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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민중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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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90여 명에게 4억여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경찰에 소환됐다. 황 회장은 KT 임원들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들에게 KT 법인자금을 불법 전달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이 정치자금을 내는 것은 불법이다.

KT 임원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법인카드로 상품권 등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한 뒤 '쪼개기'식으로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KT가 기업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KT가 마치 '카드깡'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현금화해 개인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라면서 "경찰은 모든 관련자를 수사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8일 KT 노조와 함께 황 회장의 비리를 규탄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김 의원은 "현재까지 경찰 수사로 알려진 것만 해도 국회의원 90명, 자금 4억 원 규모다"라며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밝혀지고 KT가 정상적인 기업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김기식 논란'으로 불거진 국회의원 정치자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 의원은 "김기식 사건으로 정치인 개인과 제도적 문제점이 함께 드러났다"라며 "중요한 기준은 일반 국민의 상식이다, 국회의원들이 마치 떳떳하다는 식으로 관례였다고 말하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 문제의 해결책으로 관련 법 기준 강화와 국회 외부의 TF 구성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 여야를 떠난 자정 노력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정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국회가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여당이 한국당에게 전수 조사 얘기도 했는데, 그저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KT '카드깡' 불법정치자금 파렴치... 부당노동행위·국정농단 의혹도 수사해야"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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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오늘(17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불법 후원을 해왔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해왔는데.
"KT 임원들이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1월에 KT민주화연대, 참여연대 등과 기자회견을 했다. 경찰에 엄정히 수사하라는 취지였다. KT는 마치 '카드깡'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현금화해서 개인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행태를 보였다. 파렴치하다. 경찰 수사로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수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 황 회장의 비위 의혹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
"KT의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해도 해도 너무 했었다. 기본적으로 민주 노조를 탄압해온 것은 물론 2014년에 정규직 약 8000명을 퇴출하고 해당 영역을 외주화시켰다. 2014년 노조 선거에도 황 회장 등 일당이 불법 개입한 의혹이 있었다. 황 회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세 번이나 고발당했다. 이런 부분들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황 회장의 KT가 국정농단에 관련돼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건 거의 기정사실로 밝혀진 부분이다.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 원을 줬고, 국정농단에 가담한 차은택의 회사에 광고를 68억 원이나 줬다. 이 의혹들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 황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정치후원금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 더 아는 바가 있나.
"수사가 진행 중이지 않나. 더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국회의원 90명에 4억 원 규모 아닌가. 무엇보다 황창규 개인에 대한 비리로 이 사건이 종지부가 찍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제기된 정치자금 문제뿐만 아니라 KT에서 자행된 부당노동행위, 국정농단과 연관된 모든 문제들을 엄단해야 한다. 철저한 수사로 황 회장의 진실이 밝혀지고 KT가 정상적인 기업이 되길 바란다."

"'김기식 사태' 계기로 국회의원 정치자금 바로잡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전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전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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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김기식 사태'로 국회의원 정치자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다. 세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이 문제에 대해선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자꾸 법적 검토 운운하는데, 상식선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공무를 하는 사람이 이해관계가 관련된 곳과 돈이 오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울산 동구 구청장으로 공무생활을 해봤다. 김기식 전 원장이 과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피감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명백히 위법한 것이라고 본다. 아무래도 피감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하거나 감독하는 데 역할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 돈 가는 데로 마음 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말이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맞고, 이번 기회에 법적·제도적으로 바로잡을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 국회의원으로서 김기식 전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5000만 원을 '셀프 후원'한 부분은 어떻게 보나.
"임기 말 본인의 정치 활동을 정리하거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돈으로 썼다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고 불순한 의도성이나 고의성이 보였다면 안 되는 것 아니겠나. 중요한 기준은 일반 국민의 상식이다. 김기식 건은 개인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문제점이 함께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 제도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
"정치자금법부터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자금법을 보면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돼 있지 않더라. 최근 불거진 문제들을 자정하고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서 정치자금법부터 손봐야 한다. 더 뜯어보려고 한다."

-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있을까.
"스스로가 안 되면 외부 TF라도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 국회 당사자, 민간 전문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TF를 꾸리고 법적·제도적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마치 떳떳하다는 식으로 관례였다고 얘기하기 전에,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얘기하는 게 먼저다."

- 정치권 안팎에선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에 대한 전수조사 얘기도 나온다.
"여야를 떠나 기존에 있는 각종 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지를 말하는 게 정치인이다. 여당이 한국당을 공격하면서 전수조사 얘기도 했다.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스스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국회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 잡겠다고 먼저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말잔치일 뿐이다.

특히나 정치인은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4월 국회가 파행되고 있다. 국민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국가와 국민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정쟁으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민망하다."


태그:#김종훈, #황창규, #불법정치자금, #쪼개기, #카드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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