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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부끄러운 경험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과거가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는 핑계입니다. 친구들과 자식들 키우던 때를 이야기하다보면 다들 비슷비슷한 일들이 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다 보니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점심을 거르게 돼 유독 허기졌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그날따라 저녁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는 아이에게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추궁을 하니 "친구네 집에서 숙제를 하느라 늦었다"고 했습니다.

기다리다 진 허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거짓말까지 하니 순간 화가 났습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걸 봤는데 왜 거짓말을 하냐?"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야단을 쳤습니다. 한참 야단을 치다보니 그쯤의 문제로 버럭 화를 내고, 노발대발 야단을 치고 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스스로에게 난 화까지 더해지며 결국에는 회초리질까지 해댔습니다. 

딸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과는 상관없이, 스스로의 마음에서 끓기 시작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점점 화를 키워갔던 어리석은 순간이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세히 보면, 외부 세계는 결코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은 보통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없어지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 세계가 그대로 있더라도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바뀌면 우리가 받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불교정신치료 강의> 121쪽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 지은이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월 3일 / 값 17,000원
 <불교정신치료 강의> / 지은이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월 3일 / 값 17,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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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치료 강의>(지은이 전현수,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정신과 치료와 부처님 가르침과의 상관성 및 활용성 등을 실사구시 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픕니다.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도 아플 수 있습니다. 몸을 아프게 하는 상처는 눈에 보이고, 몸에 난 병은 통증으로 드러납니다.

외상을 입으면 수술을 하고, 상처를 입으면 약을 바릅니다. 육신 어디가 병들면 약을 먹고, 몸뚱이 어느 부분이 아프면 물리치료를 받아 회복합니다.

하지만 정신을,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떤 병들은 보이지도 않고 쉬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화병이나 우울증 같은 어떤 증세는 환자 스스로는 괴로움으로도 자각하지 못할 만큼 은근히 젖어들며 심신을 피폐화 시킵니다.

마음에 병이 든 사람,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 또한 치료를 받습니다. 진단도 받고, 처방도 받습니다. 약물도 쓰고, 물리치료를 받듯 심리적 치료도 받습니다. 이럴 때, 만사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을 만큼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진단이 필요 할 만큼 아픈 정신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백신이나 치료약, 보약으로 처방할 수 있는 약효들이 부처님가르침에 있다고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없어

무조건 외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처님가르침은 한낱 의탁(依託)이나 기복(祈福)을 위한 주문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전문의인 저자는 부처님 가르침에서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내용을 신약을 개발하듯 찾고, 임상실험을 하듯 경험하며 정리합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우리 것이고 우리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것들이 움직이는 원리, 다시 말해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 우리의 소망은 그 과정에서 눈곱만큼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우리 것이 아닙니다. 무아입니다. 무아는 몸과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 <불교정신치료 강의> 101쪽
땅을 산 사촌 때문에 아픈 배,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는 누구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이나 허무감 등도 사실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괴로움이라는 것임을 자각하며 떨구어내면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불행해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독경(讀經)이나 사경(寫經)으로만 새기는 불교(부처님가르침)는 그저 불교를 신앙으로 하는 종교인들에게나 필요한 의례적 지식에 불과 할 것입니다. 기복을 빌며 외던 주문 정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전현수 박사가 들려주는 <불교정신치료 강의>를 읽다보면 들리지 않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진기가 마련되고, 시름시름 병들어 가는 마음을 번쩍 정신 들게 할 응급 처방약 같은 내용도 읽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담아줄 정신건강을 본질적으로 튼튼하게 해줄 보약 한 첩 같은 지혜가 진하게 우러나는 불교를 읽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불교정신치료 강의> / 지은이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월 3일 / 값 17,000원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전현수 지음, 불광출판사(2018)


태그:#불교정신치료 강의, #전현수,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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