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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30일로, 파인텍 해고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씨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인 지 200일째를 맞습니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굴뚝 농성 200일을 앞두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 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11월 12일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씨가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75m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씨가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75m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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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님! 홍기탁님!

75m 높이의 굴뚝 위에서 200일째를 맞는 두 분의 이름을 안타깝고 부끄러운 심정으로 불러봅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그곳에서 혹독한 눈보라와 칼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난 노동자들이 이제는 찌는 더위와 쏟아지는 빗줄기로 인해 고통당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흘린 땀방울로 이익을 남겼고, 더 큰 이익을 위해 가차 없이 노동자들을 내쫓았습니다. 지난 2014년 무려 408일간의 고공농성을 통해 사측으로부터 고용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약 등의 약속을 받아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자본에게 있어서 노동자는 그저 이윤추구를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희망과 함께 삶도, 가정도 다 깨지고 부서져 버린 노동자들은 또다시 목숨을 걸고 굴뚝위 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들은 스스로 굴뚝 위로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취급하는 자본이,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이 저들을 굴뚝 위로 몰아낸 것입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그곳에서 200일 동안 외치고 또 외쳤지만 사측은 무관심하기만 합니다. 노동은 단순히 삶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창조 세계를 마음껏 누리며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도록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노동자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여깁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거두기 위해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뜻대로 안되면 가차 없이 잘라버려도 되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무서운 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처럼, 자본 역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자본은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자본이 잃어버린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고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선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인텍 지회 노동자들의 굴뚝농성 현장
 파인텍 지회 노동자들의 굴뚝농성 현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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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박준호, 홍기탁님을 비롯한 파인텍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합니다. 잃어버린 자본의 본질을 회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준호 홍기탁, 두 사람이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와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사측에 호소합니다. 함께 살겠다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두 노동자가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사람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성숙한 기업이 되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눈을 들어 75m 굴뚝 위를 보아주십시오. 거기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그곳에서 우리의 이웃이 눈물 흘리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하루 속히 눈물을 거두고 땅으로 내려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에 호소합니다. 파인텍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 사회가 사람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삼는 죄악에서 하루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존귀한 존재로 창조하시고 공평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기도하고 행동해 주십시오.

상처를 싸매어 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굴뚝 위에서 200일을 맞는 박준호, 홍기탁 두 분을 비롯하여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 위에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쓴 글입니다.



태그:#파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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