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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를 생산하는 평택공장의 조립 3라인을 찾았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조립 3라인. 25일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를 생산하는 평택공장의 조립 3라인을 찾았다.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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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저희만 어려운 게 아니라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장성호 쌍용자동차 생산기술담당(상무)의 말이다.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25일 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을 찾았다. 4세대 픽업 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요란한 봄비가 내린 전날과 달리 이날은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계절대로 쌍용차에 다시금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올 1월 데뷔한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의 차종 중에 가장 뜨끈뜨끈한 신차다. 이로써 회사는 티볼리, 지(G)4 렉스턴에 이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까지 전 차급의 차종을 운영하게 됐다. 쌍용차 지난 2009년 혹독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거친 뒤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쌍용차에 근무하는 인원은 올 3월 말 기준으로 총 4944명. 이중 3882명이 평택공장에 근무하고 있다. 3개 조립 라인(Line)으로 운영되며 그 중, 프레임 바디(차대) 전용인 조립 3라인에서 렉스턴 스포츠가 생산된다. 국내에서 프레임 바디 전용 라인을 갖추고 있는 곳은 쌍용차뿐이다. 이와 함께 지(G)4 렉스턴, 현재 수출로만 판매 중인 코란도 스포츠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공정과정은 프레스(Press), 바디(Body, 차체), 도장, 조립 순이다.

쌍용차에 다시 찾아온 봄,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를 생산하는 조립 3라인의 차체 공정에서 로봇에 의해 각 패널이 용접되고 있다.
▲ 쌍용자동차 조립 3라인의 차체 공장. 렉스턴 스포츠를 생산하는 조립 3라인의 차체 공정에서 로봇에 의해 각 패널이 용접되고 있다.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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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과정인 프레스 단계에서는 공정 이름대로, 원자재인 철판을 찍어내 차체 외관을 이루는 후드(보닛), 데크, 천장, 펜더, 문 등 21개의 패널을 생산한다. 이 공정은 100% 자동화로 운영된다. 그래서인지 근로자가 없는 프레스 라인이 썰렁해 보이기도 했다. 공장에는 철판을 찍어내고, 직선으로 움직이는 로봇의 소리만 들렸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전 차종인 코란도 스포츠 대비 고장력강(강도가 높은 철강) 활용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기존 24.1%에서 79.2%로 늘었다. 더 단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철이 두꺼워서 갈라지거나 깨지는 등 금형에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행 해석 프로그램으로 최종 완성본의 값을 계산해 차체 조립 후에도 불량이 없도록 제작한다.

다음 공정은 바디 공정으로 로봇이 전달한 21개의 패널을 용접해 '차'라고 부를 수 있는 차체의 골격을 만든다. 스팟(Spot)이라 불리는 레이저와 씨오투(Co2) 공법으로 각 패널을 접합한다. 108개 세트의 용접 로봇이 레이저 빔 센서를 따라 오차 없이 각 부분을 붙여 차체를 완성한다.

Co2 공법으로 작업을 하는 로봇에서는 주황색의 불빛이 튀었다. 이 공법은 작업 과정에서 비산이 발생, 환경 오염의 원인이 돼 점차 사용이 줄고 있는 추세다. 총 4473점의 용접점 중 협력업체에서 약 62%의 부위를, 나머지 1908점을 평택공장에서 붙인다. 이 또한 100% 자동화로 이뤄진다. 이날 라인 투어의 설명을 맡은 곽상환 차체2팀장은 "차체 공정이 자동화된 곳은 국내에서 쌍용차가 유일하다"고 자신했다.

차체 공장을 나서는 문 안쪽에는 '빅 히트 와이(Y)400! 런투 큐(Q)200! 한국을 넘어 세계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Y400은 G4 렉스턴의, Q200은 렉스턴 스포츠의 개발명으로, 두 차종에 대한 회사의 기대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조립 공장을 둘러봤다. 뼈대가 만들어진 차량은 색이 입혀지고, 이곳으로 들어와 엔진룸부터 앞뒤 좌석 등 차량 내-외관을 이루는 모듬 부품이 얹혀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레임에 엔진과 변속기 등이 조립돼 차량의 위(차체)와 아래(차대)가 합쳐져 한 대의 완성차가 탄생한다. 이후 곧바로 차량의 주행 시험이 이어진다.

느릿느릿 작업장을 따라 움직이며 조립 과정을 지켜봤다. 작업대 옆에는 각 부품이 놓여있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적재함을 지나 몇 걸음을 움직이자 순식간에 프레임에 엔진과 변속기가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엔진의 힘을 바퀴로 보내는 드라이브 샤프트도 얹어졌다. 이어 작업자 4명이 지렛대를 이용해 차체를 얹을 수 있도록 프레임을 돌려 마지막 작업을 마쳤다.

쌍용차 30년만의 큰 변화...주간 연속2교대, "삶의 질이 달라졌다"

지난 16일 쌍용차의 평택공장을 찾아 렉스턴 스포츠가 생산되는 과정을 둘러봤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조립 3라인에서 근무 중인 생산직원들. 지난 16일 쌍용차의 평택공장을 찾아 렉스턴 스포츠가 생산되는 과정을 둘러봤다.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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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쌍용차 공장에는 30년 만의 큰 변화가 있었다. 정부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 단축에 선제적으로 대응, 근무형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변경했다. 오전 7시부터 8시간 근무 후 연속으로 교대조가 15시 40분부터 8시간 근무 후 1시간 잔업을 한다. 기존에는 8시간 근무+잔업 3시간의 주간조와 8시간 근무+잔업 1시간 30분의 야간조로 운영됐다. 

조립 1라인과 3라인은 완전 주간 2교대로 전환했으며 조립 2라인은 생산 물량이 부족해 아직 1교대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로 인해 공장의 한 해 전체 생산량은 줄었지만, 조립 3라인의 근로자 1명당 생산량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전환 배치를 통해 인원이 기존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객관적 수치상으로의 시간당 생산량과 연간 생산량은 준 것처럼 보이지만 전환 배치를 통해 라인에 동원되는 인원이 줄어 실질적으로 근로자 당 생산성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제시한 근로자 1인당 증가한 생산성은 7.6%다. 줄어든 근로자 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조립 3라인에는 사무직을 포함해 총 408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병호 기술수석은 "잔업과 특근 수당이 없어 월급이 이전보다 준 것은 아쉽지만, 오후 3시에 일이 끝나 여가 생활도 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면서 "무엇보다 가정에 충실할 수 있어 가족들이 기뻐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장에서 마주친 쌍용차 노동자들의 얼굴은 2009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그:#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평택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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