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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들과 인터넷 서점들이 고객들을 싹쓸이 하는 판국이고, 헌책방이나 독립서점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은 미국이라고, 그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화려한 빌딩 숲을 자랑하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헌책방이나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을 것입니다. 그 큰 아마존과 같은 대형서점들이 거대한 바위가 같기 때문에 말이죠.

"블루스타킹스의 큐레이션은 '최대한 많은 독자층'이 아닌, '명확하게 정의된 소수의 독자층'을 겨냥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큐레이션을 고집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이 방문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다른 서점에 비해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이 많은 것이죠."(39쪽)

안유정의 <다녀왔습니다_뉴욕 독립서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그녀가 2017년 여름에 뉴욕 맨하튼에 있는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헌책방과 독립서점들을 드나들며 깨달은 내용들을 엮은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뉴욕을 떠나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하며 살아남은 그곳의 서점들에 대한 관찰기라 할 수 있죠.

책겉표지 안유정의 〈다녀왔습니다_뉴욕 독립서점〉
▲ 책겉표지 안유정의 〈다녀왔습니다_뉴욕 독립서점〉
ⓒ 왓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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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블루스타킹스' 서점은 그야말로 '불온서적'(?)이 가득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페미니즘, 퀴어, 투쟁, 저항, 마르크스주의 같은 단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문 앞 평대에서부터 이색적인 진(Zin)을 선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점들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없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타깃층을 더욱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더욱이 그곳 안쪽으로는 '활동가 센터'라는 콘셉트에 맞게 거의 매일 밤 낭독회, 워크숍, 공연, 토론, 영화 상영 등의 행사가 열린다고 하죠.

다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은 2명 뿐이고, 나머지는 3교대로 근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음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블루스타킹스의 일부를 구성하는 층이라고 하죠. 이른바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핵심 동력 말입니다.

"맥낼리 잭슨의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2017년 여름까지 약 7만 2천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한 공간에서 생산과 소매 유통까지 가능하게 한 시도가 영리해 보입니다. 반스 앤 노블에서도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갖추고 POD 서비스를 제공합니다."(58쪽)

뉴욕의 노리타(NoLIta)에 위치한 독립서점 '맥낼리 잭슨'에 관한 설명입니다. 맥낼리 잭슨이 문을 연 2004년에만 해도 맨해튼에는 책과 카페, 커뮤니티 이벤트가 있는 독립서점이 없었는데, 당시 29살이던 그가 그런 꿈을 꾸고 서점을 열었다고 하죠.

그래서 지하층에는 실생활에 필요한 책으로 채워 놓고 있고, 넓은 지상층에는 유럽과 아프리카와 중동과 오세아니아 등의 대륙별 분류부터 프랑스와 아일랜드와 한국과 대만 등의 국가별로 정리된 해외문학도 서가에 가득하다고 합니다. 그 서점에 있는 5만 5천권의 도서 중에 해외 문학이 무려 8천 권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죠.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이라고 합니다. 제작자의 주문에 따라 한 번에 하나의 책을 빠르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인쇄와 제본까지 단 몇 분이면 완성된다고 하죠. 이것이 바로 '맥낼리 잭슨'만의 독특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닛 슬롯닉 쿡북스의 강점은 앤티크 가구와 주방용품으로 꾸민 내부입니다. '피터 래빗'(Pert Rabit) 동화에 나올 법한 부엌 같기도 하고 1960년대 포스터에 등장하는 빈티지한 부엌 같기도 합니다."(89쪽)

1997년에 오픈해 현재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보니 슬롯닉 쿡스' 서점을 일컫는 것입니다. 그곳은 다양한 셰프, 미식가, 아마추어 가정식 요리사들까지 문학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이 좋은 날이면 그곳에서 개최하는 시식회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죠.

그 때문일까요? 그곳에 있는 약 5천권의 책들이 모두 요리와 관련된 책들이 빼곡하다고 합니다. 그 카테고리도 영국요리, 프랑스 요리, 어린이 요리, 빵, 고기 및 가금류, 소스, 아침식사, 식사 에티켓, 유제품 등으로 세밀하게 분류해 놓고 있다고 하죠. 더욱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희귀본과 절판본을 갖춰놓은 독보적인 요리책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독특한 개성을 살리고 있는 서점들, 지역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다양한 공연과 토론회를 이끌고 있는 서점들, 그리고 그 안에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30, 40대를 공략할 수 있는 상품들도 함께 진열해 놓은 센스를 갖춘 서점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헌책방이나 서점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해 봤으면 합니다. 물론 이 책은 서점에 관한 현실만 진단하지 않습니다. 힘든 경쟁사회 속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리사회 산업전반에 관해 성찰케 합니다. 참 고마운 책입니다.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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