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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근무예비역으로 화학물질운반선에 탔다가 지난 3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해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구민회(25)씨의 빈소가 창원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으로 화학물질운반선에 탔다가 지난 3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해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구민회(25)씨의 빈소가 창원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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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체복무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배를 탔던 2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직장갑질119'는 고 구민회(25. 3등 기관사)씨의 죽음과 관련해 낸 자료를 통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의 폐지 내지 전면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화학물질운반선을 탔던 구민회씨는 지난 3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지난 3월 23일 요르단 소재 암만 병원에서는 그의 죽음을 자살로 판정했다.

고인의 유해가 지난 22일 국내에 도착했고, 유족들은 23일부터 창원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려 놓고 사흘 동안 장례 일정에 들어갔다.

유가족과 '직장갑질119'는 고인이 그동안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유서 등의 내용을 종합해 상급자에 의한 괴롭힘 속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해경은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인은 "정말로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도 아니지만 그때마다 엄마 생각을 하면서 버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엄마 생각하면서 버틸려 했지만 더 이상 이 이상의 괴롭힘은 참지를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직장갑질119'는 "군 대체복무로 배에 탄 젊은 선원이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 자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구씨는 상급자가 극심하게 괴롭히자 2018년 2월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실기사에게 알렸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하였다. 이 회사 인사부장은 고인의 모친과의 통화에서 2월 17일 하선한 실습생들이 2월 20일 전후 찾아와서 가해자의 괴롭힘을 신고해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2007년 도입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문제라는 것. 이 제도는 항해사와 기관사 면허 소지자로서 전시와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국민경제에 긴요한 물자와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업무 등을 위하여 해운과 수산업체에 일정기간 승선근무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다.

이 단체는 "이 제도는 대체복무인데도 민간인 신분으로 민간 선박에서 근무하여 병역으로서나 근로로서나 현실적으로 감독이 불가능하다"며 "병역으로 만기가 되었는데도 하선시켜주지 않아 8~9개월까지도 배에 갇혀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다.

이어 "복무기간이 36개월로 대체복무 중 가장 길고, 회사가 해고하면 군대를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는 "승선근무예비역 신청자는 대부분 해사고, 목포해양대 출신으로 인맥이 좁고, 해운회사가 몇 군데 없기 때문에 문제제기시 이후 업계 내에서 취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압박이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해양경찰도 해사고, 해양대 출신이 많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선상 폭행 등을 신고해도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불신이 팽배하다"며 "특히 해양대 졸업생의 경우 취업률이 100%였는데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던 고인은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견디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책임이 있다는 것. 이 단체는 "승선근무예비역은 산업기능요원과 마찬가지로 군인 대체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어떤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특히나 민간인 상선에 승선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승선근무예비역은 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상사의 갑질과 괴롭힘에 노출되기 쉽고, 괴롭힘을 당해도 피할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고인의 가족은 정부에게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폐지하거나 전면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241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등 포함),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많은 법률가와 노동전문가들이 오픈카톡 상담과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마도로스 꿈꾸던 25살 청년, 사우디 해상서 자살 왜?


태그:#승선근무예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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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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