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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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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산속 약수터로 물 뜨러 갔었습니다. 그곳은 울산 동구 남목에 있는 마을 약수터의 하나로 우리 집과 가까워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없어 혼자 빈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있는데 저보다 나이 드신 듯한 분이 물 뜨러 오셨습니다. 그분은 잠시 후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노동가를 듣는 걸 보니 현중노조 활동 하시는 분인가 봐요?"

핸드폰에 저장된 노동가를 틀어놓고 물을 받고 있어 호기심이 생기셨나 봅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현대차 업체 해고자로 7년 보내다 작년에 정규직으로 복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현대중공업 정규직으로 한 30년 다니고 있는데요. 한 3년 정년퇴직 남았는데 이번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원이 사표 쓰고 나갔어요. 저에게도 부서장이 불러 가보니 사표 쓰라고 해서 노동조합 간부에게 찾아가 상담을 했어요. 저는 그동안 조합원이긴 했지만 노조에 무관심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도 희망퇴직하라 압력이 들어오니 어쩔 수 없이 도움받으려고 노조 간부를 찾아간 거죠"

그는 노조를 찾아가 어찌해야 할지 상담했다고 합니다. 이미 수차례 부서장과 면담한 동료들 6명이 사표를 썼다고 했습니다. 어떤 동료는 6년이나 남았지만, 부서장과 면담 후 사표 쓰고 나갔다고 했습니다.

"희망퇴직하고 나간 동료 만나 어찌 사는지 알아보니 대부분 사표 낸걸 후회했어요. 지금 나가면 우리의 유일한 노후생활자금인 국민연금이 100여만 원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저의 경우 정년퇴직하고 국민연금 받으면 15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차이가 크게 나요. 우린 노후 걱정 안 할 수 없잖아요. 퇴직 위로금으로 3년 치 받은들 뭐해요. 생활비로 다 쓰고 말 텐데요. 그리고 지금 직장 나가면 다시 직장 구하기도 힘들어요. 먼저 나간 동료들 보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노조 찾아가 상담해본 거죠"

그래서 답을 얻었을까요?

"노조 간부가 그러데요. 절대로 사표 쓰지 말래요. 차라리 해고되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부서장에겐 계속 퇴직 강요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진정서 올릴 거라고 노조 간부가 알려준 대로 얘기했더니 이젠 다시 부르지 않더만요. 이번에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어요."

저도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물 다 뜨고 가니 여러 도움말 고맙다며 정중히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도 정년까지 꼭 채우고 퇴직하시라 당부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태그:#모이, #노동조합, #노조,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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