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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쿠시마 현장작가 아키라가 한국에서 그린 <연작제단화-무주물> 그림을 해운대 바닷가에서 게릴라전을 했다.
▲ 아키라의 해운대 게릴라 전시 3일. 후쿠시마 현장작가 아키라가 한국에서 그린 <연작제단화-무주물> 그림을 해운대 바닷가에서 게릴라전을 했다.
ⓒ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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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한 나라로 갈거야"

일본 3.11 원전사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후쿠시마 현에서만 90명에 이른다. 참담한 비극은 지금도 이어진다. 마을 주민 한 사람은 "가장 안전한 나라로 갈거야"라는 글을 남기고 죽었다. 마을 일을 보던 한 사무원은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분신했다.

후쿠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키라 츠보이(Akira Tsuboi) 작가는 사람들과 마을이 사라지는 현실을 지나칠 수 없었다. 주중에는 간호사를 하고, 주말에는 붓을 들고 후쿠시마를 그렸다. 그림으로 상처를 감싸고 치유의 제단화를 매고 거리로 나섰다. 아키라의 그림 <연작제단화 '무주물'>은 일본에서 잔잔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아키라는 최근 한국에서도 탈핵 그림들을 그려 해운대 바닷가에서 게릴라 전시를 펼쳤다.

아키라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왔다. 탈핵을 주제로 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핵몽2 전시에 한국 예술가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탈핵 참여작가들과 신고리 5,6호기 원전터를 둘러보았다. 부산지역 문화단체 '또따또가'는 아키라가 한국에서 작품제작을 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공간을 지원하고 나섰다.

아키라는 1월 핵몽2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장을 방문하고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이어 2월 한국작가들과 영광 핵발전소를 답사하고, 탈핵 시민활동가와 거주민들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 머물며 작업한 소감을 문자로 전했다.

 <서생, 배꽃 필 무렵>, Oil on canvas, 259 x 181.5 cm, 2016
작가는 고리 핵발전소가 보이는 언덕에 작업실이 있다. 그곳에 원전이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을 붉은 빛과 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정철교 작품 <서생, 배꽃 필 무렵>, Oil on canvas, 259 x 181.5 cm, 2016 작가는 고리 핵발전소가 보이는 언덕에 작업실이 있다. 그곳에 원전이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을 붉은 빛과 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정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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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화<돌아가고 싶다> (부제: <남아 있는 것 ?몸> 새, 조합토 1220도
▲ <돌아가고 싶다> 박미화<돌아가고 싶다> (부제: <남아 있는 것 ?몸> 새, 조합토 1220도
ⓒ 박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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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한빛원전 담사중 아키라와 유카
 영광 한빛원전 담사중 아키라와 유카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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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체류가 새로운 작품을 그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전시가 핵 피해에 대하여 저항하고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민중의 힘이 약합니다. 밖에서 큰 파도로 포위하고, 바꾸어 가는 거점이 되면 좋겠군요."

그리고 이번 전시가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자신의 느낌을 남겼다.

"지난번 한국 체류는 나에게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본 사회에는 민주주의를 기리는 공원은 어디에도 없어요. 슬픈 일이지만, 일본 사회의 비정상을 새삼 느꼈습니다"

아키라의 <연작제단화 '무주물'>

전시를 앞두고 아키라와 나눈 문자 인터뷰다. 일본에서 여성운동과 문화기획자로 활약하고 있는 유카(Okamoto Yuka)가 통역과 해설을 맡았다.

- 아키라의 작품 '무주물'은 어떻게 그리게 되었나?
그 말은 2011년 8월에 열린 한 재판에서 쓰였다. 후쿠시마 현 니혼마쓰 시에 있는'선필드'라는 골프장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가처분신청을 한다. 원전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사고 전 보다 30배(3 micro SV/h)나 오염되어 영업이 어렵게 되었다. 골프장 측은 도쿄전력에게 방사능 제거를 요구했다. 도쿄 전력 측 변호사 반론이다. "방사능 물질은 이미 골프 코스 잔디밭과 불가분일체의 상태로 존재한다. 불가분한 상태로 일체화한 이유로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소유자가 없는 물건, 즉 '무주물'이다." 아키라는 그 터무니없는 소리에 분노해서 원전사고의 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 아키라는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사회문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서사적인 표현과 독자적 어법을 갖춘 것이 놀랍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 피해를 말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관계부처와 지역사회, 학계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고 인터넷에서만 비판들이 조금 나올 뿐이었다. "원전사고 후에 사회현실을 그리는 예술가가 나올 거야"라며 아키라는 새로운 예술가의 탄생을 기대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도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피난 생활을 하면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던 아키라는 직접 사회 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 아키라와 한국예술가들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아키라는 일본에서 게릴라식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2016년 두번째로 마루키 미술관에서 '아키라 연속 제단회화 무주물'전이 열렸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홍성담 선생의 야스쿠니 문제를 다룬 작품과 아키라가 그린 작품의 공동 전시회가 KEN에서 열렸다. 그 전시를 통해 유카 선생을 만나게 되고 한국 예술가들이 기획하고 있는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홍성담, 145x194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8
▲ <영광 이후> 홍성담, 145x194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8
ⓒ 홍성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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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문 작 <어떤 평안 #5>, 1100 x 900 cm, Pigment Print, 2012
▲ <어떤 평안 #5> 이동문 작 <어떤 평안 #5>, 1100 x 900 cm, Pigment Print, 2012
ⓒ 이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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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아 작품 ,Oil pastel on paper, 132 x 510cm, 2018
▲ <버튼을 향해가는 괴물의 손>, 방정아 작품 ,Oil pastel on paper, 132 x 510cm, 2018
ⓒ 방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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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작품, 천 위에 먹, 채색, 250 x155 cm, 2018
▲ <핵-몸> 정정엽 작품, 천 위에 먹, 채색, 250 x155 cm, 2018
ⓒ 정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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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비극을 그림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아키라의 작업이 시선을 끄는 요소 중의 하나는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키라의 시어와 그림을 영상으로 구성한 애니메이션 '무주물'은 후쿠시마의 허술한 대응, 비밀주의로 인한 아픔과 원망, 참상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최근 번역판이 완성되고 한글 자막을 읽을 수 있었다.

그곳의 땅 밑에는 한 마리 거대한 용이 살고 있었다. 그 용은 가끔씩 눈을 떠, 대지를 강하게 흔들곤 하였다. 옛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과거에 일어난 일' 그건 '이제 두 번 다시'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

지금까지처럼 용은 살짝 눈을 떠 자다가 몸을 뒤척였다. 용에게 있어선 정말, 아주 살짝. 그 곳에 어느 커다란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전기를 만드는 시설 주변에. 돈을 가져오는 시설. 그 연료는 이산화우라늄. 이산화, 우라늄. 일찍이, 많은 사람들을 멸절시킨 거대한 폭탄의 연료에 준하는 위험한 물질이었다.

다섯 겹의 벽에 달하는 용기에. 가둬두고. 물을 쉬지 않고. 끼얹어. 제어하고 있었다. 그럴 터였다. 더러운 물이 되어. 버려질 터였다. 위험한 것이 눈을 뜬다. 눈을, 뜬다. 봉인이, 봉인이, 기능을 상실했다. 그것은 자가 증식의, 자가 증식의 이치,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도망친 거야' '지진이 오자마자였다' '한 마디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수많은 버스 '어째서 온 거야' '몰랐어' 원전이 있던 마을인 오오쿠마. 오오쿠마의 피난소에서 들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이. 사람을 배웅하는 사람에 이끌려 찾아왔다. 방사성 물질이 어떻게 확산하는지. 그것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 이름, SPEEDI. 120억 엔 정도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그 시스템의 데이터는 사고 3일 후부터 재일미군사령부에 송신이 시작되었다. 문부과학성이 일본의 국민들을 향해 공표한 것은 24일 후.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피난 버스에 실려, 사람들은 피난하였다. 그러나, 버스에 타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2011년 7월 1일의 일 농가의 여성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사능 확산에 의해 머무는 것을 금지당한 깊은 산 속에서 그녀는 태어나고, 자라서 비슷한 처지의 남편과 맺어졌다. 두 사람은 그 곳을 떠나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닭을 키우는 것이 두 사람의 생업이었다. 산골짜기의 경작지에 내려왔다. 바뀌어버린 풍경 속에서, '1cm가 되는데 100년이 걸려' 논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맑은 물의 부엽토, 그 곳에선 그 부엽토를 5cm 벗겨냈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말했다. 3. 11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수는 후쿠시마 현에서만 90명에 육박. '가장' '안전한 장소로' '갈게요' 이 말을 남기고 자살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 비극을 그림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제작 츠보이 아키라 협력 쿠리츠 켄 (예술공간 KEN 디렉터) <연작 제단화 무주물>에서 발췌)

연작제단화 무주물 (無主物)
▲ 아키라 작품 연작제단화 무주물 (無主物)
ⓒ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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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의 애니메이션은 이번 전시 오프닝에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예술가들의 눈에는 방사능이 보인다' 탈핵을 주제로 평면·설치·사진·오브제·영상·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다. 아키라 츠보이(Akira Tsuboi)의 연작 제단화 <무주물>, 박건의 전자그림 <핵노잼-손톱>, 박미화의 <돌아가고 싶다(남아있는 것-몸)>, 방정아의 <버튼을 향해가는 괴물의 손>, 이동문의 <어떤 평안> 시리즈, 정정엽의 <핵-몸>, 정철교의 <골매 마을 풍경>, 홍성담의 <영광 이후> 등 60여점 신작이 전시된다.

토다(TODA)밴드의 창작콘서트-핵몽2가 공연된다. 작곡가 이기녕이 <악의 선물> 등 5개의 곡을 하나로 연결, 아름답고 서정적적인 선율로 탈핵를 노래한다.

10일 5시 부산민주공원 중극장에서 핵몽2 콘서트가 펼쳐진다
▲ TODA 밴드 10일 5시 부산민주공원 중극장에서 핵몽2 콘서트가 펼쳐진다
ⓒ TODA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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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몽2 전시 포스터
▲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싶다 핵몽2 전시 포스터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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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부산민주공원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핵몽2 전시 현수막
▲ "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10일부터 부산민주공원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핵몽2 전시 현수막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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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核몽夢 2》 (부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전시 소개
○ 전시제목: 《핵核몽夢 2》 (부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Nuclear/Dream 2: Dream to return》
○ 전시기간: 2018. 3. 10 (토) ~ 2018. 4. 8 (일)
○ 전시시간: 09:00 – 17:00 (월요일 휴관)
○ 공연일정: 토다(TODA)밴드 "핵核몽夢" 공연  3. 10(토) p.m 5:00-6:00, 부산 민주공원 중극장
○ 전시장소: 부산 민주공원 기획전시실    (※부산광역시 중구 민주공원길 19)
○ 작    가: 아키라 츠보이(Akira Tsuboi), 박건, 박미화, 방정아, 이동문, 정정엽,  정철교, 토다(TODA)밴드, 홍성담 (총 9명(팀), 가나다 순)
○ 전시작품: 평면,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60여점
○ 관 람 료: 전시 무료(※아트프린트 현장 판매), 토다(TODA)밴드 공연 유료(10,000원)
○ 주    최: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핵몽작가모임
○ 주    관: 광주은암미술관, 핵몽작가모임
○ 공연후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아키라(Akira Tsuboi)는 도쿄 태생 예술가로, 어린 시절을 후쿠시마에서 보냈다. 게이오기주쿠대학(Keio University) 독일문학부를 졸업했다. 재학 중 독학으로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이후 후쿠시마 현지에서 원전 작업자, 농민, 승려, 가설주택 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작 회화 <무주물(無主物)>을 제작하였다. 국회와 도쿄전력에 대항하여 원자력 발전 반대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원폭을 소재로 한 작업으로 일본 미술계의 초청 전시가 이어지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도 2011년 3월 11일 이후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일본의 매체로는 전하지 못하는 사태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으며, 시부야 신주쿠 번화가, 일본 각지의 미술 공간(마루키 미술관, 예술공간 KEN 외)에서 전시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단 패널화 연작 6점과 애니메이션 1점을 선보인다. 왜 알려고 하지 않습니까? 왜 보지 않습니까? 왜 인정해버립니까? 왜 잊어버립니까?



태그:#핵몽2, #돌아가고싶다, #민주공원, #아키라,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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