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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소셜박스 웰컴파티 현장
 마포소셜박스 웰컴파티 현장
ⓒ 조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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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홍대, 마포갈비, 월드컵경기장, 성미산마을, 문화비축기지 등 아주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이에 하나가 더 붙을지도 모르겠다. '사회적경제'가 마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명물로 등장할 채비를 갖췄다.

꽃으로 물들다, 상암 소셜박스

상암 소셜박스?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이름이다. 서울 내 새로운 문화 명물로 등장한 '문화비축기지'에 사회적경제의 숨결을 불어넣을 공간이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마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입주하고, 각종 회의를 비롯한 행사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5월 5일)을 하루 앞둔 5월 4일, 소셜박스는 꽃으로 물들었다. 소셜박스를 알리는 '웰컴파티 5월 꽃핀다'가 열린 것. 입주민을 비롯해 시민들이 함께 머리에 꽃을 꽂고 소셜박스를 즐겼다.

흥겨운 한마당이었다. 마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와 카바레사운드의 안전제일, 문화비축기지를 비롯해 마포 시민과 사회적경제인들이 함께 소셜박스를 클럽처럼 꾸미고 음악과 영상, 먹거리 등을 준비했다. 전날 거세게 휘몰아치던 비바람도 파티를 축복하기 위해 멎은 듯했다. 참석자 100여 명은 클러버처럼 즐기고 마시고 흥을 발산했다. '김밥천국에서도 DJ가 고용되는 사회'를 꿈꾸며 '유랑 디제이'라는 별칭으로도 활동하는 'DJ 슈퍼플라이'가 80~90년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봄밤을 연주했다.

대체로 무겁거나 진지하다고 인식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오해를 한방에 날린 꽃 잔치였다. 그렇다고 일반 클럽 같이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이 있던 건 아니었다. 날것 그대로,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사회적경제가 품은 생기를 표현했다. 유쾌하고 흥겨운 마당이었다. 소셜박스는 문화비축기지에서 사회적경제가 뻗어나가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소셜박스에 오라!

임성열 마포사경센터 매니저는 "소셜박스는 주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다가가려고 준비 중"이라며 "6월 16일을 시작으로 매달 한차례씩 시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 소셜박스 웰컴파티 현장
 마포 소셜박스 웰컴파티 현장
ⓒ 조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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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에 앞서 마포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중요한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4년 마포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모여 임의단체로 만들어진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사단법인으로 재탄생한 것. 지난 4월 16일,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정신과 목적사업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사단법인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하 마포사경넷) 전환총회 및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30여 명의 마포 사회적경제 주제들이 모여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사단법인화하여 형식적인 외피의 변화가 아닌 실행력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을 천명했다. 마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사회적경제 주체 등 자원이 많음에도 그에 준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있었다.

임의단체 시절, 64개 회원사가 있음에도 활발한 네트워크나 활동이 수반되지 못했다. 앞선 임의단체가 회원들 필요와 욕구를 담아내고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협업과 협동을 조직하기 위한 문제 해결에도 부족했다는 성찰을 바탕으로 사단법인 전환을 결의했다.

마포사경넷 2차 정기포럼 현장
 마포사경넷 2차 정기포럼 현장
ⓒ 마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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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마포사경넷 이사장은 "법인화는 단순한 외피 변화가 아닌 전환의 시작이자 하나의 변곡점"이라며 "전환의 핵심은 '실행력'이므로 최소한의 실행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마디 말보다 실행력과 실력, 작은 승리를 만들기 위해 사무국 설치 등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회원사들 가운데 절반가량만 입회비나 연회비를 내고 소극적인 참여에 그쳤다면, 마포사경넷은 사단법인화를 통해 멤버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원 팀(One Team)'으로서 함께 연대하고 협동할 때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 수 있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이날 '마포 사회적경제 선언문' 초안을 공포하고 추후 이를 다듬기로 했다.

 마포 사회적경제 선언문(초안)

돈이 최고인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과 모든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이 돈을 이기는 사회적경제를 마포에서 반드시 실현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협동과 연대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우리는 이 힘으로 아주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지금 여기 마포를 열어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만나고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다.
2. 함께 하는 우리의 힘은 정말 크다. 서로 나누고 돕고 돌보고 지켜낸다.
3. 마음껏 상상하고 성장하려면 좋은 토양이 필요하다. 여럿이 함께 만들어간다.
4. 우리는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의 힘을 키워간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당당히 요구하고 함께 나눈다.
5. 사람들끼리는 높낮이로 바라보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일한다.
6. 지역에서 함께 어울려 사람과 생명이 최고인 마포를 함께 만들어간다.


물론 중요한 것은 다짐이 아닌 실행이다. 마포사경넷은 이를 위해 확실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연회비를 60만 원(월 5만 원씩)으로 결의하고 상근자를 둬 마을, 지역사회와 연결해 자기 실행력과 업력을 쌓아가기로 했다. 이에 23개 회원사가 함께 결의를 다졌다. 이사회 구성도 이런 기조를 반영해 선출했다.

박영민(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상무이사) 이사장을 비롯해 구은경(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이무열(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 이사장), 정문식(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선경(괜찮아요협동조합 대표), 홍진주(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센터장) 등으로 구성했다. 회의만 하는 이사회가 아닌 기획과 실행력을 갖춘 이사진을 꾸렸다.

올해 사업 계획으로 크게 △'신뢰의 관계망을 확장하는' 회원 참여와 소통 사업 △'팀플레이로 서로를 살리는' 협업 및 협동화 사업 △'All for you' 올해의 회원사 사업 △'마포 사회적경제의 미래를 여는' 정책+연구 사업 등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마포 사회적경제 네트워킹 파티&송년파티 △회원사들과 직접 만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회원사 콘텐츠와 소셜박스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마포 사회적경제 진로Day' △상호거래 및 공공구매 활성화 △2018 마포 사회적경제 박람회 △민관 월례 세미나 진행_정책 살롱 Mapping(가칭) △정책 개발 및 연구 역량 강화 등을 실행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의 변화가 지방선거 등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경제도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마포사경넷은 그 증명을 위해 새로이 시동을 걸었다. 지역사회에 밀착한 사회문제 해결은 물론 시민 일상의 변화를 일궈낼 마포 사회적경제의 변신을 기대한다. 박영민 이사장의 포부가 그 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사회적경제는 그동안 시민들에게 정책 지원에 의존하는 집단처럼 여겨진 면도 있어서 시민들 체감도가 떨어지고, 시민들도 사회적경제가 어떤 사회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몰라서 응원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팀플레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밀착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 시민들이 '내 삶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달라지느냐' 의구심도 가지는데, 한방에 해소할 순 없으나 최소한의 변화를 만들면서 응원도 받고 싶다. 그런 것이 마포에서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면에서 다시 시작하고,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준비하고 실천하는 길을 뚜벅뚜벅 걸을 것이다."
마포사경넷 전환총회
 마포사경넷 전환총회
ⓒ 마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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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사회적경제, '지역자산화'를 고민하다

마포에는 사회적경제의 일상적 이슈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정기 포럼이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시작한 '마포 사회적경제 포럼'은 4월 25일, 상암 소셜박스에서 '마포구 사회적경제에서 본 공간 이슈 전략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금,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이 자리에서 정문식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영국 해크니 개발 협동조합(HDC; 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과 광진주민연대 사례에 대해 발제했다.


정 이사장에 의하면, HDC는 런던 내 2차 세계대전으로 거의 폐허가 된 지역에서 구청 소유 버려진 건물을 100년 가까이 임대했다. HDC는 후추알 한 알로 사업을 시작해 사무실과 상점, 바, 클럽, 작업실 등을 임대(후추알 임대)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 정 이사장은 "구 소유의 활용 가능한 공간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며 "마포 혁신 클러스터가 필요하며 민간의 전략과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진주민연대의 '안전한 둥지 만들기'프로젝트는 주민들이 보증금을 조성해 건물을 매입한 사례이다. 공유공간 '나눔'으로 붙여진 이 건물은 입주단체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운영 현황과 관리 계획을 협의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포함해 지역 단체들의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포사경넷 2차 정기포럼
 마포사경넷 2차 정기포럼
ⓒ 마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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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는 "사회적 부동산은 왜 없는가, 사회적 건물주인은 왜 없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구 이사는 마포구는 사회적경제 조직 숫자나 그 절박성에 비해 클러스터 공간이 부족하다며 공유지를 자치구에서 자산화하고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조직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공간을 구상할 때 회의실, 교육실, 창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진주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지난 2016년 마포구 소재 사회적경제 기업(63개 참여) 대상 설문한 내용 가운데 공간 수요 및 현황 내용을 공유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마포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마포구 사회적·물리적 여건 덕에 지속입지 희망이 높고, 공간 운영 안정성 등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욕구 또한 높았다. 또 협업과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사업에 대한 기대도 컸다.

홍 센터장은 "그럼에도 마포에 제대로 된 사회적경제 클러스터 공간이 없다"며 영역, 분야 간 융합, 협업을 통한 지역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 공간은 물론 기업별 다각적인 욕구와 필요를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관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탈학교, 범죄 경력 청(소)년 등에게 취업을 알선하는 사회적기업 사람마중의 모세종 본부장은 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이 입지·환경 등이 열악한 곳에서 일하면서 장기근속이 어렵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모 본부장은 "일개 기업, 개인이 해결하거나 맞서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막연히 지원을 요구하기보다 민관이 함께 계획하고 논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상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문화다방 김남균 대표는 임대료 인상이 빚는 부작용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줬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책 없이 노출된 자영업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에 느슨한 조직으로 만들어진 상수상인회가 하고 있는 노력도 전했다. 상수상인회는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임대료 동결 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민감할 수 있으나 자금 운영 등을 공유하면서 연대와 우애의 마음이 생겼다"며 "방법을 잘 몰라서, 싸우기 싫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고, 임대료 상승 움직임이 있으면 함께 야수와 같이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임대료 문제 등으로 공간을 이전하는 문턱없는밥집의 고영란 이사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내놓으며 지역 안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박영민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이런 이슈들을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잘 끌어안고 연대해 나가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지역 자산화TF 추진 내용을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소셜박스 활성화 방안, 지역상인 협의테이블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포사경넷은 김남균 대표가 쓴 《골목사장 생존법》 저자 특강을 오는 23일 오후 2시 그문화다방(마포구 와우산로3길 49)에서 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서울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활동과 우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자치구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사업단 및 통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태그:#마포구, #사회적경제, #상암, #소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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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정책 통합 및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을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입니다. 사회적경제 부문?업종?지원조직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통합적 정책 환경 조성 및 자원 발굴?연계,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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