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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1급을 가진 박현아 학생은 일반학교의 특수반에 다니고 있다. 현아의 경우 특수학교의 전문적인 수업이 필요한 학생이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당진엔 특수학교가 없어서 서산으로 통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산으로 통학을 하게 된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있어야 합니다. 돌발 행동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에요. 현아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합니다.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저에게는 지역에 있는 일반 학교가 유일한 대안이었어요." - 현아 학생의 어머니 방인희(49세, 읍내동)씨

방 씨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자녀가 있지만 먼 거리 때문에 인근 특수학급에 보내야했다.
▲ 현아 학생의 어머니, 방인희 씨 방 씨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자녀가 있지만 먼 거리 때문에 인근 특수학급에 보내야했다.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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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주민 설명회 자리를 통해 당진의 특수학교 설립이 공식화 됐다. 당진 관내에 특수학교가 만들어지는 건 현아와 같이 특수학교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물론 아직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와 같이 쉽지 않은 고개가 남아있지만, 특수학교 설립의 첫 번째 관문은 넘었다. 당진 합덕읍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특수학교 환대한 당진 주민들, '무릎 꿇는 학부모'는 없었다).

합덕제철고는 특수학교를 위해 실습 부지를 내놓았고, 주민들도 합덕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특수학교를 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민 설명회에 참여한 합덕제철고의 안준모 운영위원장은 교육청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장애 학생들이 교육 받을 권리를 강조하며 특수학교 설립에 힘을 실었다.

"장애라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들의 자녀나 손주들에게도 일어 날 수 있는 것이에요. 누구의 잘못이 아니듯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안준모 합덕제철고 운영위원장

긴장과 우려 속에 열린 추진 설명회는 예상과는 다르게 환대의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실제 그 자리에 있던 장애 학부모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난 27일 충남 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의 회원들을 만났다. 당진에 있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 '두드림성장발달센터'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는 이들은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기뻐했고, 또 합덕의 주민들이 보여준 태도에 고마움을 넘어 감격을 전했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일, 당진 사례 많이 알려지길"

당진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관내 특수학교가 없어 겪었던 어려움들을 토로했다.
▲ 당진시 장애인부모회 회원들 당진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관내 특수학교가 없어 겪었던 어려움들을 토로했다.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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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1급을 가진 자녀의 어머니인 김남숙(54세, 송악읍 기지시) 씨는 "우리 아이는 이미 성인이 되어서 학교를 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나도 함께 무릎을 꿇어서라도 주민들을 설득해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는 "그런데 정작 (설명회에서) 합덕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환영한다고 했다. 그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진 특수학교 추진설명회 참석해서 주민들을 만난 장종근 씨도 "고마운 일"이라고 표현하며 "당진의 경우가 보다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장애는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살아가는 중간에 입는 중도 장애도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우리 사회에 보다 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 장애학생 학부모 장종근 씨


최 씨는 6년 동안 아이를 서산의 학교까지 통학시켰다. 그 동안 사고의 위험도 많았고 기상환경에 따라서는 학교에 데려다 주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 뇌병병 자녀를 둔 최인실 씨 최 씨는 6년 동안 아이를 서산의 학교까지 통학시켰다. 그 동안 사고의 위험도 많았고 기상환경에 따라서는 학교에 데려다 주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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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1급의 자녀를 두고 있는 최인실(46세, 원당동) 씨는 그간 겪었던 어려움을 설명했다. 최씨는 "성봉학교에는 아이가 6학년 때부터 다녔다. 이제 6년째인데 우리 아이 같은 경우에는 버스로 통학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보조의 도움도 받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먼 거리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등하교 시켰다"고 말하며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짚었다.

당진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장애학생은 340명이며, 서산이나 아산의 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30명 전후다.

충남도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의 김장용 과장은 "사실 장애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공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당진의 사례는 특수학교가 필요한 다른 지역에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라고 강조했다.

현재 충남에는 7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하지만 시·청각 장애를 지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가 충남엔 존재하지 않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대전이나 충북 혹은 서울로 위탁교육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특수학교, #당진나래학교, #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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