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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시·군·구별 지역구 의원 정수는 광역의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집행부가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구성해 '획정안'을 제출하면 이를 광역의회에 넘겨 심의·처리하게 된다.

'획정안'은 광역의회가 기한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겨 결정짓는다. 광역의회가 집행부에서 넘어온 '획정안'을 수정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은 한 개 선거구에서 1명씩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이지만, 기초의원 지역구는 한 개 선거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다.

기초의원은 한 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으면 군소정당도 당선되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2명을 뽑으면 거대정당에 유리하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집행부 '획정위'에서 '획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정당의 광역의원들이 수정해 통과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남이 대표적이다. 경남도는 '획정위'에서 제출한 '획정안'을 경남도의회에 넘겼지만, 자유한국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는 대폭 수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기초의원 95곳 선거구(지역)에 2인 62곳, 3인 31곳, 4인 2곳이었고, 경남도(획정위) 획정안은 84곳 선거구에 2인 38곳, 3인 32곳, 4인 14곳이었다.

그런데 경남도의회는 16일 상임위와 본회의를 열어, 96곳 선거구에 2인 64곳, 3인 28곳, 4인 4곳으로 수정해 통과시켰다.

4인 선거구 축소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부산시의회는 부산시(획정위)에서 낸 4인 선거구 7곳의 획정안을 모두 삭제하고 2인 선거구 14곳으로 분할했다.

대전시의회는 2인 선거구를 현행 9곳에서 5곳으로 줄이는 대신 4인 선거구를 2곳으로 하는 획정안에 대해, 심의 결과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 버렸다.

경기도의회는 2014년 지방선거 때 2곳이었던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버리고, 이번에는 2인 선거구 84곳, 3인 선거구 74곳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기초의원 선거구 의원정수 획정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홍역을 치르다시피 했다. 군소정당과 시민단체가 '선거구 쪼개기'에 반대하며, 의회마다 '밤샘 등원'을 하거나 회의장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의원들이 기초의원 3~4인 선거구를 쪼개기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의원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이 16일 아침 도의회 현관 앞에 모여 선거구 쪼개기 중단을 요구하고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의원들이 기초의원 3~4인 선거구를 쪼개기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의원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이 16일 아침 도의회 현관 앞에 모여 선거구 쪼개기 중단을 요구하고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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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획정, 중앙선관위 등 독립기구에서 해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거대정당의 횡포다. 광역의회에서 '획정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마음대로 수정한다면, '획정위' 구성과 활동을 왜 했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기초의원 획정을 광역의회가 하는 것은 광역과 기초가 상하관계라는 인식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독립된 기구를 통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 했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은 광역의회가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유낙근 경상대 교수(행정학)는 "중앙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규칙에 따라 진행한다"며 "경기규칙은 중앙선관위가 만드는 게 맞다. 서울이든 경남이든 광역의회에서 하다 보면 집단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게 된다. 그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정당이 다 쥐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남도 획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경남도의회는 획정위의 획정안을 깡그리 무시했다"며 "전국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선거구 획정 제도가 모순이다"고 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 제도는 '입법형'과 '독립형'이 있는데, 우리는 전자다. 국회와 광역, 기초의회가 서열화되어 있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광역의회가 기초의회 '획정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가 하든, 아니면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하는 게 맞다. 외국은 독립기구에서 많이 한다"고 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이해관계가 걸린 광역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 문제다.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획정위'에서 제출된 '획정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의회에서 새로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중앙선관위가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한 치의 오차 없이 4년마다 반복되어온 선거구획정 폭거를 올해 경남도의회에서 또다시 재연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승만정권과 자유당의 부정선거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3·15의거 당시로부터 58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손에 쥔 권력을 놓칠까 혈안이 되어 무너지는 민주주의와 민심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14일 경북도의회 앞에서 3인 선거구 쪼개기를 한 자유한국당 도의언들을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14일 경북도의회 앞에서 3인 선거구 쪼개기를 한 자유한국당 도의언들을 규탄했다.
ⓒ 민주당 경북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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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방의회, #선거구획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상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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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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