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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흔하디 흔한 여름꽃 개망초, 그들이 아무리 흐드러지게 피었은들 어떤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 개망초 흔하디 흔한 여름꽃 개망초, 그들이 아무리 흐드러지게 피었은들 어떤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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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꽃을 만나러 가자. 아주 오랜만에 작정하고 그들을 만나러 갔다. 물론, 아주 특별한 곳이 아니라 일상에서 걷던 길이지만 오늘의 시선을 '들꽃'에 두자는 다짐이었다.

사람의 눈은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어떤 것들은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고, 봐야만 하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의 눈에는 보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꽃'을 보기로 작정하고 걸었더니, 그간 보이지 않았던 개망초가 어느새 끝물의 몸부림으로 무성지다.

저렇게 무성하게 피어날 때까지도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관심, 나의 눈이 다른 곳에 쏠려있었다는 뜻이리라.

토끼풀 흔하디 흔한 꽃이지만, 그들 조차도 흔하게 볼 수 없을 때가 있다.
▲ 토끼풀 흔하디 흔한 꽃이지만, 그들 조차도 흔하게 볼 수 없을 때가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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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것이라서 보려고 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볼 줄로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누구에게는 너무 흔해서 없는 것처럼 보이고, 누구는 간절히 원하지만 볼 수 없기도 한 것이다.

꽃뿐 아니라 세상사가 그런 것이 아닐까? 일상에서 만나는 것을 우리는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그것이 가장 거룩한 것이며 가장 특별한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날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별일 없는 날'이기에 특별한 날이요, 감사한 날인 것이다.

물칸나 수생식물 물칸나, 곧은 줄기와 보라색 꽃이 매혹적인 식물이다.
▲ 물칸나 수생식물 물칸나, 곧은 줄기와 보라색 꽃이 매혹적인 식물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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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 건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나는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살기 위해서 먹는다' 생각했고, 알약 같은 것이 있어 '먹는 행위'로부터 벗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다가 최근 금식할 일이 있었는데, 내게 남다르지 않은 식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삶의 여정에서 '먹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밋밋하게 하는지도 깨달았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그 중에서 사실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굶는 행위를 통해서 조금은 깨닫게 된 것이다.

부처꽃 습지를 좋아하는 부처꽃, 그 이름이 붙게 된 내력도 있을 터이다.
▲ 부처꽃 습지를 좋아하는 부처꽃, 그 이름이 붙게 된 내력도 있을 터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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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꽃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손님이 찾아와 더욱 더 꽃은 빛을 발한다. 우리의 삶은 무엇이 더해져 빛나는가?
▲ 부처꽃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손님이 찾아와 더욱 더 꽃은 빛을 발한다. 우리의 삶은 무엇이 더해져 빛나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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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전부터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이제 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단다. 이 즈음에 피어나는 꽃 중에는 '부처꽃'이 있다.

습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부처꽃, 그들은 늘 그자리에서 피고지었을 터인데 요 몇 년 사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마치 나는 그를 없는 취급했다.

'투명인간' 취급하는 이 세태를 비난하면서도 나도 들꽃에게뿐만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마치 없는 것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꽃에 잠자리가 찾아들자 또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하나에 하나가 더해져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우리 인간사에는 없는 것일까?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의 꽃, 자잘한 꽃들이 오밀조밀 피어났다.
▲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의 꽃, 자잘한 꽃들이 오밀조밀 피어났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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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너무 숨가쁘게 변했고, 그 사이 나도 그렇게 변한 것인지 아니면 늙어만 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사에 분노하고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발버둥치던 때를 지나 이제는 그러려니 할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나를 분노하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미역취 취종류의 꽃 중에서는 일찍 피어나는 꽃
▲ 미역취 취종류의 꽃 중에서는 일찍 피어나는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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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들이 늘 그렇게 피고지듯, 변함 없듯이 나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마음뿐인지 아니면 마음이 몸을 따라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음은 원이로되" 그것이 점차로 현실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자리양보를 받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 나도 이제 마냥 젊은이가 아니구나, 늙어가는구나 절절히 느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 나의 신체 나이는 나의 나이를 능가하고 있었다.

범부채 범부채, 이파리의 모양이 부채모양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꽃에 범무늬가 있어서 '범'자가 붙었다.
▲ 범부채 범부채, 이파리의 모양이 부채모양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꽃에 범무늬가 있어서 '범'자가 붙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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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삶인 걸 어쩌랴. 아옹다옹 티격태격 살아갈 필요도 없는 것 같고, 한때의 부귀영화를 위해 이러저리 붙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늘 '치열한 삶'을 살아갈 것을 요구당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세뇌당했다. 그런 결과들이 부역자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인동초 원예종 인동초다. 담벼락에 기대어 피어난 인동초는 한 겨울에도 푸른 이파리를 간직한다.
▲ 인동초 원예종 인동초다. 담벼락에 기대어 피어난 인동초는 한 겨울에도 푸른 이파리를 간직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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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심각할 정도로 우울한 삶을 살았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던 시절 내내 그랬다. 돌아보면 정치적인 성향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들이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우울했던 것은 그럼에도 그들에게 충성하는 부역자가 언제나 넘쳐났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촛불 이후, 아직도 우울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떵떵거리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아직도 인내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여전히 나를 우울하게 한다. 친구가 내 삶에 대한 처방을 해주었다. 그 처방전은 '당분간 그런 문제에 신경쓰지 말 것!'이었다.

연꽃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올해는 이른 봄의 추위와 갑작스러운 무더위때문이었는지 연꽃이 무성하지는 않다. 지금 보이는 것은 이전의 모든 여정의 결과물이다.
▲ 연꽃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올해는 이른 봄의 추위와 갑작스러운 무더위때문이었는지 연꽃이 무성하지는 않다. 지금 보이는 것은 이전의 모든 여정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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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했다. 그런데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그 변화의 시기에 떡고물을 챙기려는 자들과 이미 떡고물을 챙긴 자들만을 위한 리그가 펼쳐지는 것 같다. '각자도생'의 삶은 더욱더 날을 세우고,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이데올로기로 가득한 혐오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마치 화약고에서 살아가는 듯 불안하다. 그러나 그 어디가 되었든지 꽃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피어나는 이들이 있으니 위로가 된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갖자. 들꽃처럼 피어나는 이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많이 걸었고, 많이 봤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었다. 단지, 내가 잠시 맹인이 되었던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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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