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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A군청 보건소에서 계약 만료로 그만두는 비정규직한테 '퇴직자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보안서약서에는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경남지역 A군청 보건소에서 계약 만료로 그만두는 비정규직한테 '퇴직자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보안서약서에는 '이적행위' '반국가적 행위'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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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는 비정규직 노동자한테 '업무 기밀 누설하면 이적행위 내지 반국가적 행위'라는 표현이 들어간 '퇴직자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29일 경남 A군보건소는 '건강관리' 등 업무를 맡아오던 계약직 직원이 30일 자로 계약만료로 그만두게 되자 '퇴직자 보안서약서'를 받았다.

보안서약서는 "본인은 2018년 6월 30일 자로 퇴직함에 있어서 다음 사항을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면서 2가지 조건을 붙여 놓았다.

그 조건은 "본인은 A군 근무 중 업무와 관련하여 지득한 기밀을 누설함이 이적행위가 됨을 자각하여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지득한 제반 비밀 사항을 일체 누설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되어 있다.

또 "본인이 이 기밀을 누설할 때에는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결과가 반국가적인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서약한다"는 조건이 되어 있다.

이 보안서약서는 보건소 관련 업무를 해오던 비정규직이 업무 중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하면 '이적행위'에 해당하고, '반국가적 행위'라고 한 것이다.

이적행위(利敵行爲)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적행위라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같은 보안서약서는 전근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무 내용이 기밀 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이는 전근대적이다"며 "어떤 내용이 기밀이란 말인가. 기밀을 취급하는 위치에도 있지 못하는 노동자들한테 뺨을 때리고 울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적행위라 표현한 것은 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인데, 적이 군민인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며 "그리고 반국가행위라고까지 했는데, 이는 '국가주의' 내지 '전체주의' 사고를 가진 닫힌 행정"이라고 했다.

김성대 국장은 "내용도 문제지만, 서약을 강요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보안 서약'이라니 더 기가 찬다"며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악폐라는 생각이 든다. 실태를 파악해 이런 내용의 서약서 강요가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하 경남도의원 당선인은 "퇴직자 보안서약서 내용을 보고 전근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 업무의 기밀을 누설하는 게 이적행위 내지 반국가적 행위로 본 것인데,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정 군청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경남 전체에 걸쳐 있는지 파악해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A군보건소 소장은 "보건소 업무가 북한과 관련도 없는데, 서약서 내용을 받아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군청 행정과에서 지침상 받아야 한다고 해서 서약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태그:#퇴직자, #보안서약서, #이적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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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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