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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5일 오후 6시 께 경기도 고양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 사무실 CCTV 화면 캡쳐. 매장 점장인 김아무개씨가 매니저 A씨를 맞은 편에 앉혀놓고 발을 만지는 장면이다.
 2017년 10월 15일 오후 6시 께 경기도 고양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 사무실 CCTV 화면 캡쳐. 매장 점장인 김아무개씨가 매니저 A씨를 맞은 편에 앉혀놓고 발을 만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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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롯데리아의 한 매장 직원이었던 A씨. 만 19세 여성 A씨는 아침에 이곳을 출근해도 별로 할 일이 없었다. 40대 남성인 점장 김아무개씨가 자신보다 일찍 출근해 직원들이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다 해두었기 때문이다.

언뜻 다른 패스트푸드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이 곳 매장을 부러워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A씨에겐 떠올리기도 싫은 업무 아닌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관련기사: 롯데리아 점장, 매장서 한달 넘게 여직원 상습 추행)

"발 더러우니 하지 말라 하면 '조카 냄새가 나'라고..."

다른 직원들은 없는 '준비된' 매장. 둘만 있을 때면 김씨는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앉아서 얘기나 하자'며 A씨의 팔을 잡아끌고 매장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추행. A씨의 손을 잡고, 발을 주무르고 입을 대는 등 김씨는 A씨의 손발을 만지며 아침 시간을 보냈다.

"매일 매일 출근하려고 나갈 때마다 숨이 차올라요. 거의 매일 그런 일을 당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출근해서 나 좀 살려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지난 18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A씨는 자신이 추행 당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럽다고, 발에서 냄새나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 '발에서 우리 조카 냄새가 나' '우리 조카가 바르는 로션 냄새가 나' 이러면서 계속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A씨에 대한 김씨의 추행이 시작된 건 지난해 9월 10일 근무를 끝내고 직원 회식이 계속되던 11일 새벽이었다. 꼬치구이집에서 1차 회식을 한 김씨와 직원들은 김씨의 집에서 2차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서로 친하게 지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며 A씨를 잡아 당겨 안고는 안쪽 허벅지를 꽉 잡았다.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우리 매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원 모두 한 식구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신체접촉을 자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A씨 손과 엄지발가락의 상처를 봤고, 이후 A씨에게 '상처가 너무 이쁘다' '너의 상처가 아름답다'는 등의 말을 했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매장 내 사무실에서 A씨의 발을 주무르고, 입에 대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A씨를 향해 '나는 너무 좋은데 너는 어때?', '눈을 마주쳐야지, 날 쳐다봐'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민망하니 그만 하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A씨는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다른 직원이 예정보다 빨리 출근해서, 이런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다른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도 A씨에 대한 추행이 빈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예정보다 일찍 출근한 이도 있었다. 그럴 때면 점장의 핀잔과 짜증이 이어졌다.

"다른 애들 살리는 셈 치고 발 좀...기분 좋아질 것 같아"

점장은 집요했다. A씨가 온갖 핑계를 대며 함께 있는 걸 피하려 하자 다른 직원들을 끌어들였다. '오늘 업무가 너무 엉망이라 내가 기분이 안 좋은데, 다른 애들 살리는 셈 치고 발 좀 보게 해 달라' '네 발을 보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매장의 평화를 위해 너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식이었다.

작년 10월 21일, 그 날 아침에도 추행을 당한 A씨는 자신이 결국 사무실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영상 등에 나타난 자신의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A와 나는 사귀는 관계'라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9월에 추행을 당한 뒤 경찰서로 가기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추행은 일상이 돼 갔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직원이었고, 금전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점장의 추행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8월 21일, A씨는 롯데리아 매니저 교육을 수료하고 해당 매장의 매니저가 됐다.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정직원이다. 자기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을 가맹점주나 점장이 추천을 해 매니저 교육을 받게 하는데, 통상 교육비(기본 비용 60여만원)는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그래서 '매니저 교육 수료 1년 이내 일을 그만둘 경우 매니저 교육비용을 점주에게 물어내야 한다'는 게 관례다.

"1년 내 퇴사 어려운 상황을 약점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 [제보영상] 패스트푸드점 사무실에서 벌어진 성추행① 경기도 일산 시내의 한 롯데리아 매장 사무실 CCTV에 잡힌 점장의 직원 추행 장면.
ⓒ 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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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매니저 교육비를 뱉어내야 한다는 것도 결심을 어렵게 했어요. 교육 뒤 1년은 매장에 묶인 셈인데, 아마도 내가 그만 두기 어렵다는 걸 약점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라고 했다. 그런 상황을 무릅쓰고 A씨는 김씨를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일산동부경찰서는 김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혐의로 기소해야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A씨가 롯데리아에서 일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4년부터였다. 매장을 옮긴 적도 있지만 롯데리아 근무 경력만 3년이 넘는다. A씨는 "원래 좋아했고, 재미를 느껴서 롯데리아에서만 일했다"며 "열심히 해서 관리자가 돼 오랫동안 일하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매니저 교육을 받고 꿈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점주의 동생으로 사실상 고용주인 점장 김씨의 추행은 A씨가 그 좋아하는 롯데리아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태그:#롯데리아, #점장,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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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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