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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여행사 내일투어가 내부 직원을 상대로 수년동안 불법 노동착취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직원이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일부를 연차로 쓰도록 했다.
 국내 중견 여행사 내일투어가 내부 직원을 상대로 수년동안 불법 노동착취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직원이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일부를 연차로 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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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여행사 내일투어가 내부 직원을 상대로 수년동안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직원이 출근 시간 1초만 늦어도 반차를 쓰도록 하거나, 해외 출장의 일부를 아예 개인 연차 휴가로 처리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에 다닌 지 1년이 안 돼 퇴사할 경우, 출장비를 모두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규정들은 모두 현행법과 어긋난다.

내일투어는 <오마이뉴스>가 이같은 내용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하루 만에 1일 반차·연차 차감 등 관련 규정을 없던 것으로 했다.

불법적 내부 규정으로 직원들 통제

내일투어는 1초라도 지각을 하면 반차를 쓰도록 강제했다. 내일투어측은 "근태가 안 좋은 직원에게 징벌성으로 적용한 것 뿐, 퇴사할 때 모두 연차를 복귀시킨다"라고 답했다.
▲ 지각하면 반차 강제 내일투어는 1초라도 지각을 하면 반차를 쓰도록 강제했다. 내일투어측은 "근태가 안 좋은 직원에게 징벌성으로 적용한 것 뿐, 퇴사할 때 모두 연차를 복귀시킨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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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최근에 만난 A씨(가명)는 내일투어에서 5개월간 근무한 뒤에 그만뒀다. A씨가 공개한 휴가 기록을 보면, 두 번의 반차 기록이 있다. 두 번 모두 이유는 지각이었다. 그 중 한번은 12초였다. 그는 "회사가 사무실 문 앞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후 직원들의 출퇴근을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첫 출근 날, 경영지원팀으로부터 지각 처리규정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출근해서 지문 등록을 하는데, 그때 말해주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반차를 쓰고 일하는 거라고요. 실제로 1초만 늦어도 지각처리 됐어요. 안 늦으면 되는 건데, 늦는 직원 문제라는 거였죠,"

이 뿐만 아니었다. 내일투어의 사내규정에는 해외 출장을 연차로 처리하는 항목도 있었다. 실제로 A씨는 2박 3일 해외 출장을 가며, 하루는 연차를 써야했다.

"출장은 말 그대로 업무잖아요. 그것도 꼭 주말을 끼고 가게 해서 금·토·일로 다녀왔어요. 2박 3일 동안 개인 시간은 딱 3시간뿐이었어요. 현지 관광청 관계자랑 그쪽에서 짜 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확인하는 거예요."

김씨는 내일투어에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내일투어는 김씨가 출장기간에 휴가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장갈 때 연차깎여 김씨는 내일투어에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내일투어는 김씨가 출장기간에 휴가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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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출장 내용을 보면, 매 시간 단위로 일정이 짜여 있었다. 그의 출장은 대부분 지역 관계자를 만나 미팅하고 현지의 먹거리와 숙소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또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알아보고, 요금과 이동시간까지 쟀다.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나오는 장소를 알아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호텔 10곳을 돌며 특징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내일투어는 개별자유여행과 배낭여행 등 다양한 여행상품을 파는 곳이다.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해외 출장의 기회가 적지 않다. 가까운 일본, 중국부터 유럽까지 출장을 가는 곳은 다양하다. 유럽의 경우 출장 기간이 15박 이상이 될 때도 있다. A씨는 "유럽 출장을 갔던 한 팀장은 총 15박 16일 출장 중에서 6~7일은 연차 휴가로 쓴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내일투어에는 입사한 지 1년이 안 돼 퇴사할 경우 출장비를 토해내야 하는 규정도 있었다. 퇴사자가 생기면, 출장비를 지원한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거였다. A씨 역시 퇴사를 앞두고 '퇴사자 출장비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그가 다녀온 출장의 항공료, 숙박비, 기타 제반비용이 적혀 있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사인할 수 없다고 했어요. 법대로 처리해도 위반이라고요. 그랬더니 회사 전무와 통화하고는 저만 봐준다고 하더라고요. 분명히 그랬어요. 저는 예외로 해주는 거라고요."

김아무개씨가 내일투어 경영지원실에서 받은 퇴사자 출장비 통지서. 내일투어는 김씨가 입사한지 1년 이내에  퇴사한다며 출장비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 퇴사자 출장비 통지서 김아무개씨가 내일투어 경영지원실에서 받은 퇴사자 출장비 통지서. 내일투어는 김씨가 입사한지 1년 이내에 퇴사한다며 출장비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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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투어 "직원들에게 경고 주려고 한 것"이라더니... 취재 들어가자 규정 삭제

이에 대해 내일투어쪽은 "사내 규정은 직원과 협의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김아무개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각하면 반차를 쓰는 게 사내 규정"이라며 "사내 규정은 직원들도 동의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 역시 "규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직원 근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서 경고, 징벌 차원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각 때문에 반차를 쓴 경우 퇴사할 때 연차를 복구해서 수당을 지급한다"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해외 출장을 연차로 쓰게 하는 것 역시 "사내규정"이라고 인정했다. 김 부사장은 "내일투어가 여행회사이다 보니 출장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니다, 포상개념의 출장도 많다"라며 "직원이 상품개발 겸 해외 출장을 간다고 하면 호텔비, 항공료, 숙박비를 모두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장의 업무 결과가 훌륭하면 휴가를 복구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1년 이내 퇴사할 경우 출장비를 반납하는 규정을 두고는 "그런 규칙이 있지만 실행한 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부사장은 "책임 없이 출장만 다녀오면 회사도 손해가 아니냐"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규정은 있지만 실제로 퇴사자에게 비용을 반납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며 "퇴사자에게 출장비를 받으면 노동법을 위반하는 건데 그걸 우리가 왜 하겠나"라며 반문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내일투어는 문제가 된 규정을 모두 바꾸었다. 지각과 해외출장시 반차·연차를 강제하던 규정을 없앴다. 김 부사장은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해당 규정을 삭제했다"라며 "형식상 받던 퇴사자 출장비 통지서도 앞으로 받지 않을것"이라 밝혔다.

명백한 불법

내일투어의 이같은 규정에 대해 노동관련 전문가들은 "전혀 따를 필요 없는 불법적인 규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특정 날짜를 지정해 연차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진아 노무사(직장갑질119)는 "사실 반차는 법에 있는 게 아니라 연차를 편의상 나눠 쓰는 것"이라며 "지각을 했을 경우 지각 한 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깎을 수는 있지만 반차나 연차 사용은 불가능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출장을 갈 때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규정 역시 불법이다. 이 노무사는 "연차는 지휘·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본인이 쉬기 위한 제도"라며 "출장은 회사 일 때문에 가는 것인데, 그 일정을 연차로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역시 "내일투어는 근로기준법 60조를 위반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연차휴가를 언제 쓸지 시기를 정하는 '시기 지정권'은 노동자의 권리"라며 "내일투어는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한 불법을 자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1년 이내 퇴사 시 출장비를 반납하라는 요구 역시 불법이다. 김 노무사는 "퇴사할 때 출장비를 토해내는 건 법 위반"이라며 "대학원이나 해외연수를 회사에서 지원할 경우 일정 기간을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약정을 할 수 있지만 출장은 다르다"라고 못 박았다. 회사 일 때문에 사용한 실비를 반납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내일투어는 1995년에 설립된 회사다. 사원 수는 190여 명이며 매출액은 94억 원에 달한다. 현재 2018년 신입, 경력 공개채용을 하고 있다.


태그:#내일투어, #근로기준법, #연차, #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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