온 완역 <파브르 곤충기> 10권 시리즈 물인데 5권에 매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파브르곤충기 완역본(현암사) 파브르곤충기 원본을 잘 번역한 국내 완역본 중 매미가 나오는 5권
▲ 파브르곤충기 완역본(현암사) 파브르곤충기 원본을 잘 번역한 국내 완역본 중 매미가 나오는 5권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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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5권은 총 22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중 13에서 17챕터가 매미 부분이다. 그런데 이 비교 작업들이 왜 이리 떨리는 것일까? 그의 명성이 워낙 대단한 것이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같은 관찰자로서 뙤약볕 아래에서 무수한 날을 보냈기에 그 결론들이 어떻게 달랐을까 하는 지적 호기심과 자존심이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글부터 시작해서 매미 생태에 대해 주요한 몇 개 부분으로 나눠 나와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 결과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얘기는 바로 '매미의 산란'이다. 특히 매미가 주로 산란하는 나뭇가지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가 파브르

일반인들에겐 매미의 산란은 우화나 울기에 비해 비교적 관찰이 쉽지는 않다. 운이 많이 따라야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몇 번의 산란을 관찰하고 영상으로 기록했다. 파브르 곤충기에 나오는 매미의 산란 부분을 보면 내가 영상으로 기록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매미는 암컷이 숫컷과 짝짓기를 하고 나면 얼마 후 산란관을 나무줄기에 찔러 넣고 그 안에 산란관을 통해 알을 밀어 낸다. 한 산란흔적(아래 산란흔)에 대략 10여 개 이상의 알을 낳고 나뭇가지의 한 지점에서 산란이 끝나면 바로 바로 옆에 또 산란을 한다. 대략 한 나뭇가지에서 발견되는 30~40여 개의 산란흔이 한 마리의 매미 작품인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한 마리의 매미가 한번에 300~400개의 알을 낳는 거다.

이번에 구한 완역본을 보면 파브르 선생님은 영상으로 기록하지 않고 글로 기록을 했음에도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질 정도로 묘사가 아주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 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란하는 방식이나 산란한 흔적들 그리고 알에 대한 묘사가 영상을 보지 않고도 그려질 정도면 그는 단순한 생태학자이기 이전에 글을 잘 쓰는 분이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파브르 선생님의 글쓰기는 곤충 생태에 대한 단순한 묘사라기보다 곤충 세계에 대한 문학적 서술에 가깝다. 예를 들면 매미가 산란한 구멍에 알을 낳는 좀벌과 그 알이 매미 알보다 먼저 부화하여 매미 알을 인간 세상의 달걀과 같은 영양원으로 전락시키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에서 파브르 선생님은 매미 어미를 우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가엾은 산모로 만들어 버린다.

매미 산란장소의 특징을 일반화 할 수 있을까?

파브르곤충기3-매미노래의비밀(고려원미디어) 일본 작가 오쿠모토 다이사브르씨가 편역한 파브르곤충기
▲ 파브르곤충기3-매미노래의비밀(고려원미디어) 일본 작가 오쿠모토 다이사브르씨가 편역한 파브르곤충기
ⓒ 고려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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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나의 기록과 차이가 없는 반면 매미가 어떤 곳에 산란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결국 갑론을박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는 게 완역본을 읽은 결과다.

매미 촬영 초반에 산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은 책은 일본의 불문학 교수이자 아마추어 곤충학자인 오쿠모토 다이사브르씨가 10권의 파브르 곤충기를 8권으로 편역해서 낸 <파브르 곤충기3-매미 노래의 비밀>(이종은 옮김, 김학열 감수, 고려원미디어)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정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출간 후 일본에서는 엄청 팔렸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1992년에 번역 출간되어 아직도 꽤 괜찮은 편역서로 팔리고 있다. 편저자는 '매미가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고 아주 단편적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정작 매미 산란을 촬영한 곳은 마른 나뭇가지(죽은 나무)인 경우도 있었고 살아있는 나무인 경우도 있었다. 첫 번째 산란을 촬영한 곳은 살아있는 단풍나무의 어른 손가락만 한 가지였다. 물기가 당연히 있는 그런 가지였다.

그런데 다른 해에 매미 산란을 촬영한 곳은 백화점 앞 화단의 어린 나무를 지지해 놓은 지지목 그러니까 수분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하는 죽은 나무였다. 굵기도 어른 손가락 굵기가 아니라 팔뚝만 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98분, 2011년) 다큐멘터리에서 다루기도 했다. 마른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는 파브르의 관찰 결과는 적어도 내가 본 결과와는 다르다는 방향이었다. 그렇다면 매미가 진짜로 산란하는 나뭇가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단풍나무에 산란중인 말매미 매미는 꽁지에 있는 산란관을 몸 밖으로 꺼집어 내서 나뭇가지에 박아 넣어 그 속에 알을 낳는다
▲ 단풍나무에 산란중인 말매미 매미는 꽁지에 있는 산란관을 몸 밖으로 꺼집어 내서 나뭇가지에 박아 넣어 그 속에 알을 낳는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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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관찰의 대가라고 하는 파브르 선생님은 과연 일본 저자의 편집 번역처럼 "매미는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라고 그대로 기술했을까?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현암사) 5권 매미 부분 마지막 챕터인 17장 '매미-산란과 부화'는 "유럽깽깽매미는 알은 마른 잔가지에 의탁한다(산란가지 언급1)"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문맥상 따져 보면 이건 아무래도 레오뮈르라는 다른 연구자의 결과인 듯하다. 일본 학자 오시모토는 이걸 그대로 가져다 쓴 걸로 보인다. 완역본 <파브르 곤충기>에선 바로 같은 페이지에서 파브르 선생님이 레오뮈르의 조사 결과에 반론을 제기한다.

먼저 산란하는 나무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레오뮈르는 주로 뽕나무의 알만 수집하였는데 이건 다양하게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며 뽕나무 외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 서양벚나무, 광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산란을 한다는 게 파브르의 서술이다. 더불어 중요한 산란 장소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르게 기술한다.

"가능하면 얇은 목질 층에 수질이 많은 줄기로, 밀집에서 연필 굵기의 가는 줄기를 원한다. 이 조건만 채워지면 어느 실물이든 별로 상관없다.(산란가지 언급2/파브르곤충기 5, p285)"

나도 초여름 단풍나무의 손가락 굵기 만한 가지에 산란 중인 매미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조건이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서 파브르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다시 뒤집는다.

"받침나무(매미가 산란하는 나뭇가지)는 무엇이든 좋으나 완전히 마른 것이 원칙이다.(산란가지 언급3) 그러나 내 기록에는 푸른 잎이 나 있고 꽃이 핀, 즉 살아있는 줄기에 낳은 경우도 몇몇 적혀 있다.(산란가지 언급4) 물론 이런 예외적인 경우라도 줄기 자체는 상당히 말랐다.(산란가지 언급4)"

무슨 이야기일까? 완전히 마른 것이어야 하는 게 원칙인데 자신의 기록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에 산란한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산란가지는 말라있었다?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한 언급이 문단마다 달라진다. 심지어 네 번째 언급에선 한 문단 안에서 시작과 끝이 다른 상태다.

왜 파브르 선생님은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했을까? 게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가능하면 얇은 목질 층에 수질이 많은 줄기로..."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 왜 대부분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고 했다가 수분이 있는 목질이어야 한다고 번복을 하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일본 학자 오시모토의 책에서는 완전히 빠져있다.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한 기술이 고작 첫 문장이 다였으니 편역본에 의존한 나로서는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결과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완역본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해봐도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 결과는 결국 일반화하기에 자신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산란흔 관찰 시점에 대한 고려 필요

이렇게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해 한 명의 관찰자조차 오락가락 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을 난 관찰 시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란하던 시점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였겠지만 시간이 지나 산란흔이 발견된 시점에는 나무 목질이 손상되어 죽어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파브르 곤충기에는 산란가지에 대한 설명도 꽤 나오고 매미가 어떤 나뭇가지를 좋아하는지도 여러 번 언급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관찰한 것에 의존해 설명하는 선생님이 산란가지를 관찰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내 경우엔 살아있는 가지에 산란하는 매미를 본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최소한 관찰 시점을 늦은 여름으로 맞추면 결국 매미가 산란한 가지의 특징은 말라있다는 서술은 틀리지 않게 된다. 무슨 얘긴고 하니 산란을 할 때는 분명 수분이 충분한 목질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사람 손가락 만한 굵기의 가지에 그리 많은 구멍을 내고 한 구멍 안에서 10여 개의 알을 낳으면 그 줄기의 수맥은 어떻게 될까? 뿌리로부터 수분을 흡수해서 잎이 붙어 있는 가지 중간 중간, 혹은 끝단까지 수분을 보내야 하는데 매미의 산란흔이 이를 방해하게 된다.

하루 이틀 며칠이야 가지가 견디겠지만 그 기간이 몇 주를 지난다면 결국 가지는 수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버릴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매미가 산란하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 이후 산란된 가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매미가 산란하는 나뭇가지의 특징을 일반화하는 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매미가 산란하기 좋아하는 나뭇가지의 특징과 산란흔이 있는 나뭇가지의 특징은 다르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매미의 산란이 나뭇가지의 생육에 영향을 주어 죽게 되지만 원래 매미는 건조한 죽은 나뭇가지보다 살아있는 나뭇가지에 산란하기를 더 좋아한다고 봐야 할 듯하다.

매미의 산란으로 죽은 단풍나무 가지 가느다란 나무 가지에 매미가 산란관을 찔러 넣어 수많은 알을 낳게 되면 가지는 수분공급에 문제가 생겨 말라 죽을 수 밖에 없다
▲ 매미의 산란으로 죽은 단풍나무 가지 가느다란 나무 가지에 매미가 산란관을 찔러 넣어 수많은 알을 낳게 되면 가지는 수분공급에 문제가 생겨 말라 죽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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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산란하여 죽은 가지 속의 매미 알들(그림 김동성)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출판사)에 나오는 산란가지와 산란된 알을 묘사한 삽화
▲ 매미가 산란하여 죽은 가지 속의 매미 알들(그림 김동성)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출판사)에 나오는 산란가지와 산란된 알을 묘사한 삽화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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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내 논리를 뒷받침하는 하는 경험을 했다. 내가 최초로 말매미의 산란을 촬영한 것은 여름이 시작되는 7월초 단풍나무에서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촬영만 했을 뿐 매미의 행태에 대한 정보가 빈약해서 그냥 매미가 나뭇가지에 앉아 꽁지를 심하게 움직이는 이해 못할 행동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9월초 여름이 끝나갈 무렵 촬영본을 유심히 리뷰하다가 말매미의 꽁지에서 산란관이 나오고 그걸 나뭇가지 표면에 밀어 넣는 산란 장면을 발견했다. 파브르 선생님 설명대로 한 곳에 산란을 하고 나면 조금 전진해서 다른 구멍에 또 산란관을 찔러 넣었다.

그날 바로 그 장면을 촬영한 나무를 찾아가 봤더니 매미가 산란한 가지가 눈에 바로 띄었다. 여름의 끝자락이라 하더라도 단풍 나뭇잎들은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이었다. 그런데 유독 죽어 있는 잎들이 달려 있는 나뭇가지가 있었다. 촬영본의 그림을 캡처해서 촬영 위치에 서서 비교해보니 바로 매미가 산란을 했던 그 나뭇가지였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죽은 나뭇가지 표면에 매미의 산란흔이 수십 개나 있었다. 손가락 굵기 만한 나뭇가지를 그렇게 헤집어 놨으니 수분의 공급이 원활치 않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당연히 산란 시점에만 해도 살아있었을 나뭇가지가 천천히 말라갔을 테고 급기야 죽어버렸다는 걸 의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파브르 선생님은 결국 매미가 산란하는 순간이 아니라 산란되어 있는 나뭇가지들을 보고 매미는 주로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 한다'라고 기술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파브르 선생님의 설명이 일관되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이 시간 경과에 따른 나뭇가지의 변화에 대한 기술을 빼 먹었기 때문인 듯하다.

매미가 마른 나뭇가지가 아니라 수분이 꽤 있는 살아있는 목질에 산란하기를 더 좋아한다는 다른 근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미 연구는 매미를 해충으로 간주하고 있는 농업이나 임업에서 꽤 많이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자료를 보면 사과나 복숭아 등의 과실수들의 살아있는 나뭇가지나 심지어 어떤 때는 과육에 매미가 산란을 지나치게 해서 재배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고들이 자주 발견된다.

과육의 경우 매미 산란기에 봉지를 씌우는 게 유일한 피해방지법이라고도 한다. 과육이든 살아있는 나뭇가지든 이 산란 장소의 특징은 수분이 충분한 곳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생태학에서 일반화의 한계

그렇다면 세심한 관찰로 정평이 나 있는 파브르 선생님은 왜 이런 오류를 범한 걸까? 곤충 생태학자로서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오류라고 하기보다 좀 과도한 일반화를 한 게 아닌가 싶다.

1600년대 중반 뉴턴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근대과학은 파브르 선생님이 사셨던 18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여전히 여러 분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을 위해서 가장 중시되었던 일반화라는 과제는 생태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자연과학 중에서도 실험보다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관찰 의존도가 높은 생태학의 변화는 더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변화의 여정에 있던 한 곤충 관찰의 대가도 나름 흐름에 맞게 관찰 결과의 나열보다는 최대한의 일반화를 시도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파브르 선생님이 단순 관찰이 아니라 관찰 실험에 치중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하지만 파브르 곤충기의 매미 산란 가지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설명은 어찌 보면 자연과학을 모방하려 했지만 주체성을 가진 인간을 탐구할 수밖에 없는 사회과학의 행태주의가 포스터 모던 시대에 겪고 있는 오류와 많이 닮아 있어 보인다.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주체성을 가진 대상에 대한 일반화는 그 한계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파브르 선생님도 곤충 행태의 규칙성, 상관성 및 인과성을 경험적으로 입증하고 설명하려 했지만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그의 내부적인 갈등이 관찰기의 일관성을 해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브르 선생님의 곤충 관찰능력과 묘사는 여전히 어떤 생태학자들도 감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혹 이번 여름 동안 파브르 곤충기를 읽는 아이들이 있다면 책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제작하고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를 저술한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박성호 감독이 작성한 글로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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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다채널 방송사에서 전략기획업무 총괄 및 예능프로그램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