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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
 이건희 삼성회장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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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금융실명제 시행 전 만든 27개 차명계좌에 약 61억 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 돈의 절반인 30여 억 원을 과징금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은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결과'에서 지난 1993년 8월12일 기준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의 자산총액이 61억8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에 있던 자산은 26억4000만원, 한국투자증권은 22억 원, 미래에셋대우에는 7억 원, 삼성증권에는 6억4000만원이었다. 

해당 계좌들에는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오전 기자설명회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93년 8월12일 당시 3만8600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236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징금 부과 금액은 93년 8월12일 기준으로 돼있다"며 "(과징금 금액은) 이번에 확인된 61억8000만원의 50%인 30억9000만원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의 50%만큼 부과하도록 돼있는데, 당시 차명계좌에 주식이 들어있었다면 그 주가에 따른 금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걷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 없다고 버티던 증권회사들...금감원 검사 들어가자 자료 찾아내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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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이번에 증권회사들을 상대로 검사에 나선 것은 지난달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을 내린 것에 따른 것이다. 법제처는 당시 금융위원회에 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가 이후 타인 명의로 실명 전환됐더라도, 실소유주가 따로 있을 경우 과징금을 거둬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실명제 당시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었는지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에 금감원이 검사를 실시한 것.  

그런데 이날 금감원의 이 회장 차명계좌 검사 결과는 앞서 증권사들이 보고한 것과 전혀 달라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작년 11월에 (금감원이 증권사들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그때는 (증권사들이) 없다고 했다. 당시 허위보고를 한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이 나온 것.

이에 김 부원장보는 "당시 금융회사들이 확인해준 것은 운영 중인 전산기기에 그 당시 자료가 삭제되고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금융회사들의 협조를 얻어 별도 데이터베이스(DB)를 같이 찾아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해당 증권사들은 자료 보존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지난 1993년 8월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었는데, 금감원 검사로는 해당 자료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김 부원장보는 "이번에는 백업센터, 문서보관소 등을 다 확인했다"며 "증권사에서 고의로 (잘못) 보고했다고 판단되지 않고, 책임을 묻는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증권사들이 관련 자료가 없다고 한 점이 허위보고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해당 증권사들이 과징금 원천징수?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다만 금감원은 이번 검사로도 당시 삼성증권이 가지고 있던 매매거래내역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1주일 동안 검사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보는 "삼성증권의 경우 자산가액 리스트는 가지고 있다"며 "당시 8월12일부터 일정기간 동안의 거래내역은 없는데, 그 이유를 추가적으로 검사 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을 추가로 검사해도 과징금 부과 금액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 부원장보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관계기관, 금융회사 등과 협의해 부과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과징금은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부과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금융회사가 내야 하는 것인가, 구상권 청구 절차를 밟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부원장보는 "원천징수 방식이 원칙이지만, 그 부분은 관계기관들이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금융실명제 이후 만들어진 탈법 목적 차명계좌도 과징금 부과 추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더 있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더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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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1993년 8월12일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

현행법으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만들어진 차명계좌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후 개설된 계좌를 활용한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거래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현재에도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등 탈법행위 목적의 금융거래에 대해서 형사처벌은 가능한데, 이와 함께 경제적 징벌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금융위 쪽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법 목적의 차명계좌가 적발되더라도, 형사처벌 이후 계좌를 실소유주의 이름으로 바꾸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는데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 금융실명법이 개정되면 1993년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의 탈법 목적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열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급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 국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명제 이후 개설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도 과징금 대상? "말하기 어려워"

이런 설명에 '소급입법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실명제 이후 개설된 계좌가 나중에 차명계좌로 드러나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이 회장의 경우도 해당되나'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도 과징금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명확하다"면서도 "이것을 소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금융실명법이 개정되면 수 많은 불법 차명계좌들이 과징금 징수 대상이 되는데, 이건희 회장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다고 특정해 언급하는 것을 피한 것이다.

더불어 금융위는 차명계좌 관련 과징금 산정시점, 부과비율 등을 현실화해 징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절차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차명계좌 관련 과징금 부과 비율은 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의 50%인데, 이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부과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충실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수사기관·과세당국·금융당국 사이에 차명 금융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쪽 계획이다. 또 과세당국이 차명계좌 실소유주에게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검찰 조사 등으로 드러난 차명계좌에 지급정지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다만 일반 국민들이 배우자나 자녀 이름으로 만들거나, 친목회 등의 돈 관리 목적으로 만든 이른바 '선의의 차명계좌'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융위 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여전히 자금세탁, 탈세 등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가 있는데 (이런) 행위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함께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안심하고 현재와 같이 금융거래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태그:#금융위원회, #이건희,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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