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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혁명을 원한다.  성폭력 피해자로서 여성들의 '증언'이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촛불 '집회'가 결국 촛불 '혁명'이 되었듯 용감한 증언을 했던 여성들의 대한 지속적인
연대가 결국 한국 여성운동, 나아가 인권운동을 이끌 것이다.
▲ 여성들은 혁명을 원한다. 성폭력 피해자로서 여성들의 '증언'이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촛불 '집회'가 결국 촛불 '혁명'이 되었듯 용감한 증언을 했던 여성들의 대한 지속적인 연대가 결국 한국 여성운동, 나아가 인권운동을 이끌 것이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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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없애길 원합니다."

베를린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집회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가 말한 '시스템'은 가부장제, 전쟁, 인종차별주의, 파시즘, 자본주의, 빈곤, 폭력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꿔야 할 것이 아니라 없애야 할 것들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베를린 집회 주체 측은 총 23개국의 언어로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 중 한국어를 담당했던 채혜원씨와 임다혜씨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이번 집회준비 모임에서부터 많은 역할을 해왔다.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집회 모습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집회 모습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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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성의 날, 일본 위안부 문제를 알린 채혜원씨

한국에서부터 세계 여성의 날 집회에 참석했었다는 채혜원씨는 이번에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여성들과 준비하면서 감격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세계의 여성들이 연대과정을 이번 기회로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최초의 미투운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증언을 했을 때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로 50년간 침묵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여성운동가가 되었다는 것을 세계 여성들에게 알리고 싶어 국가별 선언문에도 위안부 문제를 상세하게 넣었다고 한다. 

 다양한 인종의 여성 진행자 중 한국 대표 임다혜씨
 다양한 인종의 여성 진행자 중 한국 대표 임다혜씨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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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또 한 명의 진행자 임다혜씨

"저 역시 오늘 이 집회에 오기 전에 미투를 선언했어요. 제가 경험한 것을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오늘은 뜻깊은 날인 것 같아요."

약 8000여 명의 여성의 날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진행 트럭 위에서 능숙한 영어로 구호를 외치고 집회 진행을 했던 임다혜씨는 한국의 남성권력 의한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단상 위에서 베를린에 모인 여성들에게 여성에 대한 폭력에, 억압과 착취에 대항하자며 씩씩하게 한국 대표로서 선언문을 낭독했다.

 여성운동 활동가 메랄씨
 여성운동 활동가 메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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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베를린 여성단체 활동가 메랄씨

집회 행진이 시작되자 인도 위에서 사람들에게 열심히 유인물을 나눠주는 메랄씨를 만났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여성의 노동과 몸, 영혼의 착취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매년 베를린에서 여성의 날에 참석했지만 올해처럼 진짜 투쟁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난다고 한다. 이날만은 여성들은 공장에 가지 않을 것이며, 장을 보러가지도 않을 것이며 빨래, 청소, 요리 그리고 섹스도 하지 않고 누구나가 가져야 할 삶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싫다의 뜻은 싫다’라고 쓰여진 호신용 호루라기
 ‘싫다의 뜻은 싫다’라고 쓰여진 호신용 호루라기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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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집회에 참석한 베로니카씨

학생 때부터 페미니즘 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했던 베로니카씨는 페미니스트이자 난민활동가이다. 그는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젠더, 인간의 해방을 뜻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목에 '싫다의 뜻은 싫다'라고 쓰여진 호신용 호루라기를 걸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을 때 주저앉고 "싫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남성들이 "싫다"는 의미를 그 뜻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이 지금껏 수없이 무시되어왔기 때문에 이날 호신용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나왔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이 연대했던 세계 여성의 날
 베를린에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이 연대했던 세계 여성의 날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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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인종차별' 당하는 삶을 말하는 비앙카씨

비앙카씨는 어느 쪽에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여성으로서 유색인종으로서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을 말하자면 24시간도 모자란다고 한다. 그는 특히 이번 베를린 세계 여성의 날은 주최 측에서도 백인이 아닌 여성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준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남성이기 때문에, 백인이기 때문에, 강대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리는 혜택들과 권력들을 이제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집회는 해가 저물수록 축제분위기로 무르익어갔다. 진행차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도로 위에서 춤추는 여성들 중 한 명이 나에게로 다가와 손을 잡는다. 미안하게도 나는 춤을 출 수 없었다. 신나는 음악소리보다 어느 울음소리가 내 귓가에 이명처럼 울렸기 때문이다.

마치 해방이라도 된 듯 춤을 추고 있는 집회 현장의 여성들을 보며 내 머릿속에는 오랜 침묵 끝에 자신에게 닥친 성폭력을 증언한 여성들의 턱에 맺혔던 눈물방물, 그리고 바닥을 가만히 응시하던 겁먹은 눈빛이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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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독일해외통신원. 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공부하고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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