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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까지의 독서술> 책표지.
 <100세까지의 독서술> 책표지.
ⓒ 북바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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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바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여유롭게 좋아하는 책이나 실컷 읽으며 살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막연히 품어온 내 바람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아마도 노년에는 지금보다 시간이 많을 것이다. 주변 어르신들을 봐도 그래 보인다. 복지관 등에 뭘 배우러 다니는 것도 70대 중반까지. 그나마도 멀다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거나 등으로 목적 없이 집이나, 집 주변을 맴돌며 소일하며 보내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훗날 노년의 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읽을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몸의 조건만 최소한이라도 따라준다면(돋보기 쓰고서라도 읽을 수만 있다면) 책 한 권으로 세상 어디에든 갈 수 있으며, 옛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로까지 거슬러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역마다 도서관이 많이 늘었다. 그러니 돈이 없어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취미인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며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 하필 책과 오랫동안 벗하며 살고 있음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며 귀한 축복이란 생각에 막연히 감사한 마음이다.

<100세까지의 독서술>(북바이북 펴냄)은 나처럼 책과 함께 노년을 보내고 싶은 바람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펼쳐볼 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출판사와 잡지 편집장으로 지내는 한편,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했으며, 도서관장을 하는 등,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는 저자가 들려주는 '노년의 독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의 독서에는 무한한 미래가 있었다. 그런 착각은 60대 정도까지 그런대로 이어졌지만, 일흔을 넘기면서 깨져버렸다. 나에게도 죽음이 곧 닥칠 것이다. 내게 남은 그 한정된 시간 내에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13쪽

"독서습관은 생물이다. 내버려두면 곰팡이가 슨다. 피아노나 축구를 배울 때 매일같이 꾸준히 기초 훈련을 해야 하는 것과도 같다. 독서 습관에도 꾸준한 기초 훈련이 필요하다." - 73쪽

"주변 사람이 어떠하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이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주: 병원침대에서 커튼으로 가리고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늘날의 병원 환경이) 덕분에 2주가 채 안 되는 입원기간 동안 14종의 책을 읽었다." - 207쪽

38년생으로 팔순의 저자다. 이 책은 2015년, 즉 77세까지 <책의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기 취향에 맞는 책만 읽으며 한가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살았다"는 저자는 체력도, 기력도, 기억력도 현저히 떨어진 70세 이후의 독서를 '노년의 독서'라 정의, '환상을 벗겨낸 노인 독서의 현실'을 들려준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것은 장서 처분에 관한 이야기. "안부가 궁금해 찾아온 누군가조차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이 쌓여 있는 책 더미 속에서 죽은 지 며칠 지나 발견된" 지인과 "엄청난 양의 책이 천장까지 급한 경사를 이루며 겹겹이 쌓여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책 더미가 와르르 무너질 판이라 다가가 애도조차 못할 정도로, 침대마저 단단한 책을 수백 권 쌓아 올린 후 그 위에 널빤지를 얹어 만들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책을 남기고 죽은" 친구를 보면서 저자 자신은 "책이 아무리 좋아도 그처럼 책에 묻혀 죽기는 싫다"며 장서 처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죽은 사람의 바람이야 어떻든 사회적으로 남겨진 장서는 단지 가연성 쓰레기나 그와 비슷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먼저 간 가족 누군가가 남긴 어마어마한 짐을 처분해야만 하는 고통을 남겨진 가족에게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잘 알다시피, 책이라는 녀석은 공격적인 방식만으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내 인생도 얼마 안 남았다. 아직 체력이나 기력이 있을 때 나름대로 공격적인 장서 감량 계획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무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이 따르는 법. 일시적으로 약간 줄었다 해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그리되면 자연히 제2의 방어적인 방식이 필요해진다." - 71~72쪽


그런데 죽는 날까지 책에 묻혀 살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품고 살았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다보니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처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고민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처분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방법을 찾는 등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는데, 그에 대해 너무 사소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아울러, 오랫동안 즐겨왔으나 이제는 불편해진 몸 때문에라도 버려야만 하는 길을 걸으며 책읽기를 비롯하여, 젊은 날 읽은 책 다시 읽기, 전혀 읽지 않았던 만화책과 같은 책읽기, 나이에 따라 변하는 책읽기, 병실에서의 책읽기, 옛날 같지 않은 기억력이나 집중력으로 책읽기, 노년의 도서관 활용 필요성과 방법 등, 아마도 노년으로 접어드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노년의 독서술을 들려준다.

한편 젊은 사람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노인력이 붙은' 사람들만 경험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책읽기 그 깊이와 여유에 대해서도 틈틈이 이야기한다.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는 저자다. 전문가로서 책읽기 관련 이론이나, 자신만의 경험이나 시각, 노하우 등 쏟아낼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에 한정짓지 않고 책 덕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책 이야기를 섞어 들려준다. 책읽기 관련 이야기들이 많음은 물론이다. 이런지라 지금 당장 노년의 책읽기 관련 알아야 할 뭔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양가 부모님이 칠순 중반을 넘기며 노후 또는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노인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자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다소 막연하던 꿈은 '그렇게 살려면 지금부터라도 뭔가(건강이나 노후자금 등) 준비해야 한다'는 일종의 어떤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막연한' 무엇이었다.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게 한다. 

언젠가 "목적 없이 떠도는 배처럼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불안하고, 허망하며, 지겹다"는 한 어르신께 감히 책읽기를 권한 적이 있다. 당시 그분은 책읽기의 고통을 호소했다. "좀 더 젊을 때 맛들이지 못해 낯설고 어렵다"는 후회와 함께.

이후 노년을 책과 함께 보내는 누군가의 삶이 궁금했다. 내가 장차 원하는 '책과 함께 하는 노년의 삶'과 관련 뭔가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주변에는 그처럼 사는 사람들이 없다. 다행히 이 책은 그 역할을 해준다(아마도 70대 이후까지 드문드문 뽑아 읽을 것 같다).

저자는 자신처럼 책을 좋아했으나 몸의 불편함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책을 놓아버린 사람들 이야기도 한다. 저자나 나처럼 책을 좋아해 노년의 독서를 꿈꾸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떤 이유들로 책을 읽지 못하는 삶을 누군가 그처럼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팔순의 나이에도 많은 책들을 읽는다는 저자가 들려주는, 70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몸과 마음의 불편함과 힘듦을 이겨낸 노년의 독서, 그 노하우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바라본다.

그동안 책읽기 관련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오로지 노년에 맞춰 쓴 책읽기 관련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욱 미지의 책 친구들에게 권하는 <100세까지의 독서술>이다.

덧붙이는 글 | <100세까지의 독서술>(쓰노 가이타로) | 송경원 옮김 | 북바이북 | 2017-12-11 ㅣ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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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