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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부노)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노동위원회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삼성의 부노를 가름하지 못했다. 노동위원회가 확인하지 못한 부노는 지난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났다. 법원은 1·2·3심 모두 삼성의 잘못을 인정했다. 최근 삼성은 노조 무력화 공작 등 부노 혐의로 검찰 재수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위원회는 왜 법원보다 앞서 부노를 걸러내지 못했을까.

전문가들 "노동위원회서 부노 입증 쉽지 않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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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삼성은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된 사람은 조장희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 해고 사유로는 ▲ 임직원 개인정보-회사 경영정보 무단 유출 ▲ 근무지 이탈 등 17가지 사항이 언급됐다. 이는 표면적인 사유였을 뿐,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것이 진짜 해고 이유였다.

노조 설립-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에 규정된 부노 중 '불이익취급'에 해당한다. 불이익취급은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그러나 법원보다 앞서 삼성의 부노를 들여다본 노동위원회는 사건의 실체를 가려내지 못했다. 법원과 달리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일관되게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원회에 부노 구제신청을 제기했던 조장희 부지회장은 <노동법률>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대법원까지 갈 사건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물론 중노위 판정 이후인 지난 2013년 10월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을 담은 이른바 's문건'이 공개되면서 법원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조장희 부지회장의 사례를 통해 노동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를 확인할 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노 입증이 쉽지 않은 현실을 지적한다.

부노 가르는 60일, 신속성 좋지만 절차는 '부실'

대표적으로 꼽히는 문제는 구제신청 접수부터 심문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조장희 부지회장의 사례처럼 부노를 당한 당사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부문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부문별위원회는 판정 권한을 갖는 공익위원 3명과 노사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 각 1명으로 꾸려진다. 이후 사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문을 진행하는 심문회의를 열어야 한다.

노동위원회규칙으로 정해진 과정만 봐도 60일은 다소 촉박하다. 먼저 구제신청서가 접수되면 노동위원회는 신청 요건을 확인한 뒤 조사관을 통한 사실조사에 착수한다. 조사관은 당사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증인 또는 참고인을 출석시켜 조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사업장 방문조사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를 담은 조사보고서가 작성되면 공익위원과 노사위원이 참석한 심문회의가 열린다. 이 모든 과정을 60일 이내에 진행해야 한다. 정봉수 강남 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는 "노동위원회가 신속성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노동자를) 구제하려는 것이지만 양쪽 의견을 듣고 나면 60일이 지나버린다"며 "60일에 맞춰 판정회의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촉박해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노동위원회의 이 같은 특성은 노동자를 신속하게 구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한국공인노무사회가 발간한 책 <노동위원회, 그 존재이유를 말하다>에 따르면, 2016년 7월 현재 노동위원회 심판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 지노위 47일 ▲ 중노위 95일이다. 반면 행정소송은 2015년 기준 ▲ 1심 289일 ▲ 2심 232일 ▲ 3심 189일이 걸렸다. 물론 중노위 재심판정에 이르는 동안 쟁점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면 공은 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또는 노조)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6년판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부노 접수 사건의 95% 이상이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처리기간이 짧은 노동위원회의 심판 절차가 더 수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신속성은 노동위원회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족쇄이기도 하다.

정봉수 노무사는 조사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중 어느 한쪽이 신청하면 노동위원회 직권으로 조사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는 방식이다. 현행 노동위원회규칙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거나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을 때에만 심문회의를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노무사는 "예를 들어 (조사기간을) 30일 연장하면 근로자도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예외적으로 조사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 직권으로 조사기간을 30일 연장하면 자료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7개 징계사유, 회의 1시간 만에 심문 종료

노동위원회 심문 자체를 문제 삼는 지적도 나온다. 조장희 부지회장에 따르면 지노위-중노위 심문회의는 1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조 부지회장의 징계사유는 17가지. 그는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공익위원들이 노조원 수를 묻는 등 쟁점과 무관한 질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실제 심문회의는 당사자 의견을 1시간가량 듣고 종료되는 게 일반적이다.

조 부지회장은 "자료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며 "노조 설립 직후에 해고된 것이나 노조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 우리의 항변과 주장들을 깊이 있게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를 상대하는 노무사들의 평가는 더욱 박하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 공인노무사는 "쟁점별로 정리가 필요한 사건이면 조사기간을 늘려서라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두 달에 끼워 맞추다보니 쟁점 정리도 안 된 채 심문회의를 한다"고 토로했다.

예컨대 조장희 부지회장의 주요 해고 사유 가운데 하나였던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내용만 봐도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그러나 심문회의는 역시 1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노동위원회 판정문에는 회사가 내세운 표면적 사유가 그대로 반영됐다.

조 부지회장은 노조 홍보를 위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대량메시지 발송이 가능한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해당 개인정보를 등록했다. 회사는 정보자산을 고의로 사외에 무단 유출할 경우 '최고 해직'을 명시한 사내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근로자(조장희 부지회장)의 주장대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것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정보자산을 사외로 유출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보이는 점"을 언급하며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제10부(재판장 김명수)는 평소 임직원 개인정보가 취급된 실상을 살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 조장희가 참가인(회사)의 주요 영업비밀을 누설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중노위) 및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어 "피고 및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참가인이 (중략) 이 사건 개인정보 파일을 비밀로 보유하거나 취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순히 법원 판결과 배치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위원회 판정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단 1시간의 심문회의로 매듭짓는 것은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노동위원회, 부노 의사 추정에 소극적"

이처럼 부노 입증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만큼 노동위원회에만 십자가를 지울 수는 없다.

부노는 단순한 사실관계 나열만으로 입증되는 개념이 아니다. 부노를 입증하려면 사용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의사'를 입증하는 게 부노 사건의 쟁점이자, 난관이다.

그러나 '의사'는 당사자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법원도 부노 의사를 추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러 정황을 통해 사용자의 속마음을 추정해야 하는 만큼 입증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부노 의사에 따라 해고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여러 요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 사용자 주장 해고사유 ▲ 정당한 노조 활동 내용 ▲ 징계 시기 ▲ 노조ㆍ사용자 관계 ▲ 조합원ㆍ비조합원 제재 불균형 여부 등 부노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이 맞물려야 한다. 부노 입증 책임을 갖는 노동자 개인이 이와 관련된 자료를 일일이 확보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부노 의사를 실무에서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석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6년 발표한 논문 '부당노동행위 인정요건과 판단'에서 "실무적으로는 구체적인 사안들에서 추정해야 할 '의사'가 (중략) 사용자 행위의 저변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나쁜' 의도 내지 의욕에 이르는 정도까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기에 노동위원회의 판정례들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추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부노 성립 요건이 이처럼 까다로운 상황에서 노동자가 직접 부노를 입증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심지어 부노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자료나 증거들이 사용자의 사업장 내에 있는 점도 또 다른 장벽이다. 그나마 불이익취급은 해고와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입증이 쉬운 편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정책연구실장은 "부당노동행위는 대부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인데, 사업장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ㆍ인사재량권이 있는 공간"이라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증거를 채증하고 확보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이나 노조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효과적 증거 확보와 심문회의 내실화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노동자의 부노 입증자료 확보 방안 마련과 심문회의 내실화에 방점이 찍힌다.

현장에서 거론되는 문제는 바로 '노위증'이다. 노위증은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인 조사권한을 이용해 받아낸 증거자료를 말한다. 노동위원회는 노위증을 공개하지 않는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뿐만 아니라 노위증을 확보한 사실도 알려주지 않는다. 노동자는 판정문을 받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노위증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박주영 실장은 "노위증은 사용자가 반박하는 사용자의 증거자료들이어서 허위자료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박 실장은 "노동자는 사업장 실태를 알기 때문에 (해당 자료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지만 (노위증 비공개로) 변론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노동위원회법상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업무매뉴얼에 (노위증을) 제공하도록 명시만 해도 그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노위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노동자 증거개시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자에게 사용자의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증거개시 권한을 주는 게 행정기관의 강제조사보다 더 나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김선수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부노)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사용자에게 편중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입증 책임을 갖는 경우 입증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경감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노동위원회보다 노동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조장희 부지회장도 "해고 시점부터 구제되는 시점까지 기간을 줄이려면 근본적인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며 노동법원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조 부지회장은 지노위부터 대법원까지 약 5년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복직할 수 있었다.

정봉수 노무사는 증인심문을 별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인신청이 제기되면 심문회의에 앞서 증인심문을 따로 진행하고, 중요한 내용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위원회는 심문회의에 증인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봉수 노무사는 "노동위원회법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어느 일방이 증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증인심문이랑 심문회의가 동시에 진행된다"며 "증인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 자료를 준비하고 심문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구제 역할, 여전히 노동위원회의 몫

지난 2월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 약 6000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간이 흘러도 부노는 계속되고 있다. 어떤 대안에 무게가 실리든 노동자의 효과적인 권리 구제가 최우선 과제다.

고용부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지노위에 접수된 부노 구제신청 건수는 총 947건. 부노로부터 노동자를 구제해야 할 의무는 여전히 노동위원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 노동위원회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월간 <노동법률>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6월 1일 월간 <노동법률> 6월호 인터넷판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www.work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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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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