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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격…"북미회담, 판문점선언 이행하라"

“북미정상회담 무산시킨 미국 강력 규탄”
18.05.25 19:32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핵폭탄급 발언'에 촛불혁명의 산실인 광화문광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25일 미국대사관 근방에 긴급히 모인 진보진영이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매섭다.

"북미정상회담 무산시킨 미국 강력 규탄"

이날 오전 11시 미 대사관 인근은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킨 미국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한진연)은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킨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를 내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 20여명이 미국에 책임을 물으며 행사를 펼쳤다.

트럼프를 규탄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고 나섰다. ⓒ 박명훈

이날 집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미 대사관 인근엔 경찰버스가 줄 지어 서 있었다. 저 편에서부터 분주히 걸어와 대사관, 광화문광장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이 미 대사관의 입구를 막아섰다. 여러 매체에서 모여든 기자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고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높았다.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파장을 실감케 했다.

한진연 문화국장이자 전국지방선거 최연소 후보로 주목받은 변은혜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민중당 후보(만 25세)도 가세해 자유한국당을 지목했다. 그는 "전 세계가 바라는 민족의 화합과 판문점선언의 봄날을 깨트린 자 미국뿐만이 아니라"며 "선언의 이행에 국회비준이 필요한데 114석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 그 대표 홍준표 씨는 비준을 동의하지 않았고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비하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김한성 한진연 의장은 기자회견문에서 "4월 27일, 남북의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후 미국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반도 상공에서 맥스썬더 훈련을 진행했다"며 "판문점선언 2조 1항 위배로 인해 남북고위급회담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폭파했다"며 "미국은 5월 24일, 북이 핵실험장을 폭파하자마자 보란 듯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트럼프'로 3행시를 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함을 성토하는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도 눈에 띄었다. 길 건너 광화문광장에서도 미국과 트럼프를 비판하며 북미 회담의 개최를 촉구하는 또 다른 집회도 계속됐다.

평화의 염원 저버린 미국, 피어오르는 '반미'

"No War, Yes Peace"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 모인 외국인들도 적극행동에 동참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영국)씨를 비롯해 '2018 여성평화걷기' 참가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외국인들과 한국인이 한 목소리로 북미정상회담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 '트럼프의 편지'에 지구촌이 경악했다는 증명이 아닐까.

외국인의 북미회담 취소 규탄 북미회담 개최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 모인 외국인들의 모습. ⓒ 박명훈

바로 옆에서는 11시 30분으로 예정된 민중당의 '북미정상회담 일방파기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 정당연설회' 준비가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실물크기로 제작된 모형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풍자한 가면을 쓴 당직자에 시선이 쏠렸다.

민중당은 "(맥스썬더 훈련에) 반발한 북의 항의를 빌미삼은 갈등의 원인제공자(미국)가 대화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시킨 것은, 대화무산을 위해 일부러 문제를 야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태흥 공동대표는 "북미회담 취소통보는 지속적으로 성의를 보여 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북미회담 취소 결정이 가져 온 충격과 경악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청년민중당을 이끄는 손솔 공동대표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파기는 평화를 염원했던 이 땅에 살고 있던 우리 민중, 미래를 꿈 꿨던 청년들, 전 세계 평화를 바랐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면서 "평화를 위한 어떠한 행동도 보여주지 않았던 미국이 오히려 핵시설을 폐쇄한 북한에게 표현의 방식을 꼬투리 삼아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 하는 것이 얼마나 알량한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발언 뒤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장으로 끌려가는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트럼프 가면을 쓰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당직자의 몸에 '(북미정상회담장 파기)사과하라'는 말이 담긴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여졌다.

무릎 꿇은 트럼프 민중당이 북미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트럼프를 규탄하며, 트럼프가 용서를 빌며 정상회담 복귀의사를 밝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박명훈

집회가 마무리 된 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창한 공동대표가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들이 막아서면서 한 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후보가 "한국경찰이 왜 (항의서한) 전달을 막습니까?"라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경찰은 한 당직자가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못 넘어간다는 게 말은 안 되지만 (서한을 전달하는) 두 명만이라도 넘어가도록 해 달라"고 하자 김 후보와 김창한 대표 두 사람만을 통과시켜줬다. 그러나 경찰이 미 대사관 입구에서 재차 막아서며 서한은 전달되지 않았다.

트럼프 규탄 항의서한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경찰이 가로막은 미 대사관 입구 근처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 박명훈

대신 김 후보는 서 있는 자리에서 규탄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읽었다. 김창한 대표는 항의 표시로 경찰병력 넘어 서한을 던졌고, 아스팔트바닥에 놓인 서한봉투를 향해 연신 카메라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트럼프에 보내는 항의서한 민중당이 미 대사관에 전달하려 한 '북미정상회담 일방취소 규탄 트럼포에 보내는 항의서한'이 갈 곳을 잃은 채 바닥에 놓여있다. ⓒ 박명훈

즉각적으로 펼쳐진 여러 집회의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스스로 "북미정상회담을 기대 한다"며 회담 장소를 공개해놓고 일방적으로 파기에 나선 트럼프와 미국을 향한 분노다. 올해는 유독 제주4.3민중항쟁과, 5.18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 당시 미국이 학살에 적극 개입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경찰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에 '공권력'이 시민들을 내리누른 4.3과 5.18의 장면이 소환됐다. 당장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댓글반응을 살펴보면 잘못에 책임을 지지 않는 미국과 트럼프를 비판하는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자발적 반미'의식이 우리사회에서 피어오르는 징조일지도 모른다. 정작 규탄의 대상이 된 미국은 스스로 놓은 '반미'라는 덫을 치우는 방법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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