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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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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차례 준비 게임(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23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받는다. 지난해 재판을 시작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 밖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이 전 대통령은 법정 안 싸움에 공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7일 오후에 열린 3차 준비기일을 끝으로 앞으로 이어질 본 재판의 윤곽을 확정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이 돌연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증거인부서를 내면서 박 전 대통령 공판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됐다. '증거 부동의'를 전제로 입증 계획을 세운 검찰로서는 '만세'를 부를 만한 상황이다.

반전

지금까지 총 3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서 양측은 단 한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털어놓는 측근들의 진술조서까지 증거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굳이 불러와 다시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수백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재판 지연 전략'을 폈던 박 전 대통령과는 대비된 모습이다. 그때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증인 100여 명이 줄줄이 재판에 불려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증인신문이 줄어들면서 재판도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다. 그럼에도 변호인단은 최측근을 법정에 불러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는 대신,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싸우겠다고 입장이다. 얼핏 보기에 매우 신사적인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유형의 재판이 진행되던 흐름과는 다른 게 사실이다. 통상적이지 않은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같이 일 해왔던 사람들을 법정에 세우는 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중론은 이 전 대통령 측이 호기롭게 내세운 입장과는 좀 다르다. 그들이 재판에 승산 없다고 판단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말로 최측근을 법정에 세울 수 없는 이유라면 그들의 진술조서만 선별해서 동의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의 진술조서는 증거 채택에 동의했다. 또 측근 진술이 아닌 영포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보고서까지 동의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릴 만큼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기록으로 꼽힌다.   

변호인단은 "금융자료 추적이나 청와대 출입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반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과 달리 강제 권한이 없는 변호인은 이를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실조회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반면 검찰은 14차례 증거조사를 할 만큼 방대한 양의 자료가 축적돼있다. "변호인이 무얼 갖고 싸우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남은 건 하나, 속전속결

결국 남은 건 하나다. 사실 관계는 거의 다투지 않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데 집중하는 '정상 변론'이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때처럼 "정치 보복"이라며 재판 보이콧까지 선언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준비기일에서 신속한 진행을 여러 번 요청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첫 공판 방청 경쟁률은 미달에 그쳐, 방청석에서 재판부나 증인·취재진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극렬 지지자의 모습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은 모든 면에서 다른 양상이다.

첫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정확히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섰던 곳이다. 준비 기일과 달리 공판 기일은 피고인에게 참석 의무가 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거친 뒤 모두 진술을 할 계획이다. "변호인 입장과 같다"라고 짧게 말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시간은 약 10분 정도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마지막 준비기일에서 "지금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이 변화해 법정 진술 방향에 대한 논의가 계속 바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맨 앞), 피영현 변호사(앞에서 두번째)가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진행될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향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 맡은 강훈-피영현 변호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맨 앞), 피영현 변호사(앞에서 두번째)가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진행될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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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 #박근혜,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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