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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입국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이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입국 여부와 탈북 경위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배인 허아무개(38)씨와 종업원 12명은 지난 2016년 4.13 총선 직전 한국정부가 발행한 임시여권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보통 탈북자들과 달리 하나원에 입소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지난해 민변에 이들이 "국정원 특별보호대상(가급 경호대상)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특별보호대상은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한정되는데, 평범한 20대 초중반의 탈북여성들이 그러한 대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북한이 입국 직후부터 "유인 납치" 혹은 "강제 실종"이라고 주장한 반면, 우리 정부는 "자유 의사에 의한 입국"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을 만나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 여부를 확인하고자 활동해온 엔피오(NPO) 등 시민단체, 민변,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국정원은 비협조로 일관해왔다.

지난해 12월 서울을 방문한 오헤아 퀸타나 유엔(U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설명에 의문이 있다"며 이들과 관련한 국정원의 '기획탈북' 의혹을 국제적으로 의제화할 조짐을 보였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여성들 중엔 탈출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면서 민변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민변은 당시 "(북한의 주장처럼) 구금 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국정원이 여전히 여성들을 통제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성들은 사실상 북측의 가족과 떨어져 신종 이산가족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의 관리·통제와 관련한 인권 침해 논란도 제기된다.

ㄱ씨가 제공한 종업원들의 공연 모습. 원래 홀에서만 공연하지만 이날 귀빈이 오면서 예외적으로 특별히 룸에서 공연한 모습이라고 한다. ㄱ씨는 "왼쪽에서 두 번째 종업원은 남한으로 오지 않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기억했다.
 ㄱ씨가 제공한 종업원들의 공연 모습. 원래 홀에서만 공연하지만 이날 귀빈이 오면서 예외적으로 특별히 룸에서 공연한 모습이라고 한다. ㄱ씨는 "왼쪽에서 두 번째 종업원은 남한으로 오지 않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기억했다.
ⓒ 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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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자는 중국을 드나들며 사업을 해온 한국인 사업가 ㄱ(58)씨로부터 이들 종업원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종업원들과 중국에서부터 알고 지낸 한국인으로선 첫 진술이다. ㄱ씨는 한국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며 중국을 오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2015년 가을께까지 지린성 옌지(延吉) 소재 모 북한 식당을 드나들며 약 2년 가까이 종업원들과 알고 지냈다. 해당 식당은 중국 국적 조선족과 북한 당국이 합자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그는 여성들에 대해 "과거에 아는 사이였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연락이 안 된다"고 근심을 나타냈다. 또 "아이들이 남한에서 자유롭게 있으면 내게 연락을 할 것 같다"면서 "옌지에서 근무할 때도 한 차례 식당을 무단 이탈했던 적이 있다. 이때도 허아무개 지배인에게 속아서 따라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배인 허씨가 "돈이 늘 급했다"거나 "아이들이 모두 평양 출신이다. 집안 성분이 좋은 애들"이라는 말도 했다. 다음은 ㄱ씨와의 일문 일답이다.

"북한 여성 종업원, 이전에도 식당 무단 이탈한 적 있어"

- 여성들과 잘 아는 사이라고 들었다. 어떤 인연이 있나?
"과거에 중국 옌지에 있는 모 냉면식당 사장(조선족 남성)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자주 그곳에 갔는데 거기 종업원으로 있었던 여성들이다. 원래 (저장성 닝보에 있는) 류경식당으로 가기 전에 거기 있었다. 내가 가면 다들 날 기억해주고 그랬다. 팁을 주면 허아무개가 다 뺏어가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핸드크림이나 한국산 마스크팩을 선물로 줬다. 지배인이 그런 건 안 뺏어가니까. 한국 제품이 우수한 걸 아니까 주면 많이 좋아했다. 그런 정도다. '이번엔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고 그랬다. 나를 다 기억은 한다."

- 한국 사람인 걸 알면서도 크게 경계 안한 것인가? 
"그렇다. 내가 그곳 사장하고 워낙 친한 데다 작은 거지만 선물 사다주고 하면 많이 고마워했다. 하루는 핸드크림을 선물로 줬더니 며칠 후 내 친척을 통해서 북한산 '들쭉술'을 맡겨놓고 갔더라. 당시에 20명 정도 됐다. 사실 그동안 굉장히 궁금했다. 우연히라도 날 만나면 반가워할 텐데... 라고 생각했다."

- 특별히 친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다.
"한국에 온 아이들 중에서 대화를 많이 해본 아이는 2명이 있는데, 잘 있는지 궁금하다. 더 궁금한 것은 허씨가 굉장히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과거 정권에서 허씨는 이용가치가 끝나지 않았나. 그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 여성들이 입국 당시 건강이 대부분 좋지 않다고 들었다. 경찰청 보안국에서 들으니 지금은 치료를 받고 다 건강해졌다고 한다.
"그건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당시에 일을 잘했다.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엄격하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반성문(자아비판, 타인비판으로 이뤄진 생활총화를 의미. 북한의 모든 기관에서 이뤄진다)도 썼다. 아이들은 외출 시 3인 이상 동행하는 등 항상 집단생활을 했다. 그런데 2015년 9~10월께 냉면식당 사장이 한국 출장을 나온 사이에 아이들이 옌지에서 헤이룽장성으로 한 차례 도주한 전력이 있다. 허 지배인을 따라 간 거다. 그때 사장이 공안에 신고를 했다. 공안이 각 기차역의 CC(폐쇄회로)TV를 보고 추적을 해서 헤이룽장성까지 가서 데려왔다.

당시 아이들이 제발 북한으로 송환시키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사정했다. '우리는 모르고 따라갔다' '도망가려고 했던 거 아니다'라고 애원했는데 더 데리고 있으면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골치가 아파 북한에 보내 버렸다. 그런데 용서받고 다시 나왔다. 나와서 근무하게 된 곳이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이라고 하는 문제의 식당이다."   

종업원들 중 한 명의 모습. ㄱ씨는 20여 명 중 "이 종업원 여성과 대화를 많이 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이 현재 한국에서 잘 있는지 몹시 염려했다.
 종업원들 중 한 명의 모습. ㄱ씨는 20여 명 중 "이 종업원 여성과 대화를 많이 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이 현재 한국에서 잘 있는지 몹시 염려했다.
ⓒ 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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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도주를 한 건가?
"냉면식당 사장은 돈 때문이라고 하더라. 헤이룽장성 쪽에서 돈을 더 준다고 하니까. 허씨가 선불받고 갔던 걸로 생각된다. 중국에서 외국인이 식당을 운영하고 사람을 고용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연줄도 안 닿고 하니까 몰래 아이들을 빼돌리려고 했던 거다. 그래서 조선족 사장이 '근무지 무단 이탈'을 사유로 송환시킨 거다. 사장이 잘해줬는데 그 일을 겪고 인간적으로 실망을 느꼈다고 하더라." 

"지배인 허씨, 늘 돈이 급했다... 종업원들 대부분 평양 출신"

- 허 지배인이 지난해 8월 민변을 찾아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에게 6만 위안(약 1000만원)을 받아서 항공권을 샀고 말레이시아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도 지도받았다고 했다. 옌지에 있을 때부터 식당에 드나든 사람이라고 했다. 식당에 국정원 직원이 드나든 것을 당신도 알았나?
"난 몰랐다. 처음 듣는 말이다."

- 왜 당시에 13명은 떠나고 7명은 남겨진 것인가?
"그 이유는 모른다. 옌지에서도 그 내막은 모를 거다. 다들 짐작만 할 뿐이다. 나도 남겨진 7명이 북한에 들어가 <우리 민족끼리>에 출연한 걸 봤다. 얼굴이 기억나는 아이가 인터뷰를 하더라. 내 짐작이지만, 당에서 (식당을 옮기라는) 명령이 나왔다고 하니까 함께 버스를 타는데 7명은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가고, 12명은 속아서 건너왔을 거란 추측이 든다. 민변 접견도 못하게 하는 걸 봐도 그런 짐작은 있다. (서로 마음을 맞춰서) 단체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옌지서도 도망갔을 때 속아서 간 거잖나. 그때도 허씨를 따라간 거다."

- 남한에서 여성들이 자유롭게 있다면 당신에게 연락을 안할 리가 없는 것 아닌가? 

"내 연락처를 안다면 (그럴 거다). 그네들도 나를 궁금해 할 텐데... (내 연락처를) 모를 수도 있다(ㄱ씨에 따르면, 탈북자사회는 좁기 때문에 누군가의 연락처를 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내 얼굴과 연락처를 전단에 넣어서 탈북자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 동네에 뿌리고 싶다고 농담조로 말한 적도 있다. 옌지에 있을 때 아이들 동영상, 사진을 갖고 있다.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했던 걸 찍은 거다. 스무 명을 다 아는 건 아니고 사장하고 친해서 놀러가고, 한국에서 지인이 오면 가서 음식 먹고 공연해주고 그랬다. 그들은 다 나를 잘 안다.  

대부분 집안 성분이 좋은 애들이다. 여느 탈북자들과 다르다. 아이들이 다 평양 출신으로 알고 있다. 내가 듣기론 북한 사회는 평양에서 사는 거 자체가 축복이고, 평양시민권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고 한다." 

- 허씨도 개인적으로 아나. 허씨가 도박빚을 독촉받았고, 충성자금 상납도 밀렸다고 보도됐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탈출 사유가 아닌가?
"한 번 정도 인사했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 도박했는지 그런 건 모른다. 그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돈이 항상 급했다고 하더라. 냉면식당 사장의 지인들한테 돈도 많이 빌렸다. 찾아가서 폐도 끼쳤다. 가서 음식도 사달라고 하고, 돈도 빌려가서 안 갚았다고 한다.

남한에 와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냉면식당 사장에게 2번 전화해서 자기 짐을 보내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한다. 급하게 오면서 놓고 온 짐들이다. 이미 중국 공안에서 다 가져가서 보내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태그:#탈북민, #류경식당, #북한, #민변 ,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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