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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일 밤 9시 54분, 아들의 울음소리가 병원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우리 부부는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의 모든 과정을 부부가 함께 겪어내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인생을 최대한 자연의 섭리에 맞게 살아보자는 가치관 때문이었다.

  아들의 조그마한 발(발가락까지 아빠와 닮았어요)
 아들의 조그마한 발(발가락까지 아빠와 닮았어요)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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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17시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중간중간에 고비와 쉬운 방법을 택할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아내는 끝까지 인내하며 자연주의 출산을 해냈다. 모성애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 말에 의하면 해산의 고통은 생리통의 1만 배 정도로 느껴졌다고 한다. 나는 옆에서 그저 마음 아파하며 마사지 해주고 격려의 몇 마디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산통을 직접 겪을 수 없는 남자의 몸인지라 고통이 생리통의 1만 배라고 한들 내가 알 수 있을리  만무했다.

출산 후 며칠이 지나 우연히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쓴 글을 통해 산통을 아주 생생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산통을 '남자의 중요 부위를 있는 힘껏 가격 당했을 때의 고통이 하루 종일 계속되는 것'이라 비유했기 때문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시 한번 아내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의 위대함에 고개 숙여 존경심을 표한다.

자연주의 출산의 신비하고 감동적인 과정과 산후조리원을 통째로 전세 냈던 에피소드 등 출산 전후 1달간의 스토리는 다이내믹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아내와 함께 아들을 바라보며 울고 웃고, 근심하고 안심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100일이 훌쩍 지났다.

  DIY 100일 꽃장식을 만들고 있는 아내
 DIY 100일 꽃장식을 만들고 있는 아내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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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는 DIY(Do-It-Yourself, 직접 하기)로 꽃 장식을 만들었다. 남대문 꽃 시장에서 꽃을 구입하여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100'이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꽃을 이렇게 저렇게 배치해보며 계속 내게 묻는다.

"야보('여보'의 애칭)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예뻐요?" 이 순간이 가장 어렵다. 내 눈에는 어떻게 배치해도 다 똑같은 꽃일 뿐이다. "응. 두 번째 한 게 더 예쁜거 같은데?" 최대한 영혼을 담아 답을 하자 아내가 신났다. "그렇죠? 나도 두 번째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히히히."

작년 늦가을에 전원주택으로 이사 왔는데 적응도 하기 전에 아들이 태어났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조리원에서 나와서도 바로 집으로 오지 못하고 아파트인 처가댁으로 피신을 갔다. 우리 집은 오래된 농가주택을 수리한 집이라 추위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텃밭 가꾸기(초보농사꾼의 어설픈 삽질)
 텃밭 가꾸기(초보농사꾼의 어설픈 삽질)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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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고 3월에야 보금자리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다시 열심히 적응의 시간을 보냈다. 아들의 방을 만들어주고 집안 시설을 보수했으며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미키 마우스(쥐)에게 적응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관련 기사 : 주방에서 '미키마우스'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DIY로 만든 꽃장식을 설치하고 있는 아내
 DIY로 만든 꽃장식을 설치하고 있는 아내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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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힘내세요!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뒷모습
 엄마, 힘내세요!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뒷모습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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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작품으로 마당이 미니 화원으로 변했다. 미니 화원을 배경으로 100일 기념 가족사진을 찍었다. 자다 깬 아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아 내일 다시 찍으려 한다. 그래도 방 안에서 올 누드로 찍은 아들의 재래식 100일 사진은 제대로 건졌다.

우리 가족은 굳이 나가지 않아도 이렇게 집 안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적응해가고 있다. 아들이 땅을 밟고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우리 가족의 소소한 재미는 더욱 풍성해져 있지 않을까.

  미니 화원이 완성된 모습
 미니 화원이 완성된 모습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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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원주택, #소소한재미, #100일, #꽃장식,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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