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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가를 위한 희생의 소중함 말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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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현충일을 앞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좀 특별해 보이는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에서는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이라는 건조한 이름을 붙였지만,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침몰사건, 군의문사 등과 관련된 유족들도 참석했다는 점에서 '좀 특별한 행사'였다. 기존에 인식해오던 '호국보훈'의 개념을 확장한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청와대 영빈관 1층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행사장에 들어서는 참석자 25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960년 3월 '3.15부정선거규탄대회'에 참석했다가 마산시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떠올랐던 김주열 열사 유족의 이름표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보훈은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

행사가 시작돼 먼저 발언에 나선 김영수 전몰군경유족회 회장은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행한 추념사의 일부였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다. 그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해야 한다."

김 회장은 "이러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저희 국가유공자 단체들은 국민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튼튼한 받침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우리 보훈단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면서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보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다"라며 "나라다운 나라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완성된다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저의 확고한 소신이다"라고 자신의 '보훈관'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보훈보상금을 2조 원 늘리고, 참전용사의 무공수당, 참전수당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올렸다는 점을 일일이 언급한 뒤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정성을 다한 보상과 예우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정부가 시작한 '따뜻한 보훈정책'이었다. 그는 "특히 홀로 지내시거나 생활이 어려운 고령 보훈가족을 직접 챙기고 있다, 가사를 돕고 건강도 챙기는 '보훈 섬김이'가 댁으로 찾아가 여러분의 딸, 아들이 되어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령 보훈가족에게는 무엇보다 의료와 요양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정부가 참전유공자 진료비 감면율을 60%에서 90%로 대폭 늘렸고, 오는 8월 인천보훈병원과 보훈의학연구소를 연다는 사실을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보훈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훈대상자 한 분 한 분에게 필요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라며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영예를 지킬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연고가 없는 국가유공자까지 품격 있는 장례를 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정의가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특별히 모신 '유족들'을 소개했다.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숨진 황도현 중사와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 아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창석·전수영 선생님, 소방공무원으로 임명되기 전 연수기간에 구조활동을 벌이다 사고를 당한 문새미 교육생, 최근에서야 순직을 인정받은 군의문사 등의 유족들이 그들이다.

황도현 중사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게 됐고, 고창석·전수영 선생님은 "해경의 해난구조나 인명구조와 같은 희생"을 한 점이 인정돼 순직군경으로 예우받게 됐다. 문새미 교육생은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 사고를 당해 사고 당시만 해도 순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소방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그를 소방관으로 임명한 뒤 순직으로 처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이 얼마나 숭고한지 그 가치를 일깨워 주신 분들의 유족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들이 "안보의 최전선을 목숨 바쳐" 지키고, "교육자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예우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군의문사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다가 최근에서야 순직을 인정받은 유가족들도 이 자리에 계신다"라고 군의문사 유족들을 특별히 언급하며 "오랜 기간 국가로부터 외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 하나하나를 귀하게 예우하고 존경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며 "신분상의 이유나 법령 미비로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은 계속 이어졌다.

"애국과 보훈의 가치를 더욱 높여나가겠다. 예산 부족이나 법령 미비라는 핑계를 대지 않겠다. 국가가 나서서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마땅히 갖춰야 할 예우를 다하겠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보훈심사가 되도록 하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과 가족들이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도 자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 여러분은 애국과 국민에 대한 헌신으로 대한민국을 지켰고, 여러분이 계셨기에 대한민국은 살 만한 곳이 되었다"라며 "정의가 보상받는 나라, 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애국과 보훈에서 보수-진보, 남녀, 노소 구별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김영수 전몰군경유족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국가유공자 대표의 인사말 듣는 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김영수 전몰군경유족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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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인 김미씨와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 김신형 소방관의 남편 이충준씨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인 김미씨는 대전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김신 장군(제6대 공군참모총장)의 묘소 비문을 소개했다. 그 비문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의 꿈은 첫째도 둘째도 독립이었습니다. 나의 꿈은 우리나라 군인이 되어 조국의 하늘을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간절한 꿈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평화통일! 그날이 오면, 하나된 조국의 하늘을 날고 싶습니다.'

김미씨는 "지금 대통령이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하고 계신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아버지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라며 "이것은 국민의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할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는 "2016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준엄했던 촛불과 국민의 목소리는 4.19혁명 정신처럼 '참다운 민주주의'와 '나라다운 나라'를 의미했다"라며 "지금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4.19혁명의 완성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승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충준씨는 지난 3월 충남 아산시 국도 43호에서 유기견 구조활동을 벌이다 교통사고로 순직한 김신형 소방관의 남편이다. 이씨는 "소방관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다"라며 "그렇게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소방관들은 화재와 각종 사고현장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기꺼이 목숨을 걸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충준씨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소중한 가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부디 그런 나라를 만들어 주실 것이라 기대하고 믿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소감에 화답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먼저 김미씨에게는 "통일은 멀지 몰라도 다시는 전쟁 걱정을 하지 않게 확고한 평화구축을 하고 싶다, 서로 교류하고 오가다 보면 백범 김구 선생과 김신 장군의 그 간절한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길열씨에게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의 실현은 곧 저의 꿈이기도 하다, 4.19혁명의 완성에 대한 의미를 잊지 않겠다"라고 다짐했고, 이충준씨에게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기꺼이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의 자세를 잊지 않겠다, 그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대손손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보훈정책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라며 "애국과 보훈에 있어서는 보수, 진보, 남녀, 노소 구별 없이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

한편 내일(6일) 오전 9시 47분부터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다. '428030'는 현충원과 호국원, 민주묘지, 신암선열공원 등 10개 국립묘지 안장자를 모두 합친 숫자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이 열리는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19년 만이다.

국가보훈처는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는 물론, 의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및 순직공무원 묘역까지 조성되어 있으며, 최근 순직하신 분들 대다수가 안장되어 있다"라며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헌신한 분들을 기리고, 마지막 안장자까지 잊지 않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추념식은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 1만여 명이 무연고묘지인 고 김기억 육군 중사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김기억 중사는 육군 7사단 소속으로 한국전쟁 당시 크리스마스고지전 등 참전했고, 양구전투에서 만 24살의 나이로 전사했다.

국가보훈처는 "유가족이 없더라도 잊혀지지 않도록 국가가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을 끝까지 돌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추모묵념과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대통령의 추념사, 추념공연 등이 이어진다. F-15K 훈련임무을 수행하거나 혹은 기지로 귀환하다 순직한 고 최필영·박기훈(군인), 자살시도자를 구하다 아파트 9층에서 떨어진 고 정연호(경찰), 동물구조작업 중 대형트럭에 밀린 소방차에 치여 순직한 고 김신형(소방공무원) 등이 이날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받는다.

가수 최백호씨의 '늙은 군인의 노래' 공연이 끝나면 순직소방공무원묘역에서 김신형·김은영·문새미 소방사 등 소방공무원 3인의 추모식이 열린다. 이들은 지난 3월 30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에서 동물구조활동을 벌이던 중 25톤 대형트럭이 소방펌프차 후방을 추돌하면서 밀린 소방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이 끝나면 참석자들은 천안함 46용사묘역,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포격도발묘역도 참배한다. 


태그:#문재인,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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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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