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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4월 9일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 노동자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A씨에 대해 '업무상 질병' 판정을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18일 오후 7시 40분]

옛 삼성항공(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에서 카메라 렌즈코팅과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일하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50대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았다.

17일 법무법인 '여는' 최영주 노무사는 노동자 A씨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판정위')로부터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판정위'는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로부터 심의의뢰를 받아 지난 9일 판정했고, 이날 판정서가 나온 것이다.

A씨는 '반도체 리드프레임 도금업무와 카메라 렌즈코팅 업무' 등을 수행해 왔고, 톨루엔 등 코팅막 제거 세척용제를 비롯해 다양한 유기용제와 중금속, 산, 도금 관련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옛 삼성테크윈을 한화그룹에 팔았고, A씨는 회사가 삼성 소유로 있을 때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주로 노출된 물질은 세척시 사용한 신나이고, 납땜 업무도 수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카메라 렌즈코팅 업무와 관련해, 그는 "해당 공정 작업시 노출된 화학물질은 화알루미늄, 프론졸브, 아세톤, 에틸렌, 톨루젠, IPA 등에서 노출되었다"고 진술했다.

의사 소견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 직업환경의는 소견서에서 "환자는 카메라 렌즈 코팅 작업, 반도체 도금공정 등에서 노출된 세척제 등의 화학물질에 백혈병 관련 물질인 벤젠, 프롬알데히드 등의 포함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환자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은 "근로자가 카메라 렌즈코팅과 리드프레임 도금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되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그 노출 수준은 매우 낮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근로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견을 냈다.

'판정위'는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다'고 했다. 판정위는 "신청인의 연령, 상병 치료 경과, 작업종사기간, 작업 내용, 과거 병력, 의무기록, 의학 영상 자료, 업무 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에 관한 자문 결과 등 일체의 자료를 검토해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

판정위는 "신청인의 작업 환경과 작업기간, 노출환경을 살펴보면, 반도체 프레임 생산 과정에서는 불순물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의 노출을 배제할 수 없고, 최근의 농도는 낮다고 하더라도 과거 20여년 전에 사용했던 신나와 같은 세척제에는 벤젠 등의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정위는 "렌즈성형시 에폭시가 고열에 의해 가열될 때 열분해산물이 발생할 수 있어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호장비가 제대로 있지 않은 기간이 길었다", "역학조사가 현재의 노출만을 조사하고 있어 과거의 노출은 기존 연구결과에 의존해 볼 때 노출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판정위는 "카메라 렌즈 증착과 세척작업, 리드프레임 도금작업과 세척작업에서 작업 부산물로 생성된 포름알데히트와 신나에 부산물로 포함된 벤젠에 노출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와 신천 상병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참석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이라 했다.

판정위는 "이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해 보면, 신청인이 요양급여 신청한 상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A씨를 도왔던 최영주 노무사는 "삼성의 계열사에서 발생한 점에서 삼성그룹이 그 책임이 크고, 삼성그룹과 또 기업에서 지금이라도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역학조사 결과만으로 산재인정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줘서 이번 판정의 결정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