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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 검찰총장 기자간담회 문무일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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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압력인가, 정당한 수사 지휘인가.

사실상 '항명' 사태로 번진 문무일 검찰총장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사태는 지난 14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현직검사로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월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당시 외압이 있었다고 최초로 폭로한 안 검사는 이날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사실들에 비춰볼 때 (외압 폭로로 발족한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단의) 수사가 우려스러운 결론으로 곧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내용의 취재 요청서를 배포했다.

이튿날인 15일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구 변호사문화회관에 모습을 드러낸 안 검사는 지난해 문 총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겠다는 수사팀 의견을 보고받고 크게 질책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 최근 수사단이 권 의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일주일 넘게 고심 중인 상황을 두고 "문 총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수사단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안미현 검사, 문무일 총장 지목 "강원랜드 수사 개입 말라").

이런 상황에서, 곧바로 수사단이 문 총장을 '저격'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날 오후 수사단은 안 검사 의혹 제기에 답하는 형태의 3쪽짜리 보도자료를 내고 "총장님이 수사단 출범 당시 공언과 달리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라고 밝혔다. 또 처리 방향을 둘러싼 문 총장과의 이견을 비교적 세세히 공개했다(관려 기사 : 권성동 영장청구 개입한 문무일... 수사단 "약속 뒤집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걸린 '제동'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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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나온 수사단 주장과 대검찰청의 해명을 종합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지난 4월 25일 수사단은 안 검사가 제기한 수사 외압 부분에서 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기소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고 대검찰청에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한다. 발족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문 총장은 법리 부분에서 좀 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비법률가가 포함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대신 고검·지검장으로 구성된 회의에서 결정하자는 뜻을 수사팀에 피력했다.

이에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을 철회하고 수사단 책임 하에 처리하겠다'라고 답했고, 문 총장은 승낙하지 않았다. 이후 서면·대면 논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 1일, 문 총장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꾸려 그 심의결과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전문자문단은 수사팀의 요청이었고, 구성도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과 문 총장은 권성동 의원 신병 처리를 두고 또 한 번 충돌한다. '수사 외압' 부분을 전문자문단 심의에 맡기기로 결정한 1일이었다.

이날 수사팀은 문 총장에게 '내일(2일) 권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 예정'이라고 알린다. 문 총장은 이 부분 역시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지시한다. 수사팀은 '수사 보안 상 전문자문단 심의는 부적절하다'고 이견을 표했다. 문 총장도 이를 받아들여 전문자문단 심의 없이 영장을 청구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다만, 권 의원 범죄사실 중 일부가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치기로 한 부분과 관련이 있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장 청구는 보류됐다.

"판단 신중 기한 것" vs. "약속 뒤집고 제동"

결국, 문 총장이 수사팀이 요청한 검찰심의위원회 소집을 한 번에 수락하지 않고 면밀한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목에서 이번 논란이 시작됐다.

이를 두고 수사팀은 문 총장이 수사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뒤집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수사팀이, 수사 중인 사건에 공개적으로 지휘부에 이견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사안을 무척 엄중하게 여긴다는 건 추측 가능하다. 거기에 대검 수뇌부에 대한 기소 의견을 피력한 순간 총장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는 점은 수사팀에게 외압으로 느껴질 소지가 있다.

여론도 문 총장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그의 거취 문제로 확대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총장은 안 검사의 최초 '수사 외압 폭로' 당시 검찰의 지휘라인 최고 책임자로서 일정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반론도 존재한다. 문 총장이 판단에 신중을 기했을 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검사나 수사팀 쪽도 명백한 '외압'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만큼 사안이 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결과론적으로 수사팀의 의견이 대부분 관철됐기 때문에 문 총장의 책임을 크게 묻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애초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수사에 최종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권한 범위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수사와 관련 없는 한 검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도자료 내용만으로는 총장이 어떤 잘못을 했다는 건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라면서 "수사 과정에서는 이견을 조율하는 게 일상적인데, 단순히 말을 바꿨다는 이유로 이걸 외압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태 해결의 열쇠는 문 총장에게 있다. 문 총장은 안 검사의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일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의 의견에는 "검찰권이 바르게,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게 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 법률가로서 올바른 결론이 내리도록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점에서 문 총장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태그:#문무일, #안미현, #양부남, #강원랜드,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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